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학회, 학업·경제 활동 활발한 1040 세대 일상생활 장애 심해

국내 편두통 환자들은 한 달 평균 12일 이상 두통을 경험하며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받지만, 제대로된 진단을 받기까지는 평균 10.1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두통학회(회장 조수진)는 신경과 내원 편두통 환자(207명)를 대상으로 한 편두통 환자의 삶의 질 실태 조사 결과, 이 같이 밝혔다.

설문 결과, 편두통 환자 5명 중 2명(40%, 83명)은 처음 편두통 지각 후 병원에서 편두통을 확진 받기까지 11년 이상 소요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환자의 평균 확진 기간은 증상 지각 후 10.1년이었으며, 심지어 진단까지 21년 이상 걸렸다고 응답한 환자도 일부(14%, 29명) 있었다.

편두통 증상을 처음 경험하고 병원을 바로 방문한 환자는 10명 중 1명(13%, 27명)에 불과해 대다수의 환자들은 일시적인 증상 완화를 위한 진통제 복용, 휴식 등의 소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시행하며 두통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처음 증상 지각 이후 편두통 확진까지 걸린 기간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서 편두통 환자들의 삶의 질은 매우 낮아져 있었다. 설문에 참여한 편두통 환자들은 한 달 평균 12일 이상 편두통을 경험했으며, 한 달에 4일 이상은 두통으로 학습 또는 작업 능률이 50% 이하로 감소했다고 호소했다. 또한, 증상이 심해 결석이나 결근을 한 적도 한 달에 하루 꼴로 있었다고 답했다.

◇지난 한 달간 편두통으로 일상 생활에 장애를 경험한 일수

두통 영향으로 인한 활동 제약은 학업이나 경제 활동이 활발한 10-40대 젊은 편두통 환자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편두통으로 인한 장애 정도를 확인하는 평가(MIDAS)에서 10-40대 환자 10명 중 7명은 질환으로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겪는 4등급에 해당된 것으로 나타나, 질환으로 인한 젊은 환자들의 삶의 질 저하가 생산성 저하와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조수진 회장은 “편두통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선정한 질병 부담 2위 질환으로, 활동이 왕성한 청장년층 환자 비율이 높아 사회경제적 부담이 높지만 평생 편두통으로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는 3명 중 1명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편두통을 방치하다 질환이 악화돼 환자의 삶의 질 저하와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편두통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환자들에게 적절한 진단과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통으로 인한 심리적, 감정적 어려움.

편두통은 신체적 측면뿐 아니라 심리적 문제도 야기하고 있었다. 응답 환자의 과반 이상은 편두통으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거나(62%), 신경질적이 되거나 화를 자주 낸(66%)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68%), 불면증(26%), 불안증상(25%), 공황장애(6%)를 경험한 환자도 있었다.

또한, 환자들은 편두통 때문에 가족들을 돌보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60%), 본인으로 인해 가족까지 영향을 받았다(60%)고 생각하고 있어, 편두통 환자의 고통이 환자 가족에게도 그대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안진영 대한두통학회 부회장은 “편두통은 흔한 두통 질환이면서도 특별한 면이 있다. 편두통 환자들은 편두통 발작 시 극심한 고통으로 학업이나 사회생활을 거의 수행하지 못하고, 편두통이 없더라도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증상이 우려돼 일상생활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회생활이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역할 수행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편두통 환자들은 죄책감뿐 아니라 주변의 시선에 대해 두려움이 큰 만큼 두통 환자가 겪는 고통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편두통을 단순한 머리의 통증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실제 편두통 환자들이 겪는 고통은 훨씬 강도가 높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편두통 발생 시 가장 통증이 심했을 때의 통증 정도(NRS Score)에 대한 질문에서 응답환자의 통증 정도는 평균 8.78점으로 출산의 고통(7점)보다 더 심했으며, 평소에도 70% 이상의 환자가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는 5점 이상의 통증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편두통으로 인한 장애가 크거나 편두통의 빈도가 잦은 경우에는 두통 발생의 횟수를 줄이고 통증 강도를 낮추는 예방치료가 권고된다.

하지만 1, 2차 병원에서는 환자의 20%만이 예방 치료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예방 치료 접근성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3차 병원에서 예방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는 효과 측면에서 두통일수 감소에 도움이 있다는 응답이 66%, 진통제 먹는 횟수가 감소했다는 응답이 68%, 삶의 질 개선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63%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예방 치료의 부작용 경험에 대한 질문에 있어서는 설문 참여 환자의 31%가 예방 약제 부작용을 경험했고, 그 중 41%는 예방 약제 중단을 경험했다고 답해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부작용 위험의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주민경 대한두통학회 부회장은 “예방치료는 편두통의 빈도와 강도를 감소해주는 장점이 있어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만, 이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이 부족하고 치료를 권유하는 병원이 3 차 병원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라며, “학회는 편두통 환자들이 병원에서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자 교육뿐 아니라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한 두통 교육을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을지대 을지병원을 연구거점으로 강북삼성병원, 고대구로병원, 동탄성심병원, 분당제생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백병원, 서울의료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의정부성모병원, 일산백병원 등 총 11개 종합병원의 신경과에서 참여하였으며,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대면 설문조사 형식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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