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의학회, 국민건강증진 전략의 대전환 촉구

대한예방의학회(이사장 전진호 인제의대 교수)이 더 건강한 대한민국 만들기의 첫걸음으로, 국민이 아프기 전에 미리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국민건강증진 전략의 대전환을 촉구하는 ‘부산선언문’을 채택한다고 밝혔다.

선언문은 10월 18일 (수) 부산 그랜드호텔에서 개최되는‘대한예방의학회 창립 7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채택 예정이다.

선언문은 최근 정부가 질병치료로 인한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에 집중하고 있기에 치료와 예방 정책의 균형을 강조해 그 의의가 더 크다.

선언문 전문은 다음과 같다. 

‘치료에서 질병예방으로,

국민건강증진 전략의 대전환’을 위한 부산선언

Ⅰ. 선언의 배경

올해는 대한예방의학회가 창립 70주년을 맞는 해이다. 전 국민이 건강할 권리 보장에 앞장서 온 우리 학회는 한국 사회가 처해있는 보건의료 제도와 정책의 문제를 개선하여, 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치료에서 질병예방으로, 국민건강증진 전략의 대전환’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한다.

국민은 아플 때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경제적 부담 없이 쉽게 받기를 원하지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서비스도 동시에 요구한다. 따라서, 병의원에서 진단과 치료를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도 필요하지만, 국가 차원의 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한 건강정책 마련과 이를 실천할 지역사회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 인프라 구축도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 학회는 부산 선언을 통하여 다음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추진을 위한 공중보건 체계 구축이 우선적 국정 과제의 하나가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중앙 및 지방 정부, 민간, 학계, 지역사회, 국민 모두가 함께 노력하여야 국민의 건강 수준이 향상되고, 지역과 집단 간 건강 격차가 감소될 수 있다는 것을 천명한다.

Ⅱ. 건강의 가치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고 허약하지 않은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 상태를 말한다. 건강은 만인 공통의 권리 가운데 하나이고, 일상의 삶을 위한 필수적 자원이다. 건강에 대한 투자는 정부의 기본적 책무이며, 사회 모든 분야의 공동의 책임이다.

모든 국민이 개개인의 건강을 소중히 여기고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지만 사회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나 취약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높은 수준의 건강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Ⅲ. 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처 방안

우리나라는 1977년 직장의료보험 도입 이후 지속적인 의료 체계 정비 및 의료 제공자들의 노력을 통해 비용 효과적 의료 체계를 이뤄 왔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의 건강 수준은 지속적으로 향상되어 여타의 선진국과 비교해도 차이가 없거나 상회하는 결과를 보이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는 2030년 한국이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된다는 전망을 내어놓고 있다.

그러나 인구 구조의 급속한 고령화에 맞물려 주요 만성 질환으로 인한 질병부담 급증과 이로 인한 국민의료비 상승, 취약한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에 의한 재난적 의료비 문제, 건강 수준 및 보건의료자원의 지역 간 격차 심화,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큰 격차, 기후 변화 및 신종 또는 재출현 감염병의 위협으로 인한 공중보건위기 상황의 도래 등으로 현재의 보건의료 체계가 과연 지속적으로 유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우려의 목소리가 점증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건강 문제에 대한 대응에 있어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사망, 질병, 장애의 주요 원인은 비감염성 질환(만성 질환)이다. 대부분의 비감염성 질환은 예방이 가능하거나 발병을 지연시킬 수 있다. 감염성 질환도 여전히 위협적이지만 지역사회 기반 방역 체계 강화로 그 위해를 감소시킬 수 있다. 나아가 이미 만성 질환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조차도 건강 상태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과 지속적 관리는 필요하다. 따라서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은 국민건강관리를 위한 가장 주요한 선택이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건강관리 전략은 전통적인 ‘질병치료’에 집중해 왔다. 그런데 개인과 집단의 건강 수준은 질병에 이환되기까지 많은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 개인과 집단을 둘러싼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회 환경 속에서 기존의 치료적 접근만으로는 우리 국민의 건강을 항구적으로 담보하기 어렵다.

