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태.김연판 부회장 모두 개운치 않은 퇴장

김세진 편집국장
 지난달 26일 열린 제약협회 정기총회는 시장형실거래가제도 폐지를 이끌어 낸 탓인지 모처럼 밝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잇따른 약가인하로 착 가라앉은 업계 분위기를 반영하듯 근래들어 제약협회 총회는 정부정책을 성토하고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결의대회 성격이 진했다.  그래서 늘 영원한 ‘을’ 입장에 대해 장탄식을 늘여놓곤 했는데 올해는 요지부동일 것 같았던 시장형실거래가제 폐지라는 성과물을 두고 표정관리까지 하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 총회를 끝으로 협회를 떠나게 된 상근부회장 문제 만큼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제약협회는 지난 2006년 2월 전 복지부 기획관리실장이었던 문경태 씨를 영입하면서 ‘활동에 힘을 실어준다’는 명분으로 종전 전무이사 자리를 격상시켜 상근부회장제를 도입했다.

 당시 문경태 씨는 복지부 연금보험국장 출신에 약가제도를 직접 핸들링한 인물로 협회 상근부회장에 취임하자마자 업계 입장을 적극 알리는 한편 친정이었던 복지부를 향해 쓴소리도 마다않을 정도로 ‘투사형’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시원하다’는 반응을 할 정도로 그의 활동은 열정이 있었고 당시 김정수 회장을 대신해서 협회 조직 장악력도 돋보였다.

 그렇지만 문 부회장은 저가구매 인센티브제와 쌍벌제 시행 등과 관련한 업계와 복지부 갈등속에 협회를 장악한 그룹에 의해 2009년 5월 갑작스럽게 상근부회장 자리에서 떠나야 했다.

 평소 문 부회장의 직설적인 화법을 못마땅히 여긴 인물이 잠시 제약협회를 장악한 틈을 타서 문 부회장을 밀어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첫 상근부회장이 불명예 퇴진하게 된 것이다. 이 후 이경호 회장 체제에서 뜸 들이다 영입된 인물이 2011년 2월 김연판 부회장이었다.

 김 부회장은 전임 문경태 씨와는 성격이나 업무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비교되는 면이 많았다. 문 부회장이 적극이고 외향적인 성격이라면 김 부회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로 평가됐다.

 김 부회장은 협회내에 실무위원회를 손수 만들어 위원장을 맡는가 하면 APEC 규제조화센터 사무국 유치에도 힘을 써 사무총장을 맡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나름대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던 중에 이번 총회가 있던 날 저녁 느닷없이 자리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적어도 미리 거취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은 기본적인 도리인데도 불구하고 무엇에 쫓기듯 한 협회 행위는 이해하기 어렵다.

 제약협회는 결과적으로 2명의 상근부회장 모두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를 영원히 지킬 수 없지만 영입할 때 마음은 아니더라도 떳떳하고 개운하게 떠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격’있는 이별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단명에다 쫓기듯 짐싸야 하는 이런 전례를 보면 앞으로 어떤 명망있는 인물이 제약협회로 영입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렇게 대우할 거라면 차라리 상근부회장 직제를 없애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나가는 사람을 박대하는 조직은 현재 일하고 있는 조직원에도 영향을 미쳐 소신있는 업무처리 보다는 눈치와 줄서기만 만연해 결국 비효율적 죽은 조직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제약협회를 이끌고 있는 ‘그룹’들은 상근부회장 문제 뿐만 아니라 그들의 안목 안에서 벌어지는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인 일들은 없는지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회원사들은 글로벌시장 개척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데 정작 제약협회는 몇몇 인물에 갖혀 퇴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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