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맞춤형 약료서비스 중요, 대비 위한 약사법 개정 필수

▲ 한국의약품정책연구소 김대원 소장

4차 산업혁명 시대 보건의료의 메가트렌드는 개인맞춤형 정밀 보건의료 서비스이다.

개인 맞춤형 정밀 보건의료는 4P를 특징으로 하며 웨어러블 기기나 각종 바이오센서 등을 통해 데이터의 생성에 고객이 직접 참여하고(Participatory) 질병을 예측하거나(Predictive) 예방할 수 있게 되며(Preventive) 더욱 정밀하게(Precision) 구현되는 보건의료서비스를 말한다.

이와 같은 정밀 보건의료는 유전자분석기술과 빅데이터 분석기술이 발달함으로써 본격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이런 분석기술을 활용해 매우 신속하게 최적의 솔루션을 도출하고 의료진에게 제공하게 된다.

즉 미래에는 나의 질병을 미리 예측할 수 있고, 나만을 위한 치료 지침이 설정되며, 나만을 위한 케어 프로그램 가동, 나에게 최적화된 의약품이 제공될 것이다.

이런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시대에 약국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미래의 약국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지만 현재는 약사회나 정부, 약학대학에서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변화의 물결은 생각보다 빨리 도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자동조제 시스템이나 조제로봇이 약사의 조제업무를 대신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만큼 미래의 약사 업무는 현재와 같지 않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거치면서 루틴하고 반복적인 일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되며 로봇이 할 수 없는 영역에 인간 역할이 존재하리라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미래의 보건의료 트랜드가 개인 맞춤형 정밀 보건의료라면 조제업무도 지금보다 더 세분화되고 정밀해지며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와 같은 형태의 자동조제시스템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더 정밀한 조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혈전예방약으로 현재는 100mg 아스피린이 처방되는데 환자의 유전적 특성과 신체 상태에 따라 70, 80, 90, 100, 110mg 등 더욱 정밀하게 처방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정밀 함량의 처방은 부작용을 줄이면서 더 우수한 치료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조제를 위한 수단이 필요하게 될 텐데 그 실마리를 3D프린터에서 찾을 수 있다.

3D 프린터는 활용성이 매우 높아 작게는 초정밀 부품에서부터 크게는 6층짜리 아파트를 지은 사례까지 알려져 있다.

또한 과거에 적층식으로 한겹 두겹 차곡차곡 쌓아 형태를 만드는 방식으로 시작된 기술이 현재는 소재가 다양화되어 금속까지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고 입체적으로 프린팅하는 기술로 구조체 내에 다른 물체를 삽입해 마치 만두처럼 겉과 속이 다른 물건을 만드는 프린팅 기술도 선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3D 프린터를 이용한 즉석 개인 맞춤형 조제약의 제공이 미래 약국의 업무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상상을 해 본다면 알약 하나 정도의 크기에 중심에는 처방된 여러 성분의 정량화된 미립자 또는 마이크로디스크가 담겨있는 형태로 3D프린터를 이용해 즉석에서 처방조제를 하고 환자에게 개인 맞춤형 조제약으로 제공한다면 환자의 치료 효과와 만족도는 훨씬 높아질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렇게 되려면 정량화된 미립자나 마이크로디스크의 형태로 의약품이 제공돼야 하므로 제약분야와 약사법의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이미 개인 맞춤형 정밀 보건의료 시대가 열리고 있고 큰 흐름이 그 방향이라면 미리 연구하고 준비해 제도 정비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의 약사는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의약품을 제공함에 있어 의료진과 협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관리, 약력관리와 DUR 업무, 부작용 관리, 건강생활 관리 등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과거의 의약품 전달을 중심으로 서비스 체계가 정립됐던 것이 미래에 개인 맞춤형 약료서비스로 중요도가 변경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약사들은 약료서비스에 대해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하고 유전자 분석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약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본 지식 함양에 힘써야 한다.

이런 개인 맞춤형 약료서비스는 약국의 핵심 업무가 될 것이고 특히 약사만이 제공할 수 있는 배타적인 서비스라는 점에서 약사의 미래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학대학에서는 빅데이터에 대한 개념과 기본적인 분석 방법 등에 대해 필수적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

개인 맞춤형으로 최적화된 의약품 선택에 있어 심층적 이해 없이 무조건적인 수용은 이미 전문가라 할 수 없으며 미래의 약사가 의약품 전달자 위치에만 그친다면 약사는 그 존재이유를 상실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개인 맞춤형 약료서비스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약사법 개정이 매우 중요하다.

약사의 조제를 단순한 행위로 정의하고 있는 현행 약사법을 개정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서비스 개념으로 확대하고 조제수가도 행위별 수가가 아닌 서비스 수가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개인 맞춤형 약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걸림돌이 없어질 수 있다.

만일 약사법 개정을 조만간 이뤄내지 못한다면 약사 직능은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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