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들 ‘볼륨 확대’ 본격화…고함량 국민비타민 독주체제 ‘견제’
“물 들어 올 때 노 저어라”…소비자·약사 대상 영업·마케팅 ‘치열’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견고했던 고함량비타민 시장의 독주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제품의 특장점을 바탕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후발주자들이 부동의 리딩 품목 아로나민의 자리를 잠식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이 소비자와 약사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만큼 시장 점유율 확보 경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 질 것이란 관측이다.

국내 고함량 비타민 시장이 작년을 기점으로 크게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을 지배해 왔던 ‘아로나민(일동제약)’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임팩타민(대웅제약)’, ‘메가트루·삐콤씨(유한양행)’, ‘비맥스(GC녹십자)’, ‘벤포벨(종근당)’ 등 경쟁 제품은 오히려 영향력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일동제약의 아로나민 매출액은 326억4,200만원으로 전년동기(358억1,800만원) 대비 9.7% 감소했다. 또 아로나민을 든든하게 뒷받침 해왔던 자매품 ‘엑세라민(64억1,900만원→51억9,900만원)’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연매출 800억원(780억7,700만원) 고지를 넘보던 아로나민의 위세를 감안하면 매출 하락 폭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

이와 달리 경쟁 제품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300억원(2018년 262억5,700만원→2019년 351억4,600만원)을 돌파한 대웅제약의 임팩타민은 올 2분기까지 186억3,900만원(2019년 161억8,700만원 13.2%↑)의 판매고를 올리며 연매출 400억원 고지를 정조준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메가트루와 삐콤씨도 전년동기 대비 각각 2.9%(62억8,800만원), 21.5%(37억1,100만원) 성장한 64억7,900만원, 47억2,7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 두 제품은 100억원(2019년 125억8,200만원/102억5,700만원) 이상의 연매출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로 입지를 다지며 회사의 실적 향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GC녹십자의 비맥스와 종근당의 벤포벨은 회사 측이 실적보고서에 개별 제품의 매출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상세 실적을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올해도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의약품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17년 처음으로 연매출 100억원 돌파한 비맥스는 지난해 16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GC녹십자의 OTC 사업 부문이 최근 몇 년간 순항을 거듭하고 있는데 특히 지난해 연매출 1,000억원(2019년 1,153억원) 돌파와 올해 분기 매출(2분기 434억원) 신기록을 작성하는데 비맥스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출시 첫 해(2017년) 32억원의 연매출을 올린 종근당의 벤포벨은 2018년 56억원, 2019년 117억원으로 빠르게 볼륨을 키우며 경쟁 제품 중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 종근당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 6,073억8,800만원, 영업이익 622억2,800만원을 달성했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21.3%, 82.3% 증가한 수치다. 회사 측은 이 같은 실적 호조의 배경으로 여러 주력 품목과 함께 벤포벨을 언급한 바 있다. 벤포벨이 지난해의 기세를 올해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후발주자들의 시장 영향력이 이처럼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본격화된 일본 불매운동이 국내 고함량비타민 시장 지형 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시발점이 됐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유명 약사 유튜버들이 일본산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산 제품을 소개했는데 소비자들이 이에 적극 호응하면서 인지도가 부족했던 제품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 여기에 일선 약국들이 일본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들 제품의 홍보가 극대화됐다는 분석이다.

기업들 역시 이러한 일본 불매운동 분위기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했다는 평가다. 인지도 제고에 혁혁한 공을 세운 약사를 대상으로 영업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대중광고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다시 한 번 확실하게 각인시켰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을 계기로 국산 고함량 비타민제의 인지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며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면역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기업들도 성별, 나이 등을 고려한 맞춤형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각 제품마다 특장점에 차이가 있고 소비자들의 니즈도 점차 세분화 되고 있는 만큼 특정 제품 쏠림 현상은 지속적으로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점유율 확보를 위한 개별 기업 간 경쟁이 앞으로 더욱 더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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