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의약분업 파업 당시 외상 회수 부진에 ‘도산 위기’ 내몰려
저조한 파업 참여율·국민 공감대 형성 실패 등 파업 장기화는 어려울 듯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제약업계가 의사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두고 정부와 마찰을 빚으면서 기업들이 매출의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저조한 파업 참여율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 실패로 파업 장기화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만큼 제약업계에 실적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4대惡으로 규정한 ▲의사정원 수 확대 ▲공공의대 설립 ▲비대면 진료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등의 철회를 촉구하며 지난 26일부터 집단 휴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4일에 이어 2차 총파업 나선 것이다.

이번 파업에는 대학병원의 핵심 인력인 전공의와 전임의, 봉직의를 비롯해 동네의원인 개원의 등 의료계 전 직역이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의료기관의 파업은 제약회사의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응급 수술을 제외한 수술 연기, 외래 진료 중단 등으로 의약품 처방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는 의료계의 집단휴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상위제약사 A 관계자는 “이제 막 파업을 시작한 만큼 매출 실적 영향을 논의하는 것은 이르다”면서도 “의료계의 파업이 직·간접적으로 제약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B 관계자도 “사흘 동안 진행되는 파업의 경우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만약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매출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제약업계도 의료계의 파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집단휴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가 총파업을 강행하자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데 이어 대한의사협회를 의료기관 집단휴진 계획을 추진한 의협의 카르텔 형성 등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의료계 총파업과 관련해 원칙적인 법 집행을 통해 강력하게 대처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의료계는 무기한 집단휴진의 뜻을 밝혔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이날 온라인 궐기대회에서 “전공의나 전임의, 의협 회원 단 한사람이라도 업무개시명령에 따라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면 의협 전 회원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이처럼 정부와 의료계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강공모드로 나서자 제약업계에서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당시 의약분업 파업으로 인해 제약회사, 의약품 도매업체, 약국 등이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며 도산 위기에 처한 바 있다.

당시 전국 875개 병원의 진료 수입 손실액만 5,000억원 이상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의료기관들은 자금난을 이유로 의약품 결제를 미루면서 상당수 제약사들이 경영난을 겪어야만 했다. 제약업계가 의료계의 파업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하지만, 의료계의 파업은 예상보다 저조한 참여율과 국민 공감대 형성 실패로 장기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

보건복지부가 25일 낮 12시 기준 전국 시도를 통해 휴진을 사전 신청한 의원급 의료기관만 확인한 결과, 전국 3만 2,787곳 중 26일 휴진 기관은 2,097곳(6.5%)에 그쳤다. 이마저도 27일과 28일 휴진 기관은 1,905곳, 1,508곳으로 참여율이 점차 감소했다.

앞서의 A 관계자는 “의사들마다 파업에 대한 입장차가 있는 데다 굳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파업을 하냐는 비판까지 제기되면서 20년 전 사태가 재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명분 또한 의사들 기득권과 관련돼 있어 파업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다. 이번 파업이 장기화되기 어려운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지속될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만큼 파업 장기화는 의료계도 부담스러운 부분일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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