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균요법학회, 범부처간 통합 인프라 구축·중소병원 감염관리 지원 강화 촉구

항생제 사용량 감소를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 ‘항생제 전담관리부서’ 설치와 범부처간 통합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제안했다.

◇김성민 회장

또한,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위한 전문인력 확보와 일차의료기관, 중소병원, 장기요양병원의 감염관리를 위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대한항균요법학회(회장 김성민)는 13일 항생제 내성 예방주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항생제 내성 확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오는 2050년에는 연간 1,000만 명에 이르는 감염병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정책 제안을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개최되는 항생제 내성 포럼은 보건의료, 농, 축, 수산, 식품, 환경 분야의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년)’ 세부 과제에 대한 점검과 민, 관, 학이 함께 정책 제안을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번 포럼은 김성민 회장이 위원장을 맡아 ▲항생제 관리 분과 ▲내성균 관리 분과 ▲원헬스(One-Health) 분과로 나눠 토의, 항생제 내성 극복을 위한 선결과제와 관리 방안을 모색했다.

먼저 항생제 관리 분과(위원장 배현주)에서는 항생제 스튜어드십(적정 항생제 사용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의 개선과 확대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배현주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하루 1,000명당 34.8명(OECD 평균 21.1명)이 항생제를 처방 받고 있으며, 국내 총 항생제 처방량은 2002년 하루 1,000명당 15.9명(DDD: defined daily dose)에서 2013년 24.2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면서, “항생제 오남용은 항생제 내성균을 초래하는 만큼 정부는 지난 2016년 2020년까지 감기에 처방되는 항생제를 50%, 전체 항생제 사용을 2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배 위원장은 항생제 사용량 감소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며, 보건복지부 산하 ‘항생제 전담관리부서’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위원장은 “일본 정부는 전문가를 중심으로 항생제 내성 임상 표준센터(AMR Clinical Reference Center)’를 조직해 연간 약 27억 원의 예산으로 항생제 사용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항생제 적정 사용 지원 활동을 한다”며, “영국 보건국도 적정 항생제 사용 교육 프로그램과 처방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항생제 사용량을 줄인 의원에 인센티브를 지급해 국가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는데 성공했다(2014-2015년 사이 의원급 4.3%, 병원급 5.8% 감소)”고 말하며 이 같이 제안했다.

또한, 국내 의료기관의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위한 전문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우리나라 병원의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적정 항생제 사용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은 감염내과 전문의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나 대개 병원 당 1-2명으로 수가 충분하지 못하고 감염병 환자 진료, 타과 발열질환 자문, 병원감염관리 업무 등 업무를 겸직하고 있으므로 병원의 항생제 스튜어드십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배 위원장은 “항생제 적정사용은 항생제 내성을 예방할 뿐 아니라 개별 환자의 항생제 치료의 성과를 개선시키므로 환자의 안전에도 지대한 영향이 있기 때문에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인력(감염병, 약제, 미생물, 의료정보 전문가)이 국가적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성균 관리 분과(위원장 엄중식)에서는 내성균 전파 차단에 있어 중요 거점인 중소병원과 장기요양병원의 감염관리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성기 중증환자를 진료하는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이 가시화 된 다제내성균 환자의 치료와 감염관리로 씨름을 하고 있다면 내성균 확산의 중요한 장기적 거점이 되는 중소병원이나 장기요양병원은 내성균 보균의 현황 조차 파악하고 대처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것이다.

엄중식 위원장은 “다제내성균 감시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감시에 필요한 배양검사와 유전자 검사(PCR: Polymerase Chain Reaction)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충분한 격리실 운영을 위한 건강보험급여가 현실화 돼야 한다”며, “또한, 다제내성균 보균 환자 정보를 의료기관이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다제내성균 보균 환자의 전원이나 이송과정에서 선별적인 격리와 지속적인 감염관리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다인실 정책은 적은 자원과 인력으로 효율적인 진료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됐으나 다제내성균이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위험인자가 된 오늘날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기존의 급성기 중증환자 진료를 하는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에도 내성균 환자 감염관리를 위한 시설 개선과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원헬스(One-health) 분과(위원장 정석훈)에서는 항생제 내성균 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 동물, 환경 전체를 대상으로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고, 내성균 확산을 방지하는 원헬스 개념의 접근 필요성을 제기하며, 범부처간 통합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 부처(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가 참여하는 원헬스 항생제 내성균 사업은 다부처 공동기획사업으로 과기정통부 국가과학심의위원회(다부처특위)로부터 예산심의를 통과했고 2019년부터 본격 시행한다.

이번 사업은 항생제 내성 문제가 사람-동물-환경 전체의 문제라는 이해를 기반으로 항생제 사용량 조사와 사람-동물-환경 간 내성기전과 전파 규명을 위한 R&D 사업이다.

하지만, 정석훈 위원장은 부처별 항생제 내성 업무 관련 인력 증원이 더뎌 범부처간 통합적 인프라 구축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 위원장은 “예산, 운영체계, 조직, 인력을 포함하는 범부처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한데, 현재 보건복지부만이 1개과(질병관리본부 약제내성과)를 배치하고 있다”며, “다른 부처에서는 연구직 1-2명만이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대대적인 보강과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민 회장은 “우리나라는 항생제 내성률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은데, 항생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항생제를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사용하도록 의료인과 일반인 대상 교육을 통해 항생제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한편, 철저한 개인 위생을 통해 내성균 전파 차단을 독려해야 한다”면서, “비단 의료계 뿐만 아니라 농〮축〮수산, 식품, 환경 분야를 포괄하여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내성균 확산을 방지할 수 있도록 상호 협력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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