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관리 공청회,건보공단 산하 약제사후관리위원회 신설 제안

의약품 등재 후 임상적 자료 활용 평가·관리방안 공청회

표적항암제 등 고가의 항암제 신약이 대거 등장해 급여화 되면서 의약품에 대한 환자 접근성은 향상됐지만, 급여 등재 후 평가 시스템이 없어 오히려 의약품에 대한 불확실성은 높아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의약품 등재 후 평가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7일 ‘의약품 등재 후 임상적 자료 등을 활용한 평가 및 관리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김흥태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건보공단으로부터 지난 5월 의뢰받아 수행하고 있는 ‘의약품 등재 후 임상적 자료 등을 활용한 평가 및 관리방안’에 대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학계, 제약업계, 환자단체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효과 없는 등재약 퇴출 시스템 마련

이번 용역 과제의 연구책임을 맡고 있는 김흥태 교수는 우리나라의 급여 등재 시스템에 퇴출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고가 항암제로 인해 약제비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고가의 면역항암제가 FDA에서 승인된 지 2년도 안된 짧은 시간에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5월 영국 나이스가 폐암 1차 치료요법에 키트루다 치료가 비용 효과적이라고 발표하면서 사용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재정독성’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 정부에서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문재인케어 시행 시 건강보험 재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건보 재정 위협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급여 진입장벽만 높을 뿐 합리적인 재조정 기전이 없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유럽에서는 5년마다 또는 주기적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약가도 재협상한다”면서, “우리나라는 신약 등재 후 사후관리 평가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급여 등재 후 효과가 없는 약제에 대해서도 해결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즉, 의약품이 급여로 등재된 후 임상효과와 경제성평가 등 사후관리 시스템이 전무한 것이다.

김 교수는 “효과가 없다면 공정하게 퇴출시키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급여 등재 후 사후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로는 임상시험자료와 진료현장에서의 ‘갭(Gap)’을 꼽았다.

제약사 주도의 3상 임상시험의 경우 △활동도가 나쁜 환자(ECOG2,3,4) △뇌전이가 있는 환자 △고령의 환자 △조직검사 어려운 환자 △B형간염·C형간염, 결핵 △간기능, 신기능이 안 좋은 환자 △자가면역 질환이 있는 환자 등을 제외하고 있다.

실제 제약사 중심의 임상시험에서 췌장암의 ‘젬시타빈+얼로티닙 병용을 통해 1,500만 원 비용이 소요되고 생존기간이 2주로 개선됐다고 해서 급여화가 됐는데, 실제 리얼월드 데이터를 전수조사한 결과, 7,900만 원이 더 사용되고 3일 더 사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약사 임상시험에서 비소세포폐암의 얼로티닙 사용시 1개월 연장이 증명돼 2012년에 급여로 인정됐지만, 연구자 주도 임상에서 일반 항암제가 3개월 더 사는 등 표적항암제의 열등함이 증명됐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급여가 유지되고 있다.

김 교수는 “제한된 의료자원에서 신약과 신의료기술은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며, “신약 등의 환자 접근성을 보장하면서도 건강보험 재정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의약품 등재 이후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사용 실적 등에 근거해 합리적인 평가 및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약제사후관리위원회 신설 제안

이에 따라 건보공단 산하에 ‘약제사후관리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안정훈 교수는 이날 공청회에서 ‘고가 의약품 사후관리방안 및 제도운영원리’를 주제로 발제하면서 건보공단에도 고가의약품 사후관리를 위한 자문기구인 ‘약제사후관리위원회’ 설립 근거를 제시했다.

‘약제사후관리위원회’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등 외부 연구진의 임상현장근거(Real World Evidence, RWE) 분석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건보공단이 이 연구결과를 기준으로 의약품 재평가 협상에 나서는 구조다.

약제사후관리위원회에는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 임상전문가, 통계전문가, 경제성평가 전문가, 환자·시민단체 등이 참여한다.

임상현장근거 연구방법으로는 전향적 관점 모형과 후향적 관점 모형을 제시했다.

안 교수는 “후향적 관점 모형은 2020년 이후 등재 약제들 중 추가 임상연구의 필요성이 낮은 약제들을 대상으로 국내 진입 시점과 최초 허가 임상결과 발표시점의 시차를 고려해 체계적 문헌고찰 혹은 후향적 임상연구를 통해 임상현장근거 수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RSA 재계약에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 안 교수의 설명이다.

안 교수는 또 전향적 관점 모형(Prospective Model)에 대해 “2020년 이후 신규 등재 약제를 대상으로 계약 시점부터 전향적 임상연구를 시작해 임장현장근거를 수집하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0년 이후 도입 약제의 경우 전향적 연구와 후향적 연구를 순차적 또는 동시에 진행하고, 신약 등재 과정에서 제약사의 의견과 함께 전문학회 의견을 첨가하는 한편 임상현장근거를 통해 재평가를 시행한다면 약제의 적절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후평가로 약가인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는 ‘약제 급여 등재 후 평가 선정과 방법’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급여로 등재됐어도 상대적으로 불확실한 약제는 사후관리 시스템을 통해 평가관리를 해야 한다면서, 사후평가 강화의 목표는 약가인하라고 밝혔다.

이대호 교수는 “위험분담제의 경우 고가에도 불구하고, 급한 암환자들에게 어느 정도 불확실성을 안고 약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분명 제약사들이 이득을 본 것인 만큼 등재 이후 계속해서 비싼 약값을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허가임상인 RCT 이후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하기 위한 3상 비교임상, 메타분석 등이 이뤄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그사이 제약사는 수익을 다 벌어간다. 옵디보·키트루다 등 면역항암제는 불확실성이 큼에도 엄청난 수익을 가져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약사가 불확실성에 대한 책임으로 약가를 낮추고 급여권에 들어와 현장의 데이터(RWE)로 재평가를 받으라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불확실성이 있는 의약품도 급여권에 들어올 수 있다. 다만 재평가 결과 임상적 유효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급여권에서 나가야 한다”며, “퇴출이라는 표현보다는 급여상실라는 표현이 맞다. 급여가 사라진다고 해서 허가가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政, 사후관리 방안 필요

이 같은 의견은 정부는 보험자가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 급여 등재 후 사후관리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곽명섭 보험약제과장은 “포지티브시스템으로 등재된 약제가 2만개가 넘고 있다”면서, “과거 약가인하와 목록정비도 있었지만 기존 약제에 대한 제대로된 관리방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곽 과장은 “보험자로서 재정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 환자 접근성의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진입하는 약제가 빠르게 늘었다”면서, “불확실성을 국민이 보험료로 감당해야 하는 부분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약품 가격은 각국이 빗물유지로 계약하고 있어 오픈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사후관리 방안이 필요했다”며, “수용 가능성이 높은 모델을 전문가적 입장에서 만들어 달라고 했고, 이를 바탕으로 건보공단, 심평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기능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기관이 역할분담을 할 수 있도록 중복되는 요소를 제거해서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연구, 평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기관 특성에 맞는 역할을 기여하면서 평가 시스템 갖추는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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