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줄기세포는 여러 조직의 재생과 기능 수행에 꼭 필요한 존재다.

그 가운데 골수에 있는 '조혈모세포(HSC)'는 증식과 분화를 통해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 혈액 세포를 생성한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조혈모세포는 감염 등 외부 신호를 감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았다.

과학자들은 대신, 조혈모세포의 '딸세포(daughter cells)가 외부 신호를 받아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고 믿었다.

그 후 이런 오래된 믿음이 깨졌다.

조혈모세포도 외부 신호를 감지하고, 감염에 맞서 싸워야 할 필요가 있으면 맞춤형 면역세포를 만들어 '긴급 면역 반응(emergency immune response)을 유도한다는 게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그런데 인체의 면역체계가 과거에 침입했던 감염원을 기억하는 메커니즘에서도 조혈모세포가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게 새롭게 밝혀졌다.

이 연구를 수행한 독일 드레스덴 공대(TU Dresden) 과학자들은 13일(현지시간) 이런 요지의 논문을 저널 '셀 스템 셀(Cell Stem Cell)'에 발표하고, 별도의 논문 개요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조혈모세포는 과거에 침입한 세균이 생성한 물질(LPS)에 노출된 경험이 있으면, 같은 세균이 다시 들어왔을 때 더 신속하고 효율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했다.

연구팀은 긴급 면역반응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는 인자(C/EBP)가, 이런 '감염 기억'이 조혈모세포의 DNA에 입력되는 데도 깊숙이 관여한다는 걸 확인했다.

논문의 책임저자(last author)인 미하엘 지베케 석좌교수는 "어떤 LPS에 처음 노출되면, 면역 반응 유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혈모세포의 유전자에 북마크 같은 표지가 생긴다"라면서 "이 DNA 표지가 유사한 병원체가 다시 침입했을 때 면역 반응에 필요한 유전자를 쉽게 찾아내 활성화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발견을 토대로 최적의 면역 전략을 세워 더 많은 감염원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울러 면역반응의 강약을 조절하는 치료법도 개발하게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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