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건강에 해롭다는 건 이제 상식으로 통한다.

당분은 비만, 당뇨병 같은 대사 질환 위험을 높이고, 기대 수명도 몇 년 단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과도한 당분 섭취에 따른 수명 단축이 대사 시스템의 결함에서만 비롯되는 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분 섭취로 몸 안에 요산(uric acid)이 축적되면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분을 많이 섭취해 대사 결함이 생긴다고 해도, 물을 많이 마시든가 해서 요산 생성을 막으면 오히려 수명 단축을 피할 수 있다는 게 동물 실험에서 확인됐다.

여기에는 당분이 일으키는 탈수증(dehydration)이 연관돼 있다. 탈수증은 고혈당과 당뇨병의 초기 증상이기도 하다.

영국의 'MRC 런던 의과학 연구소(MRC London Institute of Medical Sciences)' 과학자들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세포 대사(Cell Metabolism)'에 발표하고, 별도의 논문 개요를 19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연구팀이 초파리 모델에 실험한 결과, 당분이 많이 든 먹이를 계속 줘서 대사체계에 결함이 생겨도 추가로 물만 충분히 공급하면 수명이 줄지 않았다.

그 원인은 신장의 대사체계에 있었다.

과도한 당분을 섭취하면, 퓨린(purine)의 최종 대사 산물인 요산이 축적돼 신장 결석이 생겼다.

퓨린은 질소를 포함하는 방향성 헤테로 고리 화합물인데, DNA 구성 염기인 아데닌(adenine)과 구아닌(guanine)은 모두 퓨린 유도체다.

연구팀은 물로 요산을 희석하거나 약물로 요산 형성을 차단해 신장 결석이 생기지 않게 하면, 당분 섭취에 따른 수명 단축을 예방할 수 있다는 걸 밝혀냈다.

이런 결과는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인간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실제로 음식물을 통해 당분을 많이 섭취한 피험자는, 상대적으로 신장 기능이 나빠지고 혈중 퓨린 수치도 올라갔다.

요산의 축적은 신장 결석과 통풍의 직접적 원인으로 꼽힌다.

나이가 들면 요산 수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고, 혈중 요산 수치는 당뇨병 등 대사질환의 예고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물만 충분히 마시면 당분을 실컷 섭취해도 괜찮은 건 아니라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이 연구를 주도한 엘레나 코체메 박사는 "당분을 많이 섭취한 초파리는 물을 충분히 먹고 오래 살 수도 있지만 여전히 건강하지 않다"라면서 "핵심은 당분 섭취로 인한 수명 단축이 반드시 비만의 직접적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체메 박사는 제휴 관계인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산화 환원 대사(Redox Metabolism)' 그룹 책임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에 발견한 퓨린 경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면, 건강한 노화를 촉진하는 치료 표적과 전략을 발견하리라고 기대한다. (연합뉴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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