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 확보 위한 약사법, 약사역할 정의 수정 및 강화 필요

▲ 한국병원약사회 조윤숙 표준화이사(서울대학교병원 약제부장)

2016년 존스홉킨스대학교 연구팀은 사망 원인에 대한 연구에서 암과 심장질환 다음으로 의료과오로 인한 사망을 3위로 보고했다. 

미국에서만 매일 한 명 이상이 의약품사용과오로 사망하며 Bates 등의 연구에 따르면 병원에서 발생하는 의약품 부작용은 재원기간을 약 5일 연장시킨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에 의하면 의약품사용과오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지출되는 의료비는 전체 의료비의 1%가 지출되고 있다고 한다.

의약품사용과오에 대한 이같은 여러 연구를 통해 약사의 중재 역할이 과오 발생뿐만 아니라 의료비용 감소에도 기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의학원(Institute of Medicine, IOM), 메사추세츠 연합체(Massachusetts Coalition for the Prevention of Medical Errors, MCPME) 등의 기관에서는 의료과오를 감소시키기 위해 임상약사를 활용해 중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약사의 약료서비스는 일반 약료서비스(의약정보, 영양지원, 항응고치료상담, 임상약동학자문)를 가장 많이 시행(약 60%)하고 있으며, 특정질환 약료서비스(종양, 호흡기질환, 장기이식, 약 27%), 병동 및 특수 환자군 약료서비스(중환자, 일반환자 대상 병동약사, 약 13%) 순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런 약료서비스는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약사 중 약 15%의 약사가 수행하고 있으며, 의약품사용과오 관리 업무를 약제부서 내에서 시행하고 있는 병원은 약 91%, 환자안전위원회에 약사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병원은 약 85%이다.

환자의 질병 치료를 위해 의사는 정확한 진단에 근거해 약을 처방하고, 약사는 처방한 약이 적절한지 검토하고 조제해 환자에게 복약지도와 함께 투약하면서 잘 복용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복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

특히 병원에서는 사용할 약을 선정하고, 구매하는 과정에도 약사가 관여하며 근거자료 조사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절차를 관리하고 이 단계에서 환자 안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요소를 차단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약사 역할에 대한 외국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약사 역할에 대해 약사법에서 기술하고 있는 정의를 수정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일본 약제사법에 따르면 약사란 ‘의약품의 조제와 공급 이외에 공중 위생의 향상 및 증진에 기여함으로써 국민의 건강한 생활을 확보하는 업무를 수행한다’와 같이 기술되어 있다.

캐나다 약사법에는 ‘약사란 주의 약사회에 등록된 자로서 약물치료를 통하여 환자의 건강상태, 장애(disorder),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며, 약물치료의 유용성이나 위험성 등을 환자에게 조언해 주고 또한 의약품(기구 포함)을 조제 투여하는 일을 행하는 사람이다’로 돼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약사법에는 병원약사 업무가 의약품 조제와 복약지도에 대한 언급만 있고, 2016년 시행된 환자안전법에서도 환자안전기준에 약사의 현행 업무에 대한 언급은 있으나 환자안전전담인력에 약사가 배제된 것이 현실이다.

최근 많은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환자안전과 관련한 사건은 대부분 의약품과 관련 있으며, 의약품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병원약사가 문제해결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환자 치료에 있어 약사 역할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병원에서 약사 역할은 안전한 의약품 관리, 정확한 조제 및 복약지도에 국한돼서는 안되고, 다른 나라들에서 이미 언급하고 있는 국민 건강을 관리하는 역할에 대한 항목이 약사 역할에 추가돼야 환자안전이 근본적으로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병원에서 의약품을 처방받아 복용해야 하는 환자 마음을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소통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가 되고 있으며, 약사는 이런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환자 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분들이 약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해 증상이 완화되면 스스로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복용해야 하는 약의 개수가 많은 경우에는 복용법이 복잡하면 복용시간을 잊게 되거나 복용의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환자와의 상담시간을 확보함으로써 공감을 통해 질병 치료를 위한 약 복용 필요성을 이해시키고 복약순응도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환자 스스로 자신을 관리할 수 있는 멘토 역할을 할 때 진정한 약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환자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약의 적절성에 대해 검토한 후 의사나 간호사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환자와의 상담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제 자동화기기 사용을 확대하는 등 약의 사용과 관련한 병원 내 또는 정부와 정책적인 고민과 개선을 통해 병동약사활동(Medication Reconcilliation 포함)이나 MTM(Medication Therapy Management) 서비스와 같이 더 많은 약사가 전문적 지식을 환자를 위해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약학대학의 교육과정에서도 환자를 위한 약사의 역할 강화를 위해 많은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자가 병원에서 약사와 만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환자의 안전은 지켜질 수 있을 것이며, 국민이 원하는 약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