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유방암・간경변・치매・COPD 등 적응영역 확대추세

스타틴 계열 약물은 1980년대 고지혈증 치료제로 등장 이후 안전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약제로 30년 이상 처방돼오고 있다. 오래 복용해도 중독되거나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부작용은 밝혀졌다.

그간 외국연구진들이 이 스타틴에 대해 많은 연구결과를 발표, 그 적응분야가 날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천의얼굴을 가진 약제’란 표현도 걸맞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그간 발표된 국내외 주요 연구보고서를 중심으로 스타틴의 모습을 재조명해본다.

COPD에 도움…폐질환 위험 45%↓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애덤 레이메이커스 약리역학 교수팀은 스타틴을 복용한 COPD 환자 3만9,678명(50세 이상)의 의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COPD 진단 전 1년 안에 스타틴을 복용한 환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21%, 폐 질환과 관련된 사망 위험이 4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체 환자 중 사망한 사람은 1,446명, 스타틴 복용자는 7,776명(19.6%)이었다.

이 결과는 연령, 성별, 사는 지역, 소득수준 등 여러 가지 다른 요인들을 고려한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의학전문지 '흉부'(Chest) 최신호에 실렸다.

알코올성 간경변 사망 위험 줄여

덴마크 비도우레(Hvidovre) 대학병원 위장병 전문의 울리크 방 교수는 스타틴을 복용한 알코올성 간 경변 환자가 스타틴을 복용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간 경변으로 사망할 위험이 상당히 낮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소화 약리학과 치료'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1995~2014년 사이에 덴마크에서 알코올성 간 경변 진단을 받은 5,417명(평균연령 56세)의 조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스타틴 복용 환자는 복용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간 경변으로 인한 사망률이 43% 낮은 것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B형, C형 간염이나 다른 감염으로 발생한 간 경변 환자의 경우도 스타틴 복용으로 사망률이 낮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일이 있다.

유방암 발생률・사망률 감소

영국 아스턴(Aston) 대학 임상역학 연구실의 라훌 포틀루리 교수팀은 스타틴이 유방암 발생과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 감소와 연관이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결과를 유럽 심장병학회(ESC)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그의 연구팀은 2000년 1월 이후 고지혈증으로 치료를 받은 40세 이상 여성 1만6,043명과 이들과 연령대가 같으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 않은 비슷한 규모의 대조군을 대상으로 2013년까지 유방암 발생률과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고지혈증 그룹이 대조군에 비해 유방암 발생률이 45% 낮았을 뿐더러 유방암이 발생한 여성의 사망률도 고지혈중 그룹이 대조군에 비해 40%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 구조・기능개선 효과

영국 퀸메리 대학 윌리엄 하비 연구소의 네이 아웅 박사는 스타틴이 심장의 두께와 용적을 줄여 심장의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유럽 심장병학회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없는 4,622명을 대상으로 심장 MRI를 시행하고 이들의 의료기록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결과 이들 중 스타틴 복용그룹(약 17%)은 비복용 그룹에 비해 좌심실의 질량과 좌우 심실의 용적이 2.4%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타틴 그룹이 대조군에 비해 여러 형태의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좌심실 비대 위험이 낮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분석에서는 또 스타틴이 혈류를 개선하고 혈압을 떨어뜨려 심장에 대한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근경색 36%이하 확인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의료정보학·임상약학 로저 추 교수 연구팀이 지금까지 발표된 관련 연구논문 19편을 종합분석 한 결과 스타틴이 심혈관질환을 억제하고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미국의학회 학술지 JAMA에 발표했다.

