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자원 보호 강화로 수급불안정·연구개발 지연·로열티 상승 우려

생물자원의 이익을 공유하는 나고야 의정서 발효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ABS(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 정보서비스센터는 한국과 일본이 각각 5월 19일, 5월 22일 98번째와 99번째로 나고야의정서를 비준했다고 밝혔다. 나고야의정서는 비준서 기탁 후 90일 째 발효되어 한국은 8월 17일, 일본은 8월 20일 의정서 당사국이 될 예정이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자원(유전자원)을 이용할 경우 이용자는 제공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익을 공유해야 하는 국제 협약이다.

나고야의정서는 우리나라 생물자원 보호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해외 유전자원의 이용이 많은 우리나라 생물산업계 입장에서는 각국의 생물자원 보호조치 강화에 따른 수급 불안정, 연구개발 지연, 유전자원 사용료(로열티) 상승 등의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이용금지 및 제한 등 의무조항 1년 유예

올 1월 공포된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따르면 국내 유전자원과 이에 관련된 전통지식에 접근해 이용하려는 외국인 등은 미래창조과학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등 국가책임기관에 신고하고 발생하는 이익을 공유하도록 제공자와 합의해야 한다.

해외 유전자원 등에 접근해 국내에서 이용하려는 기업 등은 접근과 이익공유 등에 관한 제공국의 절차를 준수했음을 환경부 등 국가점검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또한 생물다양성의 보전 및 지속적인 이용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국내 유전자원 등에 대한 접근 및 이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률은 나고야의정서가 국내에 효력을 발생하는 날부터 시행되는데 접근 신고, 접근‧이용 금지 및 제한 등 의무조항은 법 시행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8월 17일 발효 예정

환경부는 나고야의정서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해외 유전자원을 이용해 제품제조시, 원료제공국과 이익을 공유해야 하므로 ‘14년 예상치 기준으로 연간 3,892억∼5,096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개도국의 유전자원 접근절차 증가와 불투명성에 따른 접근 곤란, 시간 증가도 산업계의 경쟁력에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나고야 의정서가 전격 시행될 경우 해외 생물자원을 원료로 사용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화장품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시행을 코앞에 두고도 관련업계는 여전히 무방비 상태라는 지적이다.

나고야 의정서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은 물론 해외 생물자원의 조달방식 변경 계획을 아예 세우지 못하는 등 대처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해 6월 진행한 조사에서는 의약 화장품 등 생명산업계의 8.8%만 나고야 의정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54.4%인 74개 기업은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하고 있으며, 국내 생물자원만을 이용하고 있는 기업은 33.1%인 45개 기업으로 나타났다.

해외 생물자원 원산지에 대한 중복 응답 결과, 해외 생물자원의 주요 원산지로 중국을 이용하는 기업이 51.4%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유럽 43.2%, 미국 31.1% 순이었다.

해당국에서 생물유전자원을 조달하고 있는 이유에 대한 중복 응답 결과, 원료생산비와 물류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4.6%로 가장 많았다.

나고야의정서의 주요 내용 등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0.4%로 지난 2013년 조사 당시인 30.9%에 비해 다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고야의정서에 대해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은 10.3%로 2013년 당시 19.8%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조달변경 계획 없다 58%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 5월 국내외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바이오산업계·연구계 종사자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에서는 나고야의정서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이 66.7%, 조금 알고 있음이 26%, 전혀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은 7.3%로 나타났다.

나고야의정서가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서 전체 응답자 250명 중 45.1%가 보통으로 답했으며, 부정적 29.2%, 긍정적 15.2%, 영향 없음 10.4% 순으로 나타났다.

유전자원 주요 조달국가의 경우 산업계 종사자 160명은 중국 49.2%, 유럽 20.4%, 미국 11.9% 기타 18.7% 등의 순으로 답했다.

반면 연구계 종사자 90명은 미국 63.9%, 일본 16.7%, 중국 8.3%, 기타 11.2% 순으로 답했다.

산업계에서는 해외 유전자원을 주로 국내나 해외 중개업체를 통해 입수했으며, 연구계는 기초연구 목적으로 미국, 일본 등의 유전자원 분양기관을 통해 얻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 유전자원 조달 이유로는 유일한 생산국(34.5%), 우수한 품질(23.0%), 저렴한 가격(18.0%) 등을 꼽았다.

해외 생물자원의 조달방식 변경 여부에 대해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58.3%, 국내 유전자원 대체가 28.8%, 수입국 변경이 6.7%로 나타났다.

백운석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산업계와 연구계의 나고야의정서 대응 현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조사 대상의 70%를 차지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주요 국가들의 법제도 및 절차준수 제도 등 최신 정보를 산업.연구계에 제공하여 대응마련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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