일상적으로 생활하고 배우고 일하고 즐기는 지역사회의 물리적·사회적·경제적·문화적 환경, 의료를 비롯한 교육 등 사회 서비스 수준, 임신 및 아동의 초기 발달 단계의 환경, 개인의 생활습관, 성(性)·연령·유전적 소인(素因) 등과 같은 생물학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개인과 집단의 건강 수준을 결정한다. 이들 결정요인들의 대부분은 보건의료영역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건강 수준의 근본적·점진적 변화를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증진하고 형평을 추구하여 실존하는 건강 격차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조직화된 노력으로 건강에 이로운 공공정책을 개발하고 지원적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하여 건강관리의 패러다임을 “치료 중심, 병원 중심”에서 “예방 중심, 지역사회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Ⅳ. 건강사회를 위한 권고

우리 학회는 ‘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치료에서 질병예방으로, 국민건강증진 전략의 대전환’을 위해 중앙과 지방 정부, 공공과 민간, 지역사회와 국민 모두가 동반자로서 함께 나아가기를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질병예방, 건강증진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민은 자신들의 건강을 소중히 여긴다. 질병 이환으로 심각한 아픔과 괴로움을 겪고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기보다는 예방과 건강증진을 통하여 좋은 건강 상태로 오랫동안 살기를 선호한다. 많은 건강 문제는 예방하거나 발생을 지연시킬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 있음에도 우리나라 의료 체계는 주로 질병에 걸린 뒤 진단, 치료, 돌봄(요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사전 예방과 건강증진으로 지금보다 더 건강해진다면 건강보장 재정은 보다 안정화될 것이고, 지속 가능한 건강보장 체계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분야에 대한 사회적 투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와 효용을 갖는다 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도 건강증진과 예방은 양질의 건강관리 체계를 위한 필수적 구성 요소로 인정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예방과 건강증진을 최우선으로 하는 건강관리 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여야 한다.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은 의료 전문가가 주도하는 수동적인 치료 서비스가 아니다. 보건의료 서비스는 건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지만 물리적·사회 경제적 상황, 교육에 대한 접근성, 생활하고 배우고 일하고 즐기는 지역사회의 여건도 중요한 영향 요인이다.

중앙 및 지방 정부의 많은 부서들,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조직 등 우리 사회 전체가 국민 개개인이 건강에 이로운 생활양식을 선택하도록 지원하고 건강에 이로운 환경을 만드는 데 함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이와 같이 건강 친화적인 지역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지역 주민의 주도적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실행되어야 할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어야 한다.
건강을 개인의 문제로 돌려서는 안 된다. 정책 결정자들은 건강에 대한 사회의 책임에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 공공 부문이나 민간 부문은 다 같이 건강을 증진시키는 정책과 실행을 추구하여야 한다.

2.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한 사회적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에 대한 현재의 투자는 치료에 대한 투자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효과적이지도 못하다.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에 자원을 선제적으로 투입해야만 치료와 예방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건강 투자는 여성, 아동, 노인, 빈곤층 등 취약 계층과 취약 지역에 대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3.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한 파트너십 강화
건강을 다루는 중앙 및 지방 정부 부서는 해당 조직의 분절적 칸막이와 울타리를 뛰어넘어야 한다. 포괄적 건강 결정요인과 관련되는 모든 부서들이 함께하는 범정부적인, 그리고 공공 및 민간 부문들을 포함한 사회의 모든 부문이 참여하는 범사회적인 접근 방식이 모색되어야 한다.

4. 지역사회와 개인의 역량 강화
건강증진은 사람을 대상화하여서 안 된다. 참여하는 사람이 주도하고 이웃과 동료가 함께 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건강증진은 개개인이 활동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집단, 조직, 혹은 지역사회가 건강의 결정요인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지속 가능한 건강증진 사업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참여와 역량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이 지역 기반 건강증진 사업 추진을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필수적인 정보 제공과 기술 개발을 위한 사회적 환경과 여건이 주어져야 한다.

5.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한 지방 정부의 역할 강화
건강친화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건강을 위한 지원적 환경을 창출하는 것은 중앙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 정부에도 똑같이 중요하다. 지방분권 시대에 조응하여 지역 맞춤형 예방과 건강증진 전략이 마련되어 실행되어야 하고, 지방 정부의 보건당국 위상 강화와 담당 전문 인력의 역량 강화 및 제도적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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