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혈관주위 세포(pericyte)가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 발병에 결정적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뇌의 혈관주위 세포는, 세동맥 기저막의 바깥을 싸고 있는 가늘고 긴 수축성 세포로, 혈관 벽의 틈을 막고 혈류를 제어하는 기능을 한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의대의 베리슬라프 즐로코비츠 생리학·신경과학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24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발표했다.

이날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뇌졸중, 외상성 뇌 손상 등에 따르는 신경 퇴행 과정 연구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의 수석저자인 즐로코비츠 교수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혈관주위 세포가 손상되면 뉴런(신경세포)을 잃게 된다는 것"이라면서 "신경 퇴행과의 연관성이 이렇게 확실히 밝혀진 적은 과거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최근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병을, 기억 상실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에 시작되는 복합적 과정의 결과로 이해한다. 관련 연구의 초점도, 노년의 뇌에 축적되는 아밀로이드 플라크로부터, 상당히 이전의 단계로 옮겨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런 추세와 맞아떨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즐로코비츠 교수팀은 뇌혈관을 구성하는 세포층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앞서 그는 뇌의 모세혈관이 새거나 투과성이 높을수록 인지 장애가 심해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이 생쥐 뇌의 혈관주위 세포를 제거하자, 혈뇌 장벽(blood-brain barrier)이 급속히 약해지면서 혈류가 느려지고 뇌세포가 사멸했다.

혈뇌 장벽은, 뇌로 향하는 모세혈관들의 내피세포가 단단히 결합해, 혈류 속의 박테리아나 유해 물질이 뇌로 유입하는 걸 차단하는 메커니즘을 말한다.

연구팀은 실험결과를 검증하는 의미에서, 뇌의 혈관주위 세포에서만 나오는 성장인자를 생쥐에 주입했다. 그러자 혈관주위 세포를 제거해도 성장인자의 보호를 받는 뉴런은 죽지 않고 살아 남았다.

뇌의 혈관주위 세포는 헌팅턴병,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에도 관련돼 있어 향후 흥미로운 연구 소재가 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즐로코비츠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원인을 완전히 새롭게 보는 길이 열렸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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