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순
한국제약협회 공정약가정책팀장

장우순 팀장
리베이트 문제로 의료계와 제약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어느 때보다 따갑다.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나선지 2~3년이 되었지만 실마리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리베이트 제공자와 수수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만들고, 개선 기미가 없으면 더욱 강력한 처벌조항을 덧대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그때마다 사회의 시선은 일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리베이트 사건으로 모아지고 있다. 그럴수록 의료계와 제약계의 관계는 의약품을 거래하는 공급자와 수요자 위치로 경직되게 고정된다.
이는 우리나라 의학 및 의료기술의 진보와 제약산업의 발전을 지체시키는 역작용을 불러올 것이다.

의약품은 의료에 수반되는 중요한 치료재료 중 하나다. 최상의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려면 제약회사는 의약품의 효능과 부작용 정보를 빠짐없이 의료인에게 알려야 하고, 의료인은 그 결과를 제약회사에 피드백 해 주어야 한다. 제약회사가 더 좋은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의료인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의학자와 의료인은 새로운 약물의 발견, 개발, 상품화의 전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상거래 행위의 공급자와 수요자 위치로 고정된 틀 속에서는 이러한 파트너십이 제대로 발휘될 리 없다.

불법 리베이트는 약값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계와 제약계가 잠재적 범죄자 집단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상호 협력을 통해 각자의 직능과 업을 발전시키려면 리베이트 문제를 최우선하여 해결해야 한다. 특히 외압과 처벌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으므로 의료계와 제약계가 스스로 리베이트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약품의 허가, 약가, 유통에 대한 의료계와 제약계의 이해와 인식이 같아야 할 것이다. 이 중에서도 약가에 대한 의견 공유가 필요해 보인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보험약가를 높이 책정해 주어서 리베이트가 발생한다며 리베이트 해법으로 ‘약가인하’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식약처가 집계한 11년 기준 우리나라 의약품 시장규모는 19조 1,600억원이다. 이는 국내 생산액 15조 5,900억원과 수입액 4조 9,900억원을 합한 뒤 수출액 1조 7,700억원을 뺀 금액이다. 우리나라는 9,420억달러 규모 세계 의약품 시장의 약 1.84%를 점유하고 있다. 이중 리베이트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건강보험 적용 의약품은 12년 기준 13조 4,000억원 규모이다.

나머지 5조 7,600억원은 비급여 및 일반의약품이 차지하고 있다. 동 기간 건강보험의약품 시장은 특허 보호를 받고 있는 신약이 22%, 특허만료된 신약이 39%, 제네릭 의약품이 39%를 각각 점유했다.

2조 5,000억원 약가인하 단행, 전체시장의 20%

건강보험 약품비(조제료 제외)는 의약분업 이후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1년 총진료비 대비23.46%이던 약품비 비중은 2006년 29.43%로 높아졌다. 이후부터 모든 약가제도의 초점은 약품비 비중을 낮추는 것에 맞춰졌다.

2007년부터 시행된 약품비 정적화 방안은 총진료비 대비 약품비 비중을 2010년까지 24%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 일환으로 2010년 기존 보험등재의약품 목록정비사업을 시행해 7,800억원의 약가를 인하했다. 그러나 2011년에도 약품비 비중은 줄어들지 않고 여전히 29%대를 유지했다. 가파른 약품비 증가 속도를 둔화시킨 것에 만족할 수 없었던 정부는 2012년 1조 7,000억원에 달하는 일괄 약가인하를 통해 약품비 비중을 26%로 떨어뜨렸다.

2010년과2012년 단행한 약가인하규모는 전체 보험의약품 시장의 2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 영향으로 제약기업의 영업이익은 30%, 순이익은 20% 급감했다.

제네릭 약가는 OECD 신약 대비 20%~30% 수준

2007년부터 시행된 선별등재제도는 신약의 보험등재 방식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이는 신약의 보험등재시 보험자의 가격통제를 강화한 조치였다. 이때부터 신약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제성평가(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검토해 급여여부 결정)를 거쳐 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재정영향,대체약제 가격 등을 고려)을 통과해야 보험에 등재될 수 있다.

2012년에도 건강보험 약가제도에 대한 대폭적인 개편이 있었다. 개편의 골자는 신약의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이 진입하게 되면 특허의약품의 가격을 30% 인하하고, 1년 뒤에는 16.45% 추가 인하하는것이다. 신규로 진입하는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은 특허 만료전 신약 가격의 53.55% 수준에서 책정된다.

제약업계 한 약가제도연구모임이 30개 나라 77개 신약의 가격을 비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보험등재 신약의 OECD 대비 가격 수준은 40%~6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에 따라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은 신약의 53.55% 수준에서 책정되고 있다. 따라서 위 표에서와 같이 우리나라 신약의 가격이 OECD 국가의 40~60% 수준임을 감안하면 후발 제네릭 의약품의 실질적인 약가는 OECD 신약 대비 20%~30% 수준으로 추정된다.

제약회사 입장에서 리베이트는 생존게임

이러한 현실을 종합하면, 불법 리베이트의 원인이 높은 약가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불공정거래행위라는 부당한 방법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것이 보다 적확한 리베이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효과적인 접근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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