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팀, 인접장기 침윤 여부 및 장기 수에 따라 환자 예후 크게 달라

국내 연구진이 원위부 담도암의 국제 병기체계가 환자의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손병관 교수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소화기내과 손병관 교수는 개정 8판의 미국암연합위원회(이하 AJCC)가 제시한 원위부 담도암 병기체계가 인접 장기(담낭, 췌장, 십이지장 등)의 침윤 여부의 중요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원위부 담도암 병기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제시한 논문을 SCI 학술지인 ‘Scientific Reports’ 7월호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원위부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다기관 임상연구로, 성균관의대 김동훈 교수, 한양의대 민경환 교수 등 해당분야 전문 연구진들이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AJCC의 담도암 병기체계에 따르면 담도암의 병기를 결정할 때 암의 침윤깊이(T), 임파선의 전이(N), 다른 원격 장기로의 전이(M)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TNM 분류법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8차 AJCC 원위부 담도암의 TNM 병기는 암의 침윤깊이에 따라 T1 (침윤깊이 < 5 mm), T2 (침윤깊이 5~12 mm), T3 (침윤깊이 >12 mm)로 분류하며, N병기는 암세포의 임파선 침습에 따라 N0 (임파절 전이 없음), N1 (전이성 림프절 1~3개), N2 (전이성 림프절 3개 이상), 그리고 M병기는 원격 장기 전이 여부에 따라 M0 (전이 없음)와 M1 (전이 있음)으로 분류한다.

손병관 교수팀은 이미 World Journal of Surgery (SCI저널) 2017년 1월호에 연구논문을 게재해 원위부 담도암의 병기설정에 있어 암의 침윤깊이에 따른 예후판정의 중요성을 증명한 바 있다.

이전 연구는 7차 AJCC 병기체계에서 모호했던 T병기 설정에 대해 mm단위 수준의 침윤깊이에 따라 객관적인 설정값에 근거한 T병기 재분류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손병관 교수에 따르면 8차 AJCC 원위부 담도암의 T병기 설정에서는 암 침윤깊이에 따라 T1, T2, T3으로 분류해 개정됐지만 중요한 인접장기 침범 여부에 대한 설정이 제외됐다.

손병관 교수는 이에 대해 “원위부 담도는 췌장 등 주요장기와 바로 맞닿아 있고 길고 복잡한 구조적인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암의 침윤깊이가 비슷해도 암의 위치에 따른 인접 장기의 침윤 여부 또는 침윤 장기의 갯수에 따라 예후가 확연히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 8차 AJCC 원위부 담도암 병기는 이런 중요한 특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원위부 담도암 환자 378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 결과 8차 AJCC T2와 T3병기 분류에 따른 생존율은 큰 차이가 없는 반면에 암 침윤깊이와 무관하게 인접장기의 침윤 여부 및 침윤 장기의 수에 따라 무재발 생존율(relapse free survival)과 전체 생존율(overall survival)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무재발 생존율에서 단일 인접장기를 침윤한 환자에서 66.4%가 재발했으나 2개 인접장기를 침윤한 환자는 75%가 재발했다(평균 추적 관찰기간: 44개월).

전체 생존율에서도 단일 인접장기를 침윤한 환자는 73%가 사망했으나 2개 인접장기를 침윤한 환자는 84.6%가 사망했다(평균 추적 관찰기간 48개월).

이런 결과는 현재의 침윤깊이 분류에 따른 T분류가 정확한 예후 판정에 미흡하다는 것을 입증했고, 보다 정확한 예후 판정을 위해 침윤깊이 간격의 재조정과 함께 인접장기 침윤여부 및 침윤장기 수에 대한 평가 항목이 T병기 분류에 추가 설정돼야 할 필요성을 증명했다.

손병관 교수는 “이번 연구는 AJCC의 원위부 담도암 병기의 한계점을 증명하고 보다 명확한 예후 판정을 위해 병기 설정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추가 연구들이 이어져 원위부 담도암 병기체계의 개정 필요성이 탄력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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