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관련 분야>

암 관련 분야에서 임상유전체는 주로 표적 항암제 반응 및 환자의 예후를 확인하기 방법으로 활용된다. 표적 항암제는 암세포에 과활성화된 신호 전달 기전을 차단, 암세포 선택적인 성장 억제 및 사멸을 유도하는 항암제이다.

대표적으로 폐암과 유방암에서 유전체 정보 기반의 정밀의료화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폐암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폐암을 병리조직학적 분류에 따라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구분했지만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기술의 발전 이후, 이러한 폐암의 병리조직학적 분류에 따라 특성을 구분하는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암 발병 원인이 되는 주요 종양 유전자의 변이 여부에 따라 분자적 특성이 분류되는 것으로 발전됐다. 특히, 폐선암은 최근 보고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흑색종, 폐 편평상피세포암과 함께 높은 체성 돌연변이 빈도를 나타내는 암세포 특이적 유전자 변이가 빈번하게 발견되는 암 종이라고 밝혀졌다.

이러한 분자적 특성에 따라 분류된 폐선암의 경우, 원인이 되는 주요 종양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밝혀짐에 따라 EGFR, KRAS를 비롯해 최근에 발견된 EML4-ALK의 활성화된 단백질을 나타내는 유전자 변이의 유무에 따라 분자적 특징이 구분되고 있다. 또 이를 토대로 표적 치료제의 개발과 환자의 예후 및 치료제 반응을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승인을 받아서 대표적인 표적 항암제로 사용 중인 EGFR-TKIs들이 아직까지는 단일요법제로서 2차 치료에서 일부 제한된 환자에서만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과 항암제에 대한 내성 문제, 그리고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고비용의 문제 등과 같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또한, 기존 폐암 진료 지침들은 백인들을 위주로 연구한 외국의 의료 지침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유전체 변이 양상이 다른 아시아 및 한국인에게 맞는 정밀의학 진료 지침에 대한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유방암의 경우는 2000년에 처음으로 유전체 기반으로 분자적 분류를 찾아 냄으로써 시작된다. Perou 박사는 연구 논문을 통해, 유방암은 하나의 질병이 아닌 서로 다른 유전적 차이를 보이고 있는 여러 분류로 나눠진 질병이며 각 분류 별 치료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보고했다. 그 후 유방암의 분류를 어떻게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찾아내는지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활발이 이뤄졌고 2000년대 중반이 이르러서는 관련 진단 모델들이 개발되기 시작한다. 이 후, 유방암 환자의 치료 결정시 약물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고 재발과 같은 경과 예후를 알 수 있도록 돕는 진단 키트들이 만들어져 판매 되고 있다. 대표적인 모델로는 PAM50(Nanostring), OnctypeDx(Genomic Health), MammaPrint(Agendia)가 있는데, 2000년 중반 MammaPrint, OncotypeDx 등이 FDA 인허가를 받고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에 전이된 암 조직 내에서 1,500개 유전자의 발현량을 확인하고, 원발 위치 불명의 전이 암의 원발 위치를 추론해 항암제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Tissue of Origin Test인 ResponseDX도 FDA의 인허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이들은 NGS 기반이 아닌, 이전 기술들(microarray, RT-PCR 등)로 개발됐으나 최근 관련 업체들이 NGS 기반의 기술로 전환하는 방도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현재 미국에서 수술 후 유방암 환자의 예후와 치료제 반응을 예측하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임상용이 아닌 연구용으로 허가된 상태이다.

 <정신의학분야>

정신의학에도 정밀 맞춤의학의 물결이 서서히 밀려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의 국립 정신보건원(NIMH)이 작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RDoC(Research Domain Criteria project)라는 정신 맞춤의학에 힘입은 것이다. 즉, 증상 위주의 모호했던 종래 진단 체계를 벗어나, 보다 생물학적이고 정신사회학적 근거를 이해하는 진단 체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프로젝트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는 그간 증상기반 진단형태에서 확보된 환자들의 유전적・해부학적・분자적 기전과 특성들, 그리고 차이점들에 대한 개개인의 정보를 축적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들의 뇌 영상촬영 결과에서 항우울제에 대한 반응정도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치료를 시작하기 전, 환자들의 뇌 PET 영상에 나타난 도피질의 대사수준에 따라 향후 시행한 인지행동치료나 항우울제에 대한 반응이 달랐다는 것이다.

또, 미국정신의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정신증을 보이는 서로 다른 질환군의 환자들에게서 영상학적 차이점을 찾아냈다고 했다. 비슷한 증상의 정신증을 보이는 경우 임상적으로는 조현병, 조현정동장애, 조울증 등의 감별이 어렵지만, 뇌영상을 촬영을 통해 뇌의 어느 부분에서 피질 감소가 두드러지느냐에 따라 예후나 진단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뇌영상을 촬영해 약물을 결정하고, 영상학적, 유전적 검사를 통해 진단이나 예후 판정을 할 수 있는 정밀의학을 뜻한다.

