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소득・건강의식 높아져 관련정보 필요성 고조추세

종편TV 시청률 올리는 ‘일등공신’ 간주 나날이 늘어나
근거・검증 외면 객관성보다 흥미 위주 프로그램 대부분
출처확인조차 안된 자료 기사화 암환자 혼선초래 경우도
의사단체 등 전문가집단 중심 검증기준・체계 확림 시급

나날이 다양화하고 있는 매체들의 난립과 무분별하게 쏟아내는 불량 의학정보들이 국민들의 건강을 알게 모르게 침범하고 있는데도 방치된 상태라는 사실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기회 있을 때 마다 전문가 단체를 들먹이던 의사단체들도 속수무책인 상태다.

대한의사협회는 소속 국민건강보호위원회와 함께 2월21일 “불량 의학정보, 어떻게 할 것인가?”주제 2018 건강정보포럼을 열어 올바른 정보전달방안을 모색했다.

‘쇼닥터’ 양산하는 종편TV

포럼에서 ‘TV 건강의학정보’에 관해 발표한 명승권 건강정보분과위원회 부위원장(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의생명과학과 교수)는 자신도 자주 출연해보고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 있음을 전제로 부정적인 요소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명 교수에 따르면 소득증가와 급속한 노령화 사회의 진전으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에 편승, 채널 인지도 및 시청률 높이는데 건강프로그램을 이용하고 그 효과를 ‘일등공신’으로 평가하고 있다.

명 교수가 분석한 일부 TV건강프로그램의 문제점과 질 평가 필요성에 따르면 대부분 정확성과 객관성은 낮아도 높은 시청률 확보 위해 흥미위주의 내용으로 구성되고 있다. 또 임상적 근거가 확립되지 않은 각종 민간요법, 보완대체요법 홍보의 장이 되고 있다. 이는 인과관계가 불확실한 개별적 사례의 일반화하고 있음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각종 요법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 발생할뿐더러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고 표준치료에 대한 거부로 치료시기 놓쳐 질병이 악화되는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여기에 일명 ‘쇼닥터’ 즉, 양산 방송매체에 빈번하게 출연해 근거없는 치료법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는 의사들이 앞다퉈 양산되고 있어서 TV매체를 통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한 건강 및 의학정보의 오남용에 따른 국민건강위해를 줄이기 위해 TV건강프로그램에 대한 강력한 질 평가 및 모니터링 필요하다.

허술한 기존 건강정보 평가 도구

명 교수에 따르면 ‘Media Doctor’란 평가도구가 있으며 이는 10개 문항으로 구성된 잡지기사(journal article) 중 의학적 치료법에 대한 내용을 평가하는 도구이다.

또 ‘The DISCERN Instrument’는 다양한 형태의 치료에 관한 소비자 건강정보를 평가하는 도구로 신뢰도(8문항), 질(7문항) 등 최종 질 평가를 15문항 점수를 토대로 하고 있다.

대한의학회의 건강정보 심의 인증규정인 ‘건강정보평가표’는 신뢰성(5문항), 유익성(3문항), 이해용이성(3문항), 완전성(1문항), 공공성(2문항)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이들 기존 건강정보 평가 도구는 제한점이 있다. 우선 전반적으로 문항수가 많고 TV매체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고 있음에 따라 늘어나는 TV 건강정보에 특화된 평가도구의 개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신・근거 등 정보 평가도구 개발

명 교수는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이러한 현실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TV건강정보 평가도구’를 전문가들과 함께 개발, 3차례의 수정과 개편을 통해 완성도 89%가량의 ‘버전3’ 평가도구를 마련했다.

이 도구는 △최신 건강정보 여부 △근거수준 △정확한 정보전달여부 등 <신뢰성>과 건강서비스 또는 정보와 관련한 부작용, 제한점, 새로운 건강정보의 일반화의 오류에 대한 언급 등을 통해 건강정보를 활용하는데 충분한 정보의 제공여부 등 <충분성>을 그 항목으로 하고 있다. 또 시청자에게 도움을 주었는지 여부(유용성), 쉬운용어 사용으로 쉽게 이해하게 했는지(이해와 용이성), 정보 전달자의 자격이나 구성의 적절성 여부(전문성), 정보의 상업성 또는 특정 제품의 홍보목적 여부(상업성) 등을 평가, <권장>여부를 판별하는 것이다.

