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출신이란 이유로 이경호 회장 폄훼할 수 없어

 

김세진 편집국장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새삼스럽게 '관피아'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고위 공직자가 퇴직한 후 관련 업계에 재취업해서 각종 이권에 개입하거나 해당 업계에 유리한 정책을 펴도록 유도하는데 앞장선다는 것이다.

 특히 재취업한 단체나 업계의 방패막이로 역할을 함으로써 가끔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 관피아의 폐해로 지적되고 있다.

 몇일전 모 대중매체는 이같은 관피아를 보도하면서 제약협회 이경호 회장을 실명으로 거론한 바 있다. 그러면서 시장형실거래가제 폐지가 마치 복지부 차관 출신인 이경호 회장과 제약업계의 로비가 먹힌 것 처럼 썼다.

 필자는 우선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시장형실거래가제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또 왜 이 제도가 '없었던 일'이 돼야 했는지 묻고 싶다

 시장형실거래가제는 시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파생됨에 따라 시민단체는 물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문제점을 따지면서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던 정책이었다.

 따라서 적어도 제약업계나 제약협회측의 로비로 시장형실거래가제가 없어진 것 처럼 보도한 것은 語不成說이다.

 사실 제약업계는 생산규모가 20조원 안팎일 정도인데다 연간 매출도 아직 1조원을 넘는 업체가 없을 정도로 조선,반도체,자동차,정유 등 굵직한 산업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적어 로비를 꿈꿀 형편이 못된다.

 또한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인해 사적인 이익추구 보다는 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해 이전부터 관의 입김이 강하고 규제도 많은 분야로 꼽힌다.

 약제비 적정화 정책을 비롯해 일괄약가인하,사용량 약가연동제,기등재 목록정비 등 하나같이 제약업계에 불리한 정책들만 난무하고 생산시설 역시 일정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등 신고제 일색인 다른 산업분야와 비교되지 않는다.

 업계를 옥죄는 정책이 나올 때 마다 제약업계와 제약협회는 복지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높였지만 지금까지 어느하나 제대로 업계 입장이 반영된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힘있는 그룹을 지원하는 '00제약 장학생'은 눈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오죽했으면 제약협회가 현안이 있을 때 마다 정책건의서를 들고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 보좌관을 찾아 하소연할까.청와대 관련 수석을 면담하는 것도 힘들다.

 이런 처지에 관피아를 얘기하면서 제약협회와 이경호 회장을 거론한 보도는 좀더 신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복지부나 식약처 출신 고위 공직자들이 퇴임 후 관련 단체에 재취업한 사례는 여럿된다. 이 분야는 정책의 이해도나 산업적인 특성을 감안하면 생소한 분야 출신 일반인 보다 복지부 등의 인물들이 단체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어쩌면 더 생산적일 수 있다.

 단순히 얼굴 마담노릇하는 단체장이 아니라면 적어도 회원사와 소통이 가능하고 산업발전에 필요한 식견이나 정책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복지부 출신 공직자들이 모두 이 분야에서 성공했다는 뜻은 아니다. 적어도 그 보도가 지적했듯 어려운 약가정책이나 규정들과 산업적 특성 및 연관성을 이해시키는데는 아무래도 이전부터 해당 업무와 연관성을 가진 인물이 제약협회에 적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영입된 복지부 출신 고위공직자들이 제약협회에 와서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다. 현재 이경호 회장은 비록 복지부 차관 출신이지만 대학총장과 보건산업진흥원장 등을 거쳐 영입 당시 가장 적격이었던 인물로 꼽혔다.

 이 회장은 국내 제약산업 역사상 정책적인면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협회장으로 취임해 제약업계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협회 회무는 물론 관료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제약사들의 굵직한 해외 비지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국제적인 입지를 강화하는 '제약외교'에도 상당한 성과를 냈다.

 이같은 활약상을 보면 이경호 회장이 복지부 출신이란 이유 때문에 '관피아'란 누명을 쓸 이유가 없다. 오히려 관료생활 경험이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 점에서 관피아에 빗댄 표현은 상상력이 좀 지나쳤다고 봐야 한다.

 만약 제약협회와 업계의 로비가 통했다면 앞서 거론한 약가정책들이 줄줄이 나올 수 없었다. 제약업계와 제약협회 인사들이 "도대체 복지부 공무원은 어느 나라 공무원이냐","복지부가 국내 제약산업 다 죽인다"는 말들이 일반화된 것도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제약업계는 인하 일변도인 약가정책 탓에 이제 더 이상 외형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사업다각화나 글로벌 진출 강화,내부적인 비용절감 노력에 힘입어 그나마 최근들어 수익성이 호전되는 양상이다.

 정책적인 뒷받침 보다 업계 스스로 눈물겨운 경쟁력 강화 노력에 힘입어 성과를 얻고 있다.

 그래서 관피아와 연결짓는 억지는 어울리지 않다. 힘있는 언론들이 산업에 도움이 되는 기사들을 발굴하고 보도하는 것이 이제 막 글로벌시장 개척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제약업계를 돕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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