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반감기는 ‘한계’ 지적…“기전상 근본적 치료제는 무리”
아낙필라시스 쇼크 등 위험성도…“광범위한 치료 옵션으로 부적절”

최근 주식시장에서 급성 췌장염 치료제 ‘나파모스타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로 유일하게 승인된 렘데시비르를 뛰어 넘는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정부가 승인한 임상이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데다, 만약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약의 기전 상 이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나파모스타트 관련주로 지목된 제약사들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진행한 세포배양 실험에서 나파모스타트가 렘데시비르 보다 600배 이상의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는 소식에 이어 최근 국내 연구진(단국대병원 감염내과 이지영·장석빈 교수)이 코로나19 확진자 3명을 대상으로 치료를 진행한 결과 부작용 없이 완치됐다는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최대 수혜는 종근당이 챙겼다. 이 회사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나파모스타트의 제네릭(나파벨탄)에 관심이 모아진 것이다.

실제 국내 연구진이 주도한 치료 결과 소식이 전해진 지난 4일 종근당은 바로 상한가로 직행하며 전날 13만8,500원으로 마감했던 주가가 단숨에 18만원까지 올라섰다. 다음날은 장중 한 때 22만5,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다시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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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서는 나파모스타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과하다고 보고 있다. 이 약이 코로나19 치료제로서 가능성이 확인된 건 맞지만 아직 임상이 본격화되지 않은 데다 개발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현재로선 알 수 없는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종근당의 임상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국내 감염환자에 대한 치료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임상에 참여할 중증환자 100명을 모집하는 건 사실상 무리가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회사 측도 이를 감안해 임상 기간을 2023년(6월)까지 여유있게 잡아 놓은 상태다. 또 국내 임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것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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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의 기전 역시 냉정하게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 폐 세포(Calu 3 cell)에 침투하는 과정에서 주로 TMPRSS2라는 단백질 분해효소를 활용하는데, 여기서 나파모스타트는 TMPRSS2를 억제함으로써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달라붙지 못하게 하는 약리적 기전을 갖고 있다.
 
실제로 나파모스타트 투약 후 24시간이 경과한 뒤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사람 폐에 노출시킨 결과, 낮은 약물 농도에서도 바이러스 침입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농도 차이가 렘데시비르 대비 600배에 달하면서 단숨에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다만 여기서 ‘숨은 일인치’가 존재한다.

앞서의 연구 결과가 사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 시점, 즉 이미 나파모스타트를 사람에세 전처치 한 상태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이다. 특수하게 세팅해 놓은 실험 환경에서 나온 데이터인 만큼 임상 현장에서 비슷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때문에 실제 임상 현장에서 약물 투여 효과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약리적 기전상 근본적 치료제 ‘한계’…"효능·안전성 검증부터"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 역시 표본이 너무 적어 임상적 효용성을 가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인 것.

또 주사제인 나파모스타트의 반감기도 약 8분에 불과해 24시간 동안 수액에 섞어 투여를 받지 않으면 유효한 약물 혈중 농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도 치료 확장성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요인이다.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경증 환자보다는 중등도 이상의 환자에 제한적으로 사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의 근본적인 치료제가 되기 위해서는 예방 효과는 물론 무증상, 경증 단계에서도 어느 정도 치료 효과가 확인돼야 한다”면서 “나파모스타트의 경우 향후 임상 결과를 봐야겠지만 반감기가 극히 짧고 주사제라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아낙필라시스 쇼크 등과 같은 부작용 위험성도 있는 만큼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더라도 광범위한 치료 옵션으로 활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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