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소암 환자 70% 이상 재발에 1차 유지요법 키워드 ‘급부상’

- PARP 저해제 처방경쟁 본격화…BRCA 등 ‘숨은 일인치’ 관건

▲ 사진 다케다 제줄라(왼쪽), 아스트라제네카 린파자(오른쪽)

난소암의 재발을 잡아보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처방시장에 PARP 저해제가 등장한 이상, 이들 신규 표적항암제들을 안쓸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들어 PARP 저해제의 처방 경쟁이 치열해진 배경이다.

난소암은 재발이 잦은 암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3대 여성암 중 난소암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이유다.

보통 난소암이 발견되면, 일차적으로 수술을 통한 종양 제거에 들어간다. 이렇게 종양을 걷어낸 이후, 백금계 기반 항암화학요법을 6사이클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이때 부터다. 난소암 환자의 70% 이상이 재발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의료진들이 최근 PARP 저해제 계열의 약을 통한 유지요법에 주목하고 있는 배경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린파자(올라파립)’와 다케다 ‘제줄라(니라파립)’는 PARP 저해제 계열에 이름을 올린 대표적인 신규 표적항암제들이다.

일단 스타트는 린파자가 먼저 끊었다. 이 약은 2018년 미국에서 허가를 획득하고 지난해 10월엔 국내에서도 적응증을 확대했다.

제줄라도 처방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근 미국에서 1차 백금 기반 화학요법에 완전 또는 부분 반응을 보인 상피성 난소암 또는 난관암, 1차 복막암 단독요법 적응증까지 추가 승인 받은 것. 이로써 제줄라는 바이오마커와 관계없이 백금 기반 화학요법에 반응을 보인 진행성 난소암 환자들을 위한 1차 단독 유지요법 적응증을 확보한 최초의 PARP 저해제가 됐다.

주목할 점은 두 PARP 저해제 사이에 존재하는 ‘숨은 일인치’다.

현재 난소암 환자에서 BRCA 변이가 나타나는 경우는 약 2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80% 환자는 BRCA 변이가 없는 음성 환자라는 뜻이다.

린파자의 경우, 단독으로는 BRCA 변이가 있는 환자에서만 투여가 가능하다. 로슈 ‘아바스틴(베바시주맙)’과 같이 쓰면 BRCA 변이와 무관하게 HRD 양성 진행성 난소암 환자의 1차 유지치료까지 투여 범위를 넓힐 수는 있다.

제줄라는 적응증 범위가 조금 더 자유롭다. BRCA나 HRD 같은 특이 유전자 변이 환자만이 아닌, 진행성 전체 환자군에서 표적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올커머(all comer)’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두 치료제 모두 임상 결과도 나쁘지 않다. 연구에서 제줄라 단독 유지치료는 위약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38% 감소시켰다.

제줄라는 난소암 환자 7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PRIMA 임상에서 제줄라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유의미하게 개선시켰다(13.8개월 vs. 8.2개월). 특히 상동재조합결핍(HRD) 환자군에서는 제줄라가 2배 이상 격차를 벌려났다(21.9개월 vs. 10.4개월).

린파자도 HRD 양성인 진행성 난소암 환자 3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PAOLA-1 연구의 하위분석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이 임상에서 린파자와 아바스틴 병용요법은 질환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67%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진행생존기간도 린파자 병용투여군이 2배 이상 길었다(37.2개월 vs. 17.7개월).

진료 현장에서 바라보는 신규 표적항암제에 대한 반응도 괜찮다. 난소암의 재발 방지를 위한 유지요법에 PARP 저해제 만한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정윤 연세의대 교수(신촌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는 “난소암은 재발이 잦은 만큼 유지치료가 필요하다”며 “BRCA 변이와 상관없이 1차에서 유지요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임상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BRCA 변이 환자는 국내 15% 수준이다”며 “HRD 양성 환자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문제는 여전히 논의가 필요하다. 종양조직을 통한 유전체 분석엔 고가의 비용이 소모된다는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