 국외 의료기관 연구현황 

미국의 경우 국립암연구원(NCI)에서 정밀의학 이니셔티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았던 약 3,000여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NGS 분석 기술을 이용해 암 조직 내에 확인되는 유전자 변이들을 조사하고, 이 중 1,000명에게 승인 되었거나 개발 중인 20여 가지의 약물을 결합해 치료하는 정밀의학 임상실험을 시행하고 있다.

또 엠디 앤더슨의 ‘Moon Shot 플랫폼’은 NGS를 기반으로 8가지의 암(유방암・난소암・백혈병(골수성 백혈병・골수이상형성증후군・만성림프성백혈병)・흑색종・폐・전립선 등)과 10개의 플랫폼을 갖고 4가지 주제들을 중심으로 정밀의학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하버드대 암센터의 다나파버 암연수소와 Brigham and Women's Hospital이 공동 연구로 2011년도에 시작한 연구는 많은 수의 암 환자 종양에서 DNA를 추출해 NGS 기반의 분석을 통해 변이를 찾아내고 맞춤 표적 치료제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이다. 출발 당시, 3만5,000명의 환자로부터 자신들의 조직 내에 돌연변이 및 암 관련 유전자의 이상 변이 유무를 연구하는데 동의를 받았으며, 지금까지 NGS기반으로 분석해 종양 DNA의 5,000번째 유전자 프로파일 분석을 완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메이요 클리닉은 개인 맞춤 의학 센터에서 Clinomics, Parmacogenomics, Biomarker Discovery, Microbiome, Epigenomics 등 5개로 구성된 중개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 맞춤 의료를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미국암연구학회는 작년 5월 2년간 2백만 달러를 학회에서 지원하는 GENIE(Genomics, Evidence, Neoplasia, Information, Ex)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의 여러 국가들의 암 유전체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고 이를 통해, 치료 반응 및 예후 바이오 마커를 검증하며, 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환자 집단을 식별하는 새로운 단계와 그들을 치료할 수 있는 신규 약물 표적을 발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정밀의료 동향

우리나라는 정밀의료와 관련된 미래의료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1월 미래부, 산업부, 복지부 등 범 정부차원에서 유관부처가 모여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위해 협력 중이다. 이러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이용해 기존 미래부, 산업부에서 진행 중인 IT헬스사업과의 효과적으로 연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밀의료 추진에 필수적인 바이오뱅크, 건강정보 DB 등의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전국민의 건강정보 DB 및 전국민의 2%에 해당하는 100만명에 대한 국제적 수준의 정제되고 검증된 코호트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공공데이터인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산업적 확산을 목적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015년 '보건의료 빅데이터센터'를 개소하고 그 운영성과를 바탕으로 '빅데이터센터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국립암센터는 국가 암 기반의 정밀의학을 주도하기 위해 기관고유사업의 일환으로 암유전체 기반 연구 과제들을 선정해 임상유전체 분석을 통한 유전체 연구, 맞춤형 표적치료법 개발 및 내성 극복 치료법 개발 등 유전자적 특성연구를 위해 집중적으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미국 NIH와 한-미 정밀의학, 메르스 연구 협력을 체결함에 따라 국립암센터가 NIH와 한-미 정밀의학 분야 공동 연구 협력에 참여하기로 했다. 국립암센터는 대규모 ‘암 정밀의학 코호트’를 구축해, 국가암관리정책 실현에 활용하는 것을 계획 중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의 경우 2015년 4월 암병원에 ‘암맞춤치료센터’를 개소, 본격 진료에 나섰다. 이곳에서는 암 환자 개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해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치료 대상은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폐암, 혈액암이며 대상 암 종은 점차 확대해 나가게 된다.

연세대 암병원에서는 2015년 ‘개인맞춤치료센터(IPCT)’를 개소하고 암 기초기전 연구자, 임상의사, 제약사, 교내 외 연구자 등과 함께 각자의 전공 분야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초-임상 중개연구를 활성화시키고, 새로운 신약 개발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전체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개인별 암 클리닉을 운영,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는 ‘유전체 기반의 개인 맞춤 의학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병원 내 유전체 연구소를 두고 있으며, KT와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 1천명의 암환자 유전체 정보를 분석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임상유전체 정보를 활용해 자체 맞춤 치료제 개발을 위한 티젠(Tgen)과의 공동 협약을 맺고 향후 3년간 전이성 위암,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혁신적 개인 맞춤 암 치료 프로그램(Innovative Personalized Cancer Program, IPCP)’을 3년간 운영할 예정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유전체 맞춤 암 치료 센터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2011년 하버드 의대-다나파버 암센터와 협약을 통해 ‘아산-다나파머 암유전체 연구센터’를 설립, 1,400례의 다양한 종양의 유전체 변이를 분석하는 온코맵/온코패널 등 새로운 유전체 분석 기술을 암 환자 진료에 적용하기로 한 바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역시 국내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인 마크로젠과 향후 '헬스케어혁신을 위한 의료 및 유전체 정보 기반 정밀의료 공동연구' 진행을 위해 상호협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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