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앞서간 조찬휘 회장 처신 두고 입방아

편집국장 김세진
 약업계는 때 아닌 '공영매체' 창간설이 돌면서 관련 단체간 발언 진위여부를 두고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지금 이 싯점에서 공영매체 출현이 적절한지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이번 소동의 중심에 서 있는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의 신중치 못한 가벼운 처신에 입방아를 찧는 인사들도 있다.

 사건은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이 최근 제약협회 이경호 회장과 의약품유통협회 황치엽 회장 등과 조찬 간담회를 통해 OTC포럼 창설과 함께 공영매체 창설을 제안하면서 불거졌다. 약사회는 3개 단체가 공영매체 창간에 '합의'한 것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제약협회나 유통협회는 합의가 없었다며 약사회와 상반된 입장을 표명하고 나섬으로써 진실공방으로까지 비화되는 양상이 됐다.

 우선 제약협회측은 실무적 검토와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내놓았고 유통협회측은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면서 동의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런 상황에도 약사회 조찬휘 회장은 제약협회와 유통협회 단체장들이 오찬 자리에서 즉각 반대하지 않았다면서 여전히 공영매체 창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조찬휘 회장은 오찬 당시 단체장들이 한 발언을 자신의 입장에서 너무 편한대로 확대해석한 꼴이 됐다.

 누가 어떤 표현을 했건 현재 약사회를 뺀 두 단체는 공영매체 창설에 찬성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조 회장은 괜히 관련 단체간 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당장 공영매체 창설을 백지화해야 한다.

 그리고 약가정책 문제를 비롯해 중요한 이슈때 마다 서로 다른 견해를 보여 때로는 '섭섭한' 감정을 가진 단체들이 느닷없이 공영매체란 것을 만들어야 하는 명분도 없다. 지금까지 3개 단체가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 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갑'이나 '을'의 입장에서 접근한 일은 없는지,그래서 상대방 가슴에 못을 박은 일은 없었는지 되새겨 봐야할 것이다.

 공영매체를 만든다 해도 아마 제약업계와 유통업계가 돈줄 노릇을 해야 될 것이다. 단체 마다 자신들의 예산안에서 모든 사업을 집행하지만 공영매체 처럼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아무래도 제약사나 유통업체들이 십시일반 주머니를 털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찬휘 회장의 공영매체 창설론에 힘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제안한 측에서 자금 계획 등 구체적인 복안을 내놓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자금줄이 어디고 '면'을 세울쪽은 어딘지 뻔히 속 들여다 보이는데 순순히 조 회장이 옳다고 따라 갈 단체가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이런 일들은 사전에 충분한 대화와 검토를 거쳐 어느 정도 의견을 조율한 다음 언론에 알려도 늦지 않은데 조찬휘 회장은 무엇이 그렇게 급했는지,아니면 '한 건'했음을 자랑하고 싶었는지 알 수 없다.

 일반의약품은 대국민 홍보가 부족해서 시장이 침체된 것은 아니다. 의약분업 후 의약품시장은 자연스럽게 처방약 중심으로 재편됐고 제약사들도 살기위해 할 수 없이 전문약 중심의 영업조직 및 전략을 추진할 수 밖에 없었다.

 요즘처럼 약가인하로 생존에 위협을 받는 제약업계는 일반약이 예전 만큼 회복되는 뾰족한 방법이 있다면 마다 할 이유가 없다. 특히 일반약 비중이 높은 업체일 수록 잠자는 일반약 시장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그래서 제약사들은 일반약 홍보를 위해 다양한 툴을 개발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굳이 공영매체란 것을 만들어 남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훌륭하게 자신의 상황에 맞게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선수'가 많다.

 오히려 조찬휘 회장은 약사회가 운영하고 있는 현재 매체를 통해 일반약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에 옮기는 방법이 더 현실적인지 모른다.

 혹시 조 회장이 임기를 마치고 공영매체 대표를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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