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이 중추신경계 질환인 다발성 경화증(MS: multiple sclerosis)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발성 경화증은 면역체계가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를 산발적으로 공격해 발생하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으로 평형, 운동, 시력, 언어, 감각, 성 기능, 배뇨-배변 장애, 인지장애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 현재 완치 방법은 없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신경학 연구소(Institute of Neurology)의 아르만 에샤기 박사 연구팀은 스타틴이 다발성 경화증 2번째 단계인 2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SPMS: Secondary Progressive MS)의 진행을 억제한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11일 보도했다.

다발성 경화증은 처음엔 증상이 악화되고 완화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재발 완화형 다발성 경화증(RRMS: Relapsing Remitting MS)으로 시작돼 일정 기간 진행되다가 증상이 지속해서 악화되는 2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에 이르게 된다.

이 임상시험은 2상(phase 2)으로 SPMS 환자 140명(18~65세)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매일 고용량(80mg)의 심바스타틴, 또는 위약(placebo)을 매일 2년간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임상시험 시작 때 참가자들의 신체기능 장애의 정도는 확장형 장애척도 점수(EDSS: Expanded Disability Status Scale) 0~10점 중 4~6.5점이었다.

연구팀은 임상시험 기간 내내 참가자들의 뇌 용적(brain volume) 변화를 MRI로, 신체장애의 진행을 EDSS로 추적했다.

이와 함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증상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물었다.

임상시험 결과는 심바스타틴 그룹이 위약이 투여된 대조군에 비해 뇌 용적 손실률이 43% 적고 EDSS도 2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의 영향을 측정하는 설문조사에서도 심바스타틴 그룹이 대조군보다 성적이 나았다.

이는 심바스타틴이 신체기능 장애와 뇌 위축(brain atrophy) 악화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음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이러한 효과를 일으킨 핵심 메커니즘은 알 수 없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그것은 이러한 효과가 심바스타틴에 의한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와 무관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는 스타틴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작용이 아닌 그 어떤 다른 메커니즘이 이러한 효과를 가져왔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스타틴은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쳐 신경을 보호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기는 하다.

스타틴의 주성분은 곰팡이의 발효 과정에서 나온 자연물질이다.

이는 스타탄이 특정 표적을 지닌 다른 약물들과는 달리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다른 효능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며 그런 의미에서 이 연구결과는 매우 중요하다고 예샤기 박사는 강조했다.

연구팀은 현재 SPMS 환자 1천180명을 대상으로 마지막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3상 임상시험 결과가 스타틴이 다발성 경화증의 진행을 지연 또는 차단할 수 있는 최초의 약물이 될 수 있을지를 확인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 제공)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