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약사회관 건립에 제약사 자금지원 생각 버려야

김세진 편집국장

새로운 대한약사회 회관 건립을 두고 본격적인 공론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연임에 성공한 조찬휘 회장의 공약 사항이기도 한 새로운 약사회관 건립은 건물의 노후화로 인한 안전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판단되지만 재원 마련과 관련한 부문에서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 점이 있다.

약사회 소유 땅을 처분한다거나 새 건물 임대료 등은 지극히 상식적인데 비해 제약사 홍보관을 설치해 이를 분양함으로써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어느 제약사 오너를 만났을 때 이런 계획을 설명했더니 ‘좋은 생각’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조 회장은 심지어 새로운 약사회관에 들어 설 제약사 홍보관을 관광코스와 연계하면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선 조 회장이 오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회관을 새로 지을 테니까 일반의약품 판매를 하는 제약사들은 알아서 찬조하라”는 편이 솔직할 수 있다.

여전히 ‘갑’ 입장인 대한약사회장이 어떤 계획을 설명하는데 아무리 제약사 오너라 해도 ‘아니오’를 말할 수 있을까. 빈말이라도,혹은 협조는 않더라도 기분 상하지 않도록 덕담은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조찬휘 회장은 순진한 것인지 모른다.

관광코스 운운하는 것은 주요 보건의료단체장 격에 맞지 않는 수준 이하의 발상이다.

제약협회가 창립 70주년을 맞아 지난해 실시해 큰 인기를 끌었던 제약산업 오픈하우스 행사는 생산,연구소 등 의약품 생산현장을 일반 국민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함으로써 국산 의약품에 대한 신뢰도 제고와 자부심을 느끼게 한 효과를 얻었다.

그러나 어디에 들어 설지 모를 약사회관 내 제약사 홍보관과 투어코스를 연계하자는 제안을 여행사에 했다간 무슨 소리 들을지 모른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고려인삼을 판매하는 홍보관을 혹시 착각한 건 아닌지...

그렇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홍보관을 찾아 올 대상은 무엇인지 조 회장은 한번쯤 생각이라도 하고 그런 발상을 한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홍보관은 어떻게 유지하고 누가 관리하며 해당 업체에 대해 설명하고 안내할 사람은 누가 채용할 건지도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조 회장은 종전에도 일반의약품 활성화를 위해 ‘공영매체’ 설립을 제약업계에 제안했다가 호응을 얻지 못하고 거둬들인 적 있다.

조 회장은 지난번에 그랬듯이 이번에도 홍보를 내세우면 제약사들에게 다 통하는 줄 아는 모양이다. 홍보에 대해서는 필요성과 방법 등 오히려 제약사에 전문 인력이 더 많고 잘 한다.

괜히 홍보를 앞세워 뭔가를 도모하려면 홍보에 대해 그만한 내공을 먼저 쌓는 것이 순서다.

조 회장 뿐만 아니라 제약회사를 ‘을’의 입장으로 보는 기관,단체들은 돈 쓸일 있을 때 마다 대놓고 제약사에 협조하라며 손 벌린다. 아예 제약사를 순회하면서 그 자리에서 협조문서에 도장 받아간 일도 있었다.

명분있고 공익적인 찬조나 협조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참여할 만큼 우리 제약업계는 많이 성숙돼 있다.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적지 않은 돈과 물품을 제공하면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찬휘 회장은 새로운 약사회관 건립을 놓고 제약사 주머니를 주요한 옵션으로 여기고 있다면 다시 한번 재고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 약사회 스스로 자금 확보계획을 세워서 그 형편에 맞춰 건물을 구하거나 지으면 될 것이고 만약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않으면 땅값이 싼 지방을 택하면 될 것이다.

영원한 甲은 없고 외부에 의존해서 자신들의 입장을 만족시킬 발상은 이제는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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