이 연구의 참가자는 40~75세 성인 7만1,344명으로 스타틴 또는 위약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6년에 걸쳐 진행됐다. 이 결과 스타틴 그룹은 위약의 대조군에 비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31%,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14% 낮았다. 또 스타틴 그룹은 대조군보다 심근경색 발생률이 36%, 뇌졸중 발생률이 29% 낮았다. 이러한 효과는 특히 심혈관질환 위험이 가장 큰 그룹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지만,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은 그룹에서도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스타틴과 관련된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발성경화증 효과 본격 임상시험

중추신경계 질환인 다발성 경화증(MS)에도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본격적인 임상시험이 영국에서 시작된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신경학 연구소는 MS 환자 1,180명을 대상으로 스타틴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3상 임상시험을 전국 30개 의료기관에서 6년에 걸쳐 진행한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연구소는 앞서 2014년 MS 환자 140명을 대상으로 스타틴의 2상 임상시험을 2년 동안 진행하면서 환자들에게는 심바스타틴의 높은 용량인 80mg을 투여했는데 2년 후 뇌 MRI 결과는 뇌가 위축되는 속도가 스타틴 그룹이 연간 0.3%로 위약 투여 대조군의 0.6%보다 절반이나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틴 그룹은 실제로 신체장애의 정도도 개선됐는데 고용량이 투여됐지만, 내약성도 양호했다.

고지혈증 환자 암 사망위험 22~47% 낮아

영국 아스톤의대 폴 카터 교수 연구팀이 전립선암, 유방암, 대장암, 폐암 환자의 2만2677명의 14년간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암과 함께 고지혈증이 있는 환자는 고지혈증이 없는 환자에 비해 암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22~4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고지혈증이 있는 암환자는 10명 중 9명이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이는 암 사망위험 감소가 스타틴의 효과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지혈증이 있는 전립선암 환자는 사망률이 47%, 유방암 환자는 43%, 대장암 환자는 30%, 폐암 환자는 22% 각각 낮게 나타났다. 아울러 스타틴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무관하게 암환자의 예후를 개선하는지도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과제가 있다.

치매 예방 도움…꾸준한 복용 15% 낮아져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학 보건정책센터의 줄리 지시모풀로스 교수 연구팀은 스타틴을 자주 복용하면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미국의사협회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정부가 65세 이상 연령층에 제공하는 건강보험 메디케어 수혜자 약 40만 명을 대상으로 스타틴 복용과 치매 발병률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 결과 2006~2008년까지 최소한 2년 사이에 스타틴을 1년 중 최소한 6개월 꾸준히 복용한 사람은 이후 5년 사이에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스타틴을 이따금 복용한 사람에 비해 남성은 12%, 여성은 1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인종, 성별 그리고 복용한 스타틴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즉, △심바스타틴은 성별과 인종에 따른 감소 효과는 10~23%였지만 흑인 남성은 효과가 없었다. △아토르바스타틴은 백인 및 흑인 여성, 히스패닉계 남・여성에서 16~39%의 치매 위험 감소 효과가 나타났지만 백인 및 흑인 남성은 뚜렷한 효과가 없었다. △프라바스타틴과 로수바스타틴은 백인 여성만 약 18%의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부작용 지래짐작 '노시보'현상 심각

스타틴의 부작용 중 근육통, 인지기능 저하, 발기부전은 이런 위험을 미리 알고 있는 스타틴 복용자의 지레 짐작에서 오는 허위 증세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임피어리얼 칼리지 런던(ICL) 심장-폐 연구소의 피터 시버 박사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는 성인 남성 9,899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 임상시험을 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밝혔다.

이 결과 먼저 스타틴 또는 위약을 3년간 복용한 1차 임상시험에서는 근육통과 발기부전이 나타난 비율이 스타틴 그룹과 대조군 모두 비슷했다. 그러나 두가지를 선택, 2년간 복용케한 2차 임상시험에서는 스타틴 복용 그룹이 대조군에 비해 근육통 발생률이 41%나 높게 나타났다. 스타틴 복용자들은 또 야뇨증과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증이 생겼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늘었다. 기억력 같은 인지기능이 떨어졌다고 말하는 사람은 몇 안 돼 스타틴과의 연관성을 판단할 수 없었다. 이는 스타틴과 관련된 부작용들이 대체로 '노시보 효과'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시버 박사는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 의학 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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