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눈 앞…중소제약사, “돌파구가 없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상당수 상위사 주력 품목 앞세워 실적 성장
상반기 매출 600억원 미만 기업 작년 대비 영업익 큰 폭 하락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대형제약사와 중소제약사 간 양극화 현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면영업이 곧 실적과 직결되는 제약업종 특성상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23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수도권에 이어 비수도권으로 확대했다. 지난 14일부터 열흘 연속 확진자가 세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물론 그동안 1~2명에 그쳤던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10명 내외의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확진자 증가세가 앞으로 며칠간 이어질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불가필 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렇게 되면 10명 이상 모이는 모든 모임·행사가 금지되고, 영화관과 결혼식장, 카페 등 중위험시설도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또 학교는 휴교,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은 인력의 50%가 재택근무에 돌입해야 한다.

제약사들 역시 이 같은 조치에 예외가 될 수 없다. 문제는 제약산업 특성상 영업 인력의 비중이 큰데 이들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제약사들이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로 영업활동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하면서 실적 악화의 쓴 맛을 봤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코로나19가 대형제약사 보다 중소제약사에 더 심각한 타격을 줬다는 점이다. 오히려 대형제약사 상당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불구하고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기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되면 대형-중소 제약사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로 상반기 매출 2,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동아에스티, 동국제약, 보령제약 등은 외형적 성장과 함께 영업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 작년에 비해 실적이 악화된 기업은 한미약품, 대웅제약, 일동제약, JW중외제약 등 일부에 불과했다.

반면 100억원 이상 600억원 미만 기업의 경우 대부분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액이 전년동기 대비 더 확대되거나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보다 더 나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업체는 녹십자엠에스(흑자전환), JW신약(2,358%↑), 대봉엘에스(48%↑), 경남제약(흑자전환), 고려제약(474%↑), 신일제약(12.3%↑), 진양제약(226%) 등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이처럼 대형제약사가 전반적으로 중소제약사 보다 코로나19라는 대외 악재를 잘 견딜 수 있었던 데는 영업활동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매출을 올려준 만성질환 계통의 주력 품목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는 몇몇 상위 제약사들의 판촉비 증감 추이를 보면 설득력이 더해진다. 영업활동의 제약으로 판촉비가 감소했음에도 실적이 대폭 개선된 기업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한 종근당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매출액 6,074억원, 영업이익 62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5,005억원), 82%(341억원)의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보여줬는데 판촉비는 작년(67억원) 대비 9.5%(61억원) 감소했다. 유한양행 역시 전년 동기(68억원)에 비해 판촉비가 27%(49억원) 감소했음에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GC녹십자(30억원 8.9%↑), 동국제약(41억원 7.9%↑)은 판촉비가 증가하기는 했지만 한 자릿수 증가율에 그쳤고, 대폭 증가한 곳은 동아에스티(44억원 25.5%↑)와 보령제약(17억원 65%↑) 정도였다.

그러나 중소제약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 경우 실적 부진을 넘어 생존을 걱정해야 할 것이란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대형병원을 비롯해 동네 병·의원들이 영업사원의 방문을 거절하는 빈도가 급증하고 있는데 대형 제약사에 비해 제품 인지도나 유통·영업망이 절대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대면영업이 중단될 경우 사실상 돌파구가 없다는 것. 신규 처방을 끌어오기는커녕 현상 유지도 힘들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중소 제약사 한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겨우 풀리기 시작한 병·의원 출입이 요새 부쩍 어려워지고 있다”며 “상반기 실적 급감으로 압박은 커지는데 의료진 얼굴을 보기는커녕 면박을 당하기 일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 회사에서 재택근무 지시가 내려올 텐데 현재로선 영업사원 개인이 비대면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반기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비공식적으로 거래처를 찾아가 읍소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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