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약국·약사, 복약순응도 향상과 개선여부 모니터링 필요

▲ 서울특별시약사회 학술이사, BCPS 김예지

2000년 인구의 7%가 노인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이래, 노인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2030년 한국인의 기대 수명이 평균 여자는 90.82세, 남자는 84.07세로 세계 1위가 될 것이라고 작년 WHO가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재 40%정도인 노인진료비는 2030년엔 7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건강보험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지, 또한 4차 산업혁명시대에 약사 직업은 없어지고 로봇이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은 약사인 우리를 두렵게 한다. 과연 그럴까?

요즘 환자들 중 노인이 많아진 걸 실감하겠지만 점점 더 노인 환자들은 많아질 것이다.

노인의 질환은 단순히 질환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에서의 역할 상실감, 고독감, 빈곤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원인들에 의해 일어난다.

또한 독거노인이 21%에 달하는 현실에서, 노인들은 점점 늘어만 가는 약을 복용하지 않을 수도 없고, 이렇게 많은 약을 복용하자니 불안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노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언제든 편하게 들를 수 있고, 모든 점을 고려해 조언해 줄 수 있는 지역약국 약사야말로 환자가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건강지킴이가 되리라 생각한다.

노인들은 젊은 시절부터 갖고 있던 만성질환에, 노인이 되면서 생기는 질환이 더해져 점점 더 많은 약을 복용하게 된다. 이들의 약물 중재와 심리적인 아픔을 나눌 수 있는 것은 로봇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인 10명 중 9명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고, 3명 중 1명은 3가지 이상의 질환을 갖고 있으며 3명 중 1명은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따라서 많은 노인들이 처방약, 일반약, 건강식품, 한약 등을 복용하고 있다.

약을 2개 복용할 때는 18%이던 이상반응이 7개 이상 복용하면 82%에 달하고 우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건강식품도 약물, 질환과의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이런 상호작용과 이상반응 때문에 건강이 더 악화되는데 이를 모르는 노인들은 나이 탓으로 돌려 더 많은 병원을 다니게 된다. 그러다 보니 중복되는 약, 상호작용이 심각한 약, 이상반응 때문에 또 처방되는 약으로 복용하는 약의 개수는 점점 더 늘어난다.

따라서 다제복용을 하는 노인의 경우 항상 이상 반응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약물 이상반응 때문에 또 다른 약물이 처방되는 처방의 악순환을 예방해야 한다.

또한 노인의 신체기능과 약동학, 약력학이 젊은 시절과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약물 상호작용이 더 심해지고 약물 이상반응도 훨씬 많아지게 되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가 동네 근처에 오래 근무했던 약국은 단골손님이 많았고 대부분 노인들이었다.

환자의 약력, 가족력, 복용하는 약, 알러지, 가족상황까지 모두 알고 있어 환자 맞춤형 상담을 할 수 있었다.

환자들은 수시로 약국에 들러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얘기나 애로사항도 얘기하며, 이미 이사가신 노인들도 추억을 찾아 이 약국을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고, 갈 곳 없는 노인들이 잠깐 들렀다 쉬어가는 동네 사랑방이었다.

이 약국은 오래된 전통적인 약국처럼 보이지만 미래의 약국 모델은 사람의 마음을 얻고 치유할 수 있는 모델이 되어야 한다.

외로운 노인 환자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약물 중재도 더불어 해 주는 곳, 환자의 모든 가족력, 약력을 알고 있고, 환자는 약사를 신뢰하고 약사의 전문적인 상담과 따뜻한 배려가 있는 단골약국이 더욱 더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노인들의 약물을 모두 검토할 수 있는 약의 전문가인 약사가 많은 약을 앞에 두고 시름에 잠겨있는 노인들에게 단골 주치약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인들 상담 시 약사들은 ‘약의 용법 용량은 정확한지? 상호작용은 없는지?’ 외에도 ‘노인에게 부적절한 약물은 없는지? 약물이상 반응 때문에 처방되는 약물은 없는지? 필요 없이 중복되는 약물은 없는지? 환자가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치료유익성이 확실하지 않은 의약품, 임상적응증에 해당되지 않는 의약품은 즉시 의사에게 의뢰해 중재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한 노인들의 약물요법을 단순화하고 최소화해 복약순응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고 환자 상태의 개선여부를 모니터링 해야 한다.

특히 시력, 청력, 인지력, 질병 때문에 노인 환자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가급적 천천히, 명료하게, 환자 얼굴을 보며 얘기하도록 하고 필요시 제스츄어, 그림(약학정보원의 픽토그램), 무광택, 큰 글자를 사용하면 더욱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복약지도 시에는 환자에게 다시 되물어 봐야 하고, 환자가 복용하는 약물을 기록해 병원, 약국 방문 시 상호작용을 체크하고, 가급적 단골 약국을 정해서 다니도록 독려해야 한다.

노인 약료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여러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하므로 쉽지 않지만, 노인 약물 중재는 퍼즐과 같아서 이 퍼즐을 맞추고 나면 큰 보람을 느끼고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다.

필자가 노인 약료를 생각할 때면 타이페이 약사회장에게 패밀리 약사제도에 대해 물었을 때의 대답이 항상 귓가에 맴돈다. “노인의 안전한 약물복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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