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업체 불기소 처분 허위 해석 vs 한의사 사용 확대 추진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날선 공방을 벌여 주목된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한의계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최혁용)는 13일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은 합법인 만큼 전문의약품 사용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한의계가 공급업체가 불기소 처분 받은 것을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사용해도 된다고 허위로 해석했다며, 한의사들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한의협에 대한 복지부의 철저한 관리·감독·경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문의약품 공급업체 불기소 처분

지난 8일 수원지방검찰청은 2017년 A 제약회사가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을 한의사에게 판매하고 판매한 리도카인 주사제 1cc를 약침액과 혼합해 주사한 혐의로 해당 제약업체를 의료법 위반교사 및 의료법 위반 방조로 고발한 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수원지방검찰청은 ▲한의사가 처방하는 한약 및 한약제제도 의약품분류기준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가 되도록 규정한 점 ▲한방분야에는 의약분업이 실시되지 않은 것을 전제로 한의사가 자신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한약 및 한약제제를 자신이 직접 조제하거나 수의사가 자신이 치료용으로 동물용 의약품을 자신이 직접 조제하는 경우에는 약사법 제23조 제1항 및 제3항의 개정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제할 수 있다는 점 ▲약사법에 한의사가 한약이나 한약제제가 아닌 전문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치료용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명시적인 금지규정이 없는 점 ▲보건복지부에 의료기관으로 정식으로 등록된 자에게만 인터넷을 통해 의약품을 판매해 왔고 그 중에는 한의원 뿐만 아니라 일반 의료기관도 포함돼있는 점 ▲한의사에게 판매 후 리도카인 판매내역을 복지부에 보고해 왔고 복지부에서는 이와 관련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은 점 ▲통증이 수반되는 한의치료 과정에서 통증 경감을 위해 리도카인을 함께 사용할 필요가 있어 한의사의 일반의료행위(한방치료외의 의료행위)를 예정하고 한의원에 리도카인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들의 행위가 논리필연적으로 의료법위반행위의 교사 내지 방조로 귀결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결정하게 됐다고 통지했다.

한의사 전문약 사용 확대 추진

이와 관련,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사 리도카인(전문의약품) 사용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은 합법이라는 검찰의 결정을 환영하며 앞으로 한의사가 의료인의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전력투구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의협은 “검찰의 불기소결정서는 한약, 한약제제 이외에도 통증 감소를 위한 리도카인 등 전문의약품을 한의의료행위에 사용하더라도 범법행위가 되지 않음을 확인한 것”이라며, “앞으로 한의사가 더욱 광범위한 의약품 사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약사법 제23조 제1항 및 제3항은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라는 의약분업의 원칙을 규정하는 것으로,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며 그동안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은 합법이라는 한의계의 주장이 법리적으로 옳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불기소결정서에서는 한의치료 과정에서 통증 경감을 위해 리도카인을 함께 사용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리도카인을 판매한 것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한 것은 약침요법, 침도요법, 습부항의 한의의료행위에서 환자의 통증을 덜어주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전문의약품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으며 향후 한의의료행위를 위해 수면마취,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와 협진해 전신마취를 하는 것도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해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의협의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가시적인 결과는 한의계의 전문의약품 사용운동에 기인해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한의계는 2011년도부터 이어진 천연물신약 사용운동과 제43대 한의협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이사회를 통해 신바로정, 레일라정 등 천연물을 기반으로 한 의약품과 생리식염수 등 한의의료행위에서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전문의약품 그리고 아나필락시스쇼크 등 부작용 치료 및 예방을 위한 전문의약품 사용운동을 추진해 왔다.

한의협은 “이미 수차례 혐의가 없다는 검찰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의협이 대형 로펌을 고용해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무리한 재항고를 했으나 이번 불기소결정서를 통해 명분 없이 남용되는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에 대한 고발이 사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도카인을 사용한 한의사가 처벌받은 것은 법리적으로 의약품 사용으로 인한 것이 아닌 한의의료행위 이 외의 의료를 행한 것에 대해 인정해 처벌을 받은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이번 과정을 통해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은 한의의료에 필요한 행위로서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음을 재확인했으며 앞으로 한의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이 더 안전하고 편리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전문의약품 사용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체에 대한 처분 자의적으로 확대해석”

이와 관련, 의협은 한의협이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한의사가 의료인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해당 사건은 2017년 오산의 한 한의원에서 한의사가 환자의 통증치료를 위해 경추부위에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을 주사로 투여해 해당 환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결국은 사망했던 사고가 발단이 됐다”며, “당시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을 사용한 한의사는 무면허의료행위로 기소돼 법원에서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700만 원의 처벌을 이미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한의사가 한약이나 한약제제가 아닌 전문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하며, 검찰 및 법원에서 모두 불법행위로 판단했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의협은 “한의사의 무면허의료행위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한의원에 전문의약품을 납품하는 의약품 공급업체들에 대한 제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당 의약품 공급업체를 고발했으나, 검찰에서는 현행 약사법상 의약품공급업체가 한의원에 전문의약품을 납품하는 것을 제한할 마땅한 규정이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한 것”이라며, “한의원에 전문의약품을 공급하는 업체에 대한 무면허의료행위 교사 및 방조에 대한 처분임에도 불구하고 한의협은 이를 왜곡해 마치 검찰에서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을 인정한 것처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허위 사실을 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정부가 법적으로 지위를 인정하는 의료인인 한의사들이 자신들의 생존과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환자들을 속이려 하는 것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한의사의 불법적인 전문의약품 사용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며 한의협의 거짓말을 믿고 전문의약품을 사용하는 한의사들은 모두 범죄자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고 밝혔다.

한의원에 전문의약품이 납품되고 공급되는 문제점은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미 지적된 바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및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역시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들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재발방지와 이에 대한 현황파악과 제도 개선을 약속하기도 했다.

의협은 “이제는 국회와 정부 역시 실제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며, “국회와 정부에 한약 및 한약제제가 아닌 의약품에 대한 한의원 공급을 차단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허위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려, 한의사들의 무면허의료행위를 조장하고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한의사협회에 대한 복지부의 철저한 관리·감독·경고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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