이경욱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베르테르 효과

최근 유명인들의 자살로 인해 사회 전체적으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유명 연예인 1명이 자살을 하면 평균 600여명이 ‘베르테르’ 효과를 통해 모방 자살이 예상된다고 한다.
‘베르테르 효과’는 동조자살 또는 모방 자살이라고도 하며 미국의 사회학자 필립스 (David Phillips)가 이름을 붙였다. 자신이 모델로 삼거나 존경하던 인물, 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저런 사람들도 자살하는데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하겠냐’라는 식의 생각을 하게 되어 더욱 쉽게 자살을 선택하게 되며, 기존에 자살을 마음 먹었던 사람들이 이에 영향을 받아 시기를 앞당길 뿐만 아니라, 소식을 듣지 않았다면 자살하지 않았을 사람들까지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치열한 경쟁-나홀로가구 큰 원인
자살률은 2010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33.5명으로 2009년 28.4명보다 5.1명 증가하였으며 OECD 34개 회원국 평균치인 12.8명보다 2.6배 많은 것으로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수치이다.
특히, 65세 노인 자살률은 2010년 10만 명당 81.9명으로 전체평균의 2.4배에 달한다. 기여 원인으로는, 한국 사회의 양극화 심화로 인한 상대적인 경제적 빈곤감, 소아청소년 시기부터 시작되는 치열한 사회적/학벌적 경쟁 구도, 그리고 고령 인구와 나홀로 가구의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자살전 많은 문자메시지 
자살시도자들은 자살 전 신변을 정리하는 듯한 내용의 문자 메세지를 지인들에게 보내거나, 살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부쩍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또한 SNS 사이트에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는 글들을 올리는 등 감정조절이 힘든 상황에 대하여 타인에게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지인이나 가족들은 즉각 당사자에게 연락을 취하여 현재의 감정 상태나, 자살사고 유무 등을 확인한 후, 즉각 전문기관에 의뢰를 하거나 환자의 옆에서 상시 적극적으로 보호관찰을 할 필요가 있다.

남은 친지들도 큰 상처
자살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흔히 불면증, 우울증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생존자들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가족이 자살한 것 같은 죄책감을 갖게 되고, 스스로를 비난하고 우울해하기도 한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줄 걸 하는 후회도 반복적으로 들게 된다. 잠드는 것도 어렵고 입맛도 잃게 되며, 일에 집중하기 어렵고, 멍하거나 초조해서 안절부절 못하기도 한다. 또한, 자살 장면이 반복적으로 눈에 선명하게 떠오르고, 악몽을 꾼다든지, 문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자살자를 따라 본인도 함께 따라 죽고 싶은 충동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즉, 자살은 남아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심각한 정신적 상처를 남기게 되므로 무엇보다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기능회복이 예방의 최선책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지체계로서의 가족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같이 모여 앉아서 서로의 고민과 고통을 나눌 수 있는 가족을 만들도록 각자가 노력하고, 사회가 이를 뒷받침함으로써 자살의 위험성을 낮추고 고난에 대한 내성을 증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자살은 우울증으로 인한 경우가 매우 많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왜곡된 편견을 갖기보다는, 극심한 우울감이 발생하거나, 삶의 의욕이 저하되고, 절망감이 동반되는 등의 우울 증상이 보일 시에, 즉각 치료에 참여하거나, 주변 사람에게 치료 참여를 권유할 수 있는 범국민적인 의식의 확립이 필요다.
국민 누구나가 자살의 문지기(gate keeper)로서 자살의 위험요인을 숙지하고 가족, 직장 및 사회 구성원들의 정신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자살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갖고, 최근 드라마나 영화, 신문, 뉴스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자살에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의 전환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며, 끝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지지가 되는 마을공동체의 회복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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