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편집국장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제약사업은 간이나 쓸개를 모두 빼놓고 해야 한다"는 자조섞인 표현을 한다.

체면이나 자존심을 버려야 이 시장에서 버틸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그만큼 눈치 볼 곳 많고 이쪽저쪽에서 마구 흔들어도 변변한 반항은 커녕 속절없이 쓸려다녀야 하는 처지를 빗댄 것이다.

근래들어 리베이트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나 복지부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았고 지난해는 쌍벌제 통과 원인 제공자로 몰려 의사들의 타깃이 돼서 몇몇 제약사들은 일년내내 혼쭐났다. 영업사원 의원 출입 금지 조치에 이어 한 제약사 CEO는 특정 의사단체를 찾아가 사과를 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최근에는 종합편성에 참여한 제약사들이 난처한 입장이라는 후문이다. 종편참여는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기 보다 상대방의 '간곡한' 권유가 있었다는 것이고 종편 탈락 매체로부터 행여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대놓고 종편참여 사실을 말하기 어려운 처지라는 분위기이다.

이번에는 일반약 약국외 판매와 관련해 약사회가 제약사를 대하는 태도가 심상치않다.

약사회는 일부 제약사가 약국외 판매 준비상황을 파악한다면서 벌써 몇몇 제약사 관계자를 불러 '청문'절차를 밟았다. 일반약의 약국외 판매가 약국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약사회측이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문제가 제약사를 옭아매는 또 다른 빌미가 되면 곤란하다. 일반약 문제와 관련해 제약사가 약사회로부터 '혼난'일은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에 약사회측의 이번 청문을 두고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약을 보유하고 있는 제약사로는 정책적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어느 누구로부터 간섭이나 제약 받을 수 없는 지극히 정상적인 활동이다. 따라서 약사회가 일반약 약국외 판매가 아직 완전히 결론나지 않은 상태에서 제약사를 불러 청문작업을 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위로 생각된다.

만의 하나 약사회가 약자 입장인 제약사로 하여금 자신들의 뜻에 따르도록 이번 기회에 줄세우기를 하면 더더욱 안될 일이다. 

약사회는 가뜩이나 매출부진과 이익감소로 움츠려들고 있는 제약업계를 더욱 코너로 몰고가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국내 제약사들이 어떤 정책이 됐건 당당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는 성숙된 환경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