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뒤따라가는 행태 탈피 조직·제도·인식 대 전환 필요한 시점

정부, 약가·생동제도 개선 추진 속 또 다시 NDMA 검출 파문

인보사 허가 취소 사태 ‘K-바이오’ 성장에 찬물

 

발사르탄, 라니티딘의 안전성 논란과 인보사 허가 취소 사태 등으로 식약처의 의약품·의료기기 안전관리에 잇따라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고혈압약 발사르탄의 중국산 원료의약품 중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검출로 175개 제품이 판매정지 된데 이어 최근 위장약 라니티딘에서 또 다시 NDMA가 검출되며 269개 모든 완제의약품이 잠정 판매중지 됐다.

발사르탄 NDMA 파문 이후 약가와 생동제도 개편에 나서며 의약품 안전성 관리를 강조했던 식약처는 라니티딘의 NDMA 사태로 안전관리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특히 안전성 논란 때 마다 미국·유럽 등 선진 보건당국의 규제에 따라 수동적으로 후속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라니티딘 사태도 미국 FDA와 유럽의약품청의 NDMA 검출 발표로 촉발됐다. 식약처가 빠르게 긴급 수거점검에 나서 대표품목인 국내 유통 ‘잔탁’에서는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으나 며칠 후 모든 완제의약품의 판매 중지로 이어져 시장 혼란을 가중시켰다.

식약처는 발사르탄 고혈압약 사태 이후 불거진 제네릭 의약품 난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탁·공동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약가를 차등 적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복지부는 제네릭 난립을 막기 위해 약가제도를 동일제제-동일가격 원칙에서 시간, 비용 투자 등 개발 노력에 따른 차등가격 원칙으로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복지부와 식약처는 고혈압약인 발사르탄 원료 의약품에서 발암가능물질이 검출된 사건은 공동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제도와 높은 제네릭 약가 수준으로 인한 제네릭의 난립 및 원료 품질관리 미비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이 대책을 마련했다.

식약처는 올해 의료분야 주요 업무계획을 통해서도 원료의약품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제네릭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안전성 유효성 검증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년여만에 위장약의 NDMA 검출이 확인되며 식약처의 안일한 대응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연이은 뒷북행정에 분통

식약처는 지난 3월 의약품 허가 신청 시 유전독성이나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유연물질과 금속불순물에 대한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을 개정했다.

발사르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로서 2020년 9월 30일부터 의약품 제조판매·수입품목 허가를 신청·신고(변경 포함)하는 의약품부터 적용된다.

식약처는 이번 개정을 통해 의약품의 품질이 한층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이미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의약품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의료계, 약사회, 정치권은 식약처의 안전관리의 허점을 질타하며 전문인력 확보와 조직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국내 제약업계가 오랜기간 오리지널의약품의 제네릭 위주 허가 판매로 시장이 형성되고 규제당국인 식약처도 선진국의 규제정책을 뒤 따라 가는 행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며 식약처가 말로만 선제적 대응이 아니라 전반적인 조직·제도·인식의 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공유방→인체 이식 의료기기 안전성 논란으로

미국 엘러간의 거친표면 인공유방이 희귀암인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전 세계적으로 리콜이 진행된 가운데 국내에서도 BIA-ALCL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미국 엘러간사의 인공유방은 2007년 허가 이후 약 11만개가 수입됐으며, 최근 3년간 약 2만 9천개가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식약처는 엘러간의 리콜이 진행된 후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등의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안전관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엘러간사와 협의를 통해 거친표면 유방 보형물 환자별로 보상대책을 마련했으나 환자들의 정신적 물질적 신체적 피해 보상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예방차원으로 보형물을 교체하는 경우 보형물 제거수술 및 무증상 정기 검사 비용은 보상하지 않는다고 밝혀 환자들의 불안감을 낮춰주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인공유방 부작용 발생과 관련, 남인순 의원은 “인공유방 부작용 사례 보고건수가 증가하는 추세이며, 지난해 기준 인공유방 부작용 보고건수 3,462건 중 주요 부작용 사례는 파열 1,661건, 구형구축 785건 등이 전체 부작용의 71%에 달한다”면서 “엘러간사 인공유방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환자 발생을 계기로, 인공유방 등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허가, 유통, 사용 및 환자관리 등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보사 허가 취소..규제당국이 산업 발전 속도 못 따라가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의 허가 취소는 차세대 동력산업인 K-바이오 성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2017년 7월 "국내 개발 최초 유전자치료제"라는 타이틀을 달고 허가된 인보사는 제약바이오업계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지난 4월1일 돌연 자발적 출고 중지를 발표했다.

인보사 성분 중 하나인 형질전환세포(TC)가 허가사항과 달리 연골세포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자체 시험검사, 현장조사, 미국 현지실사 등 추가 검증을 거쳐 인보사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됨에 따라 지난 5월28일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한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뒤늦게 허가사항과 주성분 세포가 달라 파문을 일으킨 ‘인보사’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식약처가 세포.유전자치료제 허가 심사 시 세포의 일관성 검증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를위해 9월 9일 세포・유전자치료제 허가 신청 시 유전학적 계통 분석(STR 등) 결과 제출을 의무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생물학적제제 등의 품목허가․심사 규정’을 개정 고시했으나 뒷북행정에 환자들은 물론 투자자들의 분통을 터뜨렸다.

식약처는 이 사건 후 회사가 제출한 자료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 단계부터 허가, 생산 및 사용에 이르는 전주기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허가·심사 역량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또한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심사 전담인력을 확충하고 심사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인보사 허가 취소 파문은 미래 동력산업인 K-바이오의 한계와 위기를 동시에 보여줬다.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 환경이 바이오 IT 산업 발전과 융합으로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당국이 발전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면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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