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젠·신풍·신일, 치료제 개발 가능성으로 영업이익 증가
부광·일양·명문, 매출·순익 하락…코로나 쇼크 ‘현실로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성적표가 공개된 가운데 코로나19 수혜주로 꼽힌 제약기업들의 상반기 실적 희비가 엇갈려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씨젠과 신풍제약, 신일제약은 자사가 보유한 약물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가능성과 진단키트 등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급상승했다. 반면, 부광약품과 일양약품, 명문제약 등은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히는 씨젠은 올해 상반기 그야말로 ‘잭팟’을 터트렸다.

회사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2,748억원, 영업이익이 1,689억원, 당기순이익은 1,316억원 등 역대 최대 규모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지난해 2분기 매출이 292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같은 기간 매출 9배, 영업이익 30배, 당기순이익 1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매출액 3,566억원, 영업이익 2,087억원, 당기순이익 1,6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한 해 매출액(1,220억원)의 3배, 영업이익(224억원)의 9배, 당기순이익(267억) 6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씨젠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초기부터 진단시약인 ‘올플렉스(Allplex)TM 2019-nCoV Assay’를 개발하고, 지난 2월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긴급 사용 승인을 받으면서 진단키트 시장을 선점했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이 전세계로 퍼지면서 진단시약을 찾는 세계 각국의 공급요청이 이어지자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현재 씨젠은 국내를 포함해 미국, 캐나다, 독일 등 약 70여개국에 코로나19 관련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진단 관련 장비도 올 2분기에 300대 이상 판매되는 등 올해 상반기에만 총 500대 이상의 장비가 판매되며 지난해 연간 실적의 약 2배 수준의 성장세를 보였다. 진단 장비는 코로나19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에 대한 진단시약도 적용할 수 있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회사의 매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코로나19 테마주인 신풍제약은 최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코리아 지수로 편입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매출도 호조세를 보이며 하반기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대폭 상승시켰다.

회사는 완제의약품·원료의약품 수출 증가로 올해 상반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한 1,003억원, 영업이익 46억원(71%↑), 당기순이익은 35억원(3.9%↑)으로 집계됐다.

신풍제약의 실적 상승 요인은 완제의약품과 원료의약품 수출 증가다. 이 회사가 금융당국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완제의약품 수출 규모는 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다. 원료의약품 수출은 1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특히, 신풍제약이 자체 개발한 국내 16호 신약 ‘피라맥스’(성분명: 피로나리딘 인산염+알테수네이트)는 WHO 말라리아 표준 치료지침(STG) 치료약물로 등재됐으며, 대외 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 국제연합(UN) 산하기관 유니세프와 장기공급협정을 체결하면서 해외 시장도 공략했다.

또 지난 2018년부터 신풍제약은 케냐, 우간다 등 아프리카 21개국과 총 158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으며 피라맥스의 해외 진출을 모색했다.

최근에는 피라맥스가 약물재창출 형태로 코로나19 치료제로서의 개발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5월 식약처 임상 2상 시험을 받았으며, 국내 9개 병원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 2상에서 성공적인 데이터가 도출돼 상용화될 경우 신풍제약의 매출은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덱사메타손으로 코로나19 수혜주로 떠오른 신일제약은 올해 상반기 304억원의 매출을 달성,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12.3% 증가했고, 순이익은 45억원으로 같은 기간 22% 성장했다.

신일제약의 이번 매출 상승에는 마스크의 공이 컸다.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 마스크 매출액은 7억 6,200만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억 7,200만원 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신일제약은 “올해 하반기에는 자체 생산 중인 마스크 매출과 더불어 기존 사업의 성장으로 상반기 증가폭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반면, 부광약품은 원가상승과 주요 제품의 판매 부진에 따른 영업이익 하락으로 수익성 악화를 보였다.

이 회사의 상반기 매출액은 79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3,6% 상승한 반면, 매출원가는 4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3% 증가했다.

이에 반해 영업이익은 1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달성한 55억원과 비교하면 67.3% 대폭 하락했다.

실제로 부광약품은 주력제품인 레가론, 덱시드, 치옥타시드 등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하락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치옥타시드는 지난해 상반기 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38억원에 그쳤으며, 덱시드도 79억원에서 73억원으로 하락했다. 레가론 역시 74억원에서 73억원으로 소폭의 매출 하락이 이어지면서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크게 감소했다.

코로나19 테마주로 주목받고 있는 일양약품은 전년에 비해 외형이 정체되거나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일양약품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0.28% 감소한 1,537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도 감소해 전년 동기 대비 18% 하락한 144억원, 당기순이익은 6.6% 줄어든 10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실적 부진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해외수출 감소를 비롯해, 중국법인인 양주일양제약유한공사와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의 정상영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매출이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최근 코로나19 후보물질로 떠오른 ‘나파모스타트’의 제네릭 개발에 착수하면서 코로나19 테마주로 분류된 명문제약의 적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됐다.

회사는 반기 매출 634억원(-10.8%), 영업이익 –153억원(-160%), 순이익 –149억원(-119%)으로 적자폭은 전년 동기 대비 커졌다.

이 같은 실적 부진 원인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영업활동 위축과 환자 감소에 따른 의약품 수요 감소가 지목됐다.

명문제약의 주력 제품 중 하나인 뇌기능개선제 ‘셉트페질’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7억원에 그쳤다. 고지혈증 치료제 명문로수바스타틴도 작년 상반기 18억원의 판매고를 올렸으나 올해는 1억원이 하락한 17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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