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진균(anti-mold) 방부제로 식품에 첨가되는 칼슘 프로피오네이트(E282)가 당뇨병 전단계인 인슐린 저항(insulin resistance)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슐린 저항이란 포도당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세포들이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인슐린에 저항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섭취한 포도당이 에너지로 전환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남아 혈당이 올라가게 된다.

프로피오네이트는 단쇄(short-chain) 지방산으로 항진균 효과가 있어 빵 같은 구운 식품(baked food), 시리얼, 우유-계란 베이스 디저트, 소시지 포장, 스포츠음료 등에 방부제로 첨가된다.

미국 하버드대학 보건대학원과 이스라엘 셰바 메디컬센터의 공동연구팀은 프로피오네이트가 혈당을 올리는 글루카곤 등 특정 호르몬 분비를 촉진, 혈당을 상승시키고 인슐린 저항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뉴스 투데이와 과학 뉴스 웹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LiveScience)가 27일 보도했다.

생쥐 실험과 뒤이은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먼저 정상 체중의 건강한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만 식품에 첨가되는 양과 비슷한 적은 양의 프로피오네이트를 물에 섞어 20주 동안 먹였다.

그 결과 프로피오네이트 그룹은 대조군에 비해 체중이 불고 단기적으로 혈당이 상승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인슐린 저항이 증가했다.

그 이유는 프로피오네이트가 혈당이 너무 떨어질 때 혈당을 올리는 췌장 호르몬 글루카곤, 혈당·혈압을 조절하는 호르몬 노르에피네프린 그리고 지방산 대사에 관여하는 단백질(FABP4: fatty acid binding protein-4)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하버드 연구팀을 이끈 고칸 호타미슬리길 대사학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팀은 쥐 실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체중이 정상이고 당뇨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 14명을 대상으로 소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프로피오네이트 1g 또는 위약(placebo)이 첨가된 음식(500칼로리)을 먹게 하고 식사 전과 식사 후 4시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혈액을 채취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2주 후 이번에는 첫 번째 임상시험에서 프로피오네이트가 첨가된 음식을 먹은 그룹엔 위약을, 앞서의 임상시험에서 위약을 먹은 그룹엔 진짜 프로피오네이트가 섞인 음식을 주고 같은 방법으로 혈액을 채취해 분석했다.

결과는 쥐 실험 결과와 비슷했다.

프로피오네이트가 첨가된 음식을 먹었을 땐 가짜 프로피오네이트를 먹었을 때보다 인슐린 분비량이 늘고 인슐린 저항이 상승했다.

식후 혈당 최고치는 두 경우 모두 비슷했으나 진짜 프로피오네이트를 먹었을 때는 최고 혈당에서 정상 혈당으로 회복되는 시간이 약간 길었다.

이것이 프로피오네이트가 당뇨병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라는 증거는 될 수 없지만 프로피오네이트가 식품첨가제로 널리 쓰이고 있는 만큼 우려할만한 결과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프로피오네이트는 우리 몸의 장(腸) 박테리아들이 섬유소를 분해할 때 대사의 부산물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지방산이기도 하다. 이 지방산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프로피오네이트가 음식에 섞여 체내에 들어갔을 때 이러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것은 장 박테리아에 의해 생성된 프로피오네이트보다 위장관에서 더 많은 세포와 접촉하게 되기 때문일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 지침엔 프로피오네이트가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되는 물질'(GRAS : Generally Recognized As Safe)로 되어있다. 이는 식품에 첨가할 때 FDA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의 의학전문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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