TV건강의학정보 가이드라인 제정

그는 지상과 및 종편채널의 주요 TV건강프로그램 건강정보를 평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즉, 대한의사협회 주관으로 새로 개발된 TV건강정보 평가도구를 이용해 평가한 후 그 결과를 홈페이지 및 보도자료를 통해 주 단위로 발표하고 ‘비권장’에 해당하는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내용에 대한 심의를 통해 권고/주의 및 시정 명령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또 ‘TV건강정보프로그램 제작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방송통신심의원회(혹은 방송사 자체)가 주관하되 TV건강프로그램 제작 시 상시적으로 대한의사협회 건강정보분과위원회 자문 등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각 방송사의 TV비평 옴부즈맨 프로그램에 건강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전달하는 코너를 신설하는 방안과 ‘쇼닥터’에 대해 ‘의사방송출연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한의사협회가 제제하는 등 자정노력도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확인 근거 건강정보 기사화 지양돼야

‘언론기사 건강의학정보’를 발표한 오승원 국민건강보호위원회 건강정보분과위원회 간사(서울의대 교수)는 콩 섭취가 암환자에게 유해하다는 기사와 위험을 낮춘다는 두 가지 기사를 비교했다. 즉, 호주 뉴사우스 웨일스 주 암협회가 암환자들에게 식품섭취와 관련한 지침을 내려 콩으로 만든 보조식품을 섭취해서는 안된다고 한 내용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 기사내용에는 언제 발표한 것이며 발표한 암 협회란 곳의 성격이 불분명하다는 점, 유해성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지적, 오도한 일면을 지적했다.

이에 반해 2,272명의 실험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유방암협회의 연구결과는 구체적인 실험대상과 방법, 시기 그리고 연구결과를 살펴볼 수 있는 논문 발표처를 밝혔다는 점을 극명한 상반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기 대한의사협회가 기사의 출처가 된 호주 뉴사우스 웨일즈 암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원자료에는 ‘암환자가 콩으로 만든 식품을 적당량 섭취하는 건 권장할 만하고 다만 식물성 에스트로겐 같은 콩의 특정 성분을 추출한 콩 보충제는 피하라고 권고한 것’임을 확인했다. 즉, 원문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국내 연구자들을 통한 검증작업도 없이 현지 통신원이 보낸 기사를 그대로 내보낸 뉴스와 일부 언론의 받아쓰기 기사가 논란의 화근이 됐다고 했다.

평가도구 개발 타당・신뢰도 검증

한편 오승원 교수는 부적절한 건강정보 노이즈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 것인지, 건강정보 평가를 위한 적절한 도구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모두가 가져야 한다고 의학계에 충고했다. 또 이러한 문제의학을 통해 우리나라 건강정보 특성을 반영하면서 타당도가 확보된 도구의 필요성과 도구를 통해 표준화된 평가 뿐더러 정보생산자(언론인)에게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표준화된 평가 도구 및 방법의 개발은 △국외에서 사용되는 도구와 기존 국내 개발도구를 참고해 평가도구를 개발하고 그 타당도 및 신뢰도를 검증해야 하며 △여기에 한국의 미디어 환경 특성을 반영하고 △표준화된 평가방법을 함께 개발, 훈련받은 전문가ㅢ 평가가 가능하도록 활용 가능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수건강도서심사 기준 등 정비 절실

‘건강도서 분야’에 관해 현실을 분석한 황승식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개인적인 경험을 주로 하는 건강도서들이 일본에서 많이 발행되고 있고 국내에 번역본이 끊이지 않고 발행되는 점에 대해 ‘번역하기 휩기 때문’이란 이유가 가장 크고 우수건강도서로 추천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개인경험을 위주로 함에 따라 과학적, 객관적 근거가 미약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를 따라서 실천했다가 낭패를 겪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또 저자가 사망한지 오래된 책도 버젓이 최근까지 발행되고 국내에 번역돼 우수건강도서란 판정을 받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따라서 우수도서 출판사의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 선정도서중 소규모 출판사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추천도서 코너를 신설하고 대형서점 건강코너 담당자 협의 및 전달, 한국언론진흥재단이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협력 우수건강도서목록을 전달하는 등의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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