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약품 NDMA 검출은 ‘현재진행형’…반복 발생 우려 제기

- 20대 국회서 발의된 재발 방지 법안, 임기 종료로 폐기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메트포르민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에서 발암물질 추정 성분이 검출됐다. 최근 당뇨병 환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의약품 발암물질 검출이 끊이지 않자 제2, 제3의 NDMA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6일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의 국내 유통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을 모두 수거·검사한 결과, 국내 제조 31품목에서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 검출됨에 따라, 제조·판매를 잠정적으로 중지하고 처방을 제한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제조·판매 금지 조치가 내려진 메트포르민 품목은 ▲가드메트정100/1000밀리그램, 100/500밀리그램, 100/850밀리그램(JW중외제약) ▲그루리스엠정(한국휴텍스제약) ▲그루타민정500밀리그램(한국넬슨제약) ▲그리메폴서방정2/500밀리그램(한미약품) ▲그린페지정(진양제약) ▲글라포민에스알정2/500mg(유한양행) ▲글로엠정(한국글로벌제약) ▲글루코다운오알서방정1000밀리그램, 500밀리그램, 750mg(한올바이오파마) ▲글루펜엠정(우리들제약) ▲다이비스정(신풍제약) ▲다이아폴민엑스알서방정1000밀리그램, 500밀리그램, 750밀리그램(대웅바이오) ▲다이피릴엠정2/500밀리그램(환인제약) ▲로글리코엠정(메디카코리아) ▲리피메트서방정10/750밀리그램, 20/750밀리그램(대웅제약) ▲리피토엠서방정10/750밀리그램, 20/750밀리그램(제일약품) ▲메리클엠정2/500mg(대원제약) ▲아르민정(티디에스팜) ▲아마딘정(씨엠지제약) ▲아마리스엠정(한국넬슨제약) ▲아토메트서방정20/750밀리그램(에이치케이이노엔) ▲유니마릴엠정(유니메드제약) ▲이글리드엠정2/500밀리그램(화이트생명과학) ▲휴메트정(휴비스트제약) 등 23개사 31개 품목이다.

국내에서 의약품 발암물질 검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고혈압약 발사르탄의 중국산 원료의약품에서 NDMA가 검출돼 175개 제품이 판매 정지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위장약 라니티딘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269개 모든 완제의약품이 잠정 판매 중지됐다.

같은 일이 반복되자 20대 국회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등 다른 현안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한 채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발사르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품목허가·신고의 유효기간 내에 제조 또는 판매하지 않은 의약품에 대해서는 품목허가·신고를 갱신할 수 없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시민당 윤일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약품 피해구제 범위 확대법은 라니티딘 사태 후속 조치다.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 위해사고와 같이 고의성이 없고, 사고 발생 예측이 어려운 의약품 안전사고의 경우, 현행법 상 사고수습을 위한 책임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이에 의약품 피해구제사업 범위에 의약품 위해 가능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추가해 구제 대상을 확대하고 피해구제급여 항목을 신설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제는 20대 국회 임기 종료로 해당 법안들이 모두 폐기처리될 위기에 놓인 것.

이러한 상황에서 고혈압약, 위장약에 이어 당뇨약까지 NDMA가 검출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10년째 고혈압약과 당뇨병약을 복용 중인 김영희 씨(가명, 59세)는 “고혈압약에 이어 당뇨병약까지 발암물질이 검출되다 보니 약 먹기가 두려울 정도”라며, “암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는 하지만 이 약들을 평생 복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이를 방지할 대책을 최대한 빨리 마련해 불안감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유럽에서 피오글리타존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에서도 NDMA가 검출된 것으로 알려져 우려는 더 증폭되고 있다. 또 다른 NDMA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배경인 것.

실제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해 4월 “인도의 헤테로 랩스(Hetero Labs)社에서 제조한 피오글리타존에서 미량의 NDMA가 검출됐다”며, “이 제품의 제조 공정 점검을 통해 NDMA의 존재를 배제할 것”을 명령하는 안전성 서한을 발표했다.

피오글리타존은 TZD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로 국제약품, 셀트리온제약 등 다수의 제약사가 이 성분을 기반으로 하는 단일제와 복합제를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국내 제품에서도 NDMA가 검출될 것을 우려하는 이유다.

하지만 식약처에서는 피오글리타존 치료제에 대한 검사를 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에 등록된 피오글리타존 원료의약품 중 헤테로사의 원료는 없다”며, “현재까지 특정 성분을 검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연말까지 NDMA 발생 가능한 물질의 성분 리스트를 만들어 시험법을 관련 업계에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식약처의 이러한 행보에 의료계는 뒷북 행정이라며 선진국을 뒤따라가는 행태를 탈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발사르탄, 라니티딘, 메트포르민 사태 등 모두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EMA의 NDMA 검출 발표로 촉발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선진국의 규제정책을 뒤따라가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충분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전반적인 조직·제도·인식을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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