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홍조, 야한증 등 갱년기장애 치료에 사용되는 호르몬 대체요법 제제 중 정제형이 정맥혈전 색전증(VTE: venous thromboembolism)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맥혈전 색전증이란 다리 등의 심부정맥에서 형성된 혈전 조각이 떨어져 나와 혈류를 타고 돌다가 다른 혈관을 막아버리는 것으로 폐동맥을 막으면 폐색전증, 관상동맥을 막으면 심근경색, 뇌동맥을 막으면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

영국 노팅엄대학 의대의 야나 비노그라도바 의료통계학 교수 연구팀이 전국 1차 진료 데이터베이스(1998~2017)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데일리 메일과 가디언 인터넷판이 10일 보도했다.

정제형 호르몬 제제를 복용한 여성은 복용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VTE 발생률이 최대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결과는 생활습관, 가족력, 기저 질환 등 다른 혈정 위험요인들을 고려한 것이다. 정제형이 아닌 패치, 젤, 연고 형태의 호르몬 제제는 추가적인 VTE 위험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전체 갱년기장애 여성 중 이런 형태의 호르몬 제제가 처방된 경우는 20%에 불과했다. 나머지 80%는 알약 형태의 호르몬 제제가 처방됐다.

정제형 호르몬제제 중에서도 말(馬)의 소변으로 만든 에스트로겐이 함유된 제제(제품명: 프레마린)이 합성 에스트라디올이 포함된 제제보다 이러한 위험이 15% 정도 더 높았다.

이 결과는 정제형 호르몬 제제가 VTE의 원인이라는 증거는 아니며 다만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비노그라도바 교수는 강조했다.

VTE 위험이 2배라고 해도 상대적 위험이 그렇다는 것이지 절대적 위험은 낮아 정제 호르몬 제제를 복용하는 여성 1만 명에 약9명이 더 추가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에 대해 영국 왕립 1차 진료(GP) 의학회의 헬렌 스톡스-램퍼트 회장은 갱년기 장애 여성들에게 너무 놀랄 필요는 없다면서 호르몬 제제는 가장 낮은 용량을 최단기간 복용하면 된다고 논평했다.

HRT가 유방암과 난소암 위험을 높인다는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2002~2003년 미국에서 발표된 이후 영국에서는 호르몬 제제를 복용하는 폐경 여성이 발표 전의 36%에서 지금은 10%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 의학 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최신호에 실렸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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