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역할수행에 맞는 관련법 수정·보완 선행돼야

▲ 대한약국학회 강민구 회장(우석대학교 약학과 교수)

4차 산업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세계경제포럼은 2030년도까지 기술 발달로 인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커다란 변화 가능성 21개를 선정했는데 2025년까지 로봇약사 등장 가능성을 87%로 예측했다. 

또한 생체이식 휴대폰도 등장해 통화는 물론 환자건강 관련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추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대를 예고했다.

오늘날 휴대폰 가입자는 50억 명이 넘으며 2017년 기준 27억 명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휴대폰 사용자이고 2020년에는 인터넷연결 기기 수가 500억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22억 명 이상 매달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고 유튜브 이용자는 13억 명이 넘었으며 이들은 매일 50억 개의 비디오를 시청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수십억 명이 연결된 세상 속에서 살고 있으며 매일매일 온라인 활동을 통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로 촉발되는 초연결 기반의 지능화 혁명은 소비자에게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취득·평가하고 이를 활용해 본인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언제라도 지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높은 기대감을 갖게 했다. 공급자는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4차 산업시대에 보건의료 공급자의 한 그룹인 약사의 미래 역할은 어떻게 설정돼야 하는 것일까?

세계보건기구(WHO) 및 세계약사연맹(FIP)이 제시하는 약사 역할은 근거중심으로 약물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그 사용에 따른 위험으로부터 공공을 보호하는 것으로 돼있다.

또한 ‘약료’란 약사역할 이행의 근본적 수혜자는 환자여야 한다는 실천철학으로 정의하며 이를 위한 약료활동은 태도(attitude), 처신(behaviors), 전념(commitment), 관심(concerns), 윤리(ethics), 기능(functions), 지식(knowledge), 책임(responsibilities), 그리고 최적의 치료효과를 위한 약물제공 기술(skills)에 집중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이를 수행하기 위한 6가지 구성요소는 약속 유무와 관계없이 언제든 환자를 만날 수 있어야 하고,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구분해 긴급성 판단 후 적절히 대응하며, 국민건강증진에 힘쓰고, 약물 효과를 검증하며 약물사용으로부터 위험을 예방하고 제한된 범위의 보건자원(재원)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약사의 전문직능 중 일부는 인공지능시대를 맞아 변화가 불가피하며 인간이 어디까지 수행하는 것이 보편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가에 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을 뿐이다.

4차 산업시대에 처방전 및 약용량의 정확한 계산, 단순조제, 의약품 보관 및 관리, 폐기 등과 같은 단순 반복적인 distribution 기능은 전문영역이라 볼 수 없으며 인공지능 및 로봇시스템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심지어 IBM의 왓슨처럼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로도 약물의 적절한 투약 및 해석, 환자 건강상태를 책임지고 평가하는 활동인 ’dispensing’ 기능의 일부를 효율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상태에 와있다.

따라서 앞으로 다가올 딥러닝 인공지능 및 로봇공학 시대에는 어쩌면 dispensing의 많은 기능 역시 새롭게 탄생된 컴퓨터나 로봇이 더 효과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미래 약사는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할까?

WHO 및 FIP가 제시한 7가지 약사 역할에서 약사의 본질적 가치를 찾을 수 있다.

환자케어공여자(care-giver), 의사결정자(decision-maker), 의료팀간소통자(communicator), 지도자(leader), 관리자(manager), 평생학습자(life-long-learner), 교육자(teacher)로 분류돼 있는 약사의 통합적 활동능력은 4차 산업시대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주 먼 미래에는 이런 역량의 상당부분을 도와줄 수 있는 인공지능이 개발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컴퓨터나 인공로봇 등이 이런 전문적 약사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단순계산이나 관리, 약물, 부작용, 환자 기타 통계정보 등을 훨씬 효율적으로 약사에게 제공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본질적 약사역할과 기능의 효과적 수행을 위해서는 약사가 디지털 정보나 로봇 활동에 대해 어느 정도 활용역량을 갖췄는지가 사회에서 인정하는 성공적 업무수행을 위한 주요 요소가 될 것이다.

영국 옥스포스 인터넷연구소 자문위원회 회장인 리차드 서스킨드는 그의 저서 ‘전문직의 미래’에서 이해하며 분석·추리하고 문제를 풀고 돌이켜보는 인지능력, 다른 사람에게 대응해 기분과 정서를 느끼고 공감하는 감성능력, 육체·정신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운동능력, 그리고 옳고 그름을 구분하고 자신이 취한 선택·판단·행동에 책임지는 윤리능력을 가진 자를 전문가라 칭했다.

이런 전문가 정의는 WHO가 제시하는 약사 역할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으며 역할 수행에 있어 관련법에 약사에 대한 정의가 4차 산업시대에 맞게 수정 보완되는 것이 선행돼야만 한다.

이를 위해 관련단체는 현재와 디지털 미래사회에 어떤 가치를 전달하는 약사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그 결과에 따른 비전 및 미션 설정, 구체적인 계획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작성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과거와 같은 재료를 갖고 미래에 필요한 다른 종류의 음식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우리가 머뭇거리면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디지털시대 인공지능 사회가 약사 역할과 기능을 통제하고 조정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냉철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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