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 청원글 들여다 보니…4건 중 1건은 ‘의료계 파업’관련
국민, 파업의사 강력 처벌 ‘촉구’…의대생 국시 취소 구제화 ‘반대’
한의사, ‘의사 대체’ 활용, 군의무사관학교 설립 등 제안 잇따라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의료계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등을 반대하며 집단휴진 투쟁을 한 의사사회를 놓고 찬반글이 연달아 게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대 정원 확대 등을 반대하며 국시 접수를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추후 구제를 반대한다는 게시글은 청원 동의 20만명을 초과했다. 이 게시글에 대한 청와대 답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메디코파마 취재진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보건복지 분야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153건 중 38건이 의료계 파업 관련 내용이었다. 전체 게시글 4건 중 1건(25.50%)은 의사사회의 집단행동에 대한 찬반논쟁이었다는 얘기다.(의료계의 파업을 야기한 공공의대 설립안 재검토 요청, 공공의대생 선발 시민단체 개입 등도 포함했다.)

이 중에서 18건(47.36%)은 대한의사협회의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 시행 직전인 24일부터 27일까지 게재됐다. 의료계 파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높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파업 관련 게시글 중 7건은 현직 의사들이 의사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을 반대하고 의사사회가 파업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따졌다.

흥미로운 점은 현직 간호사가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 증원을 반대합니다’라는 청원글을 게시하며 의사사회에 힘을 보탰다는 것이다.

간호사 단체인 대한간호협회가 최근 발표한 의대 입학 정원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와는 반대되는 글이라 더 시선을 끌고 있다.

한 때 대학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지방 병원에 의사가 부족한 이유가 인력 부족이 아닌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라며, 이번 파업을 단순히 밥그릇 챙기기로 보지 말고 의사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이 외에도 의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게시글이 1건, 의사 파업의 사실 공개를 요구하는 글이 1건 게재됐다.

27일에는 ‘수도권 전공의·전임의에 업무개시명령 철회하십시오’라는 글이 게재됐는데 27일 오후 8시 현재 2만 5,328명이 해당 청원에 동의했다.

38건 중 12건은 의료계의 파업을 반대하며 처벌을 촉구했다. 더욱이 보건복지 분야 전체 추천순 TOP 5 중 3건이 파업을 강행한 의사들에 대한 정부의 강력 대응을 요구하는 게시물이었다.

특히, 의대정원 확대를 반대하며 의사 국가고시 접수를 단체로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한다는 청원글은 30만 1,721명이 동의하면서, 현재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벌이는 의료계의 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과 배신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인 셈이다.

국민들은 파업에 참여한 의대생과 전 직역 의사들의 면허를 박탈하고, 의사면허증을 찢은 의사들의 경우 재취득을 금지해야 한다는 글도 게시했다.

더 나아가 의사 정원을 연 4,000명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청원글도 올라와 의사 파업에 맞불을 놓기도 했다.

또 수술실 CCTV 의무설치 법안 통과·성범죄, 음주 수술, 대리 수술 관련 1회 처벌 시 즉시 의사면허 박탈 등을 촉구하는 청원글도 올라왔다.

파업으로 인해 실제로 피해를 본 환자들의 사연도 3건이나 게시됐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로 예정됐던 수술이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연기됐다며, 하루 빨리 결론을 내려달라는 글들이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사 파업에 대한 찬반 논쟁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 파업을 계기로 공공의료 인력 배출과 PA(의사보조인력, physician assistant) 법제화, 의사면허 발급기준 등을 변경하는 청원도 올라온 것.

이 청원인은 군사의무사관학교를 설립해 전액 국고로 군의관을 양성하고, 10년 동안 복무한 후 공공의사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청원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미국처럼 주별 면허제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별 인구수 대비, 현 지역별 개원의 수와 봉직의 수로 계산해 지역별로 면허 발급수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

지역에서 일정기간 개원의 혹은 봉직의(약 10년) 활동 후 타 지역으로 면허 신청이 가능하게 해 의대 정원 증설 없이 지방 의료공백을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행법상 불법인 PA제도의 법제화를 요청하는 청원글도 올라왔다. 전공의 파업으로 인력이 부족한 의료기관에서 대체인력으로 PA 간호사들을 투입하면서 불법과 합법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놓여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PA제도를 법제화 해달라는 것이다.

한 술 더 떠 의사 인력 확충에 한의대와 한의사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청원글도 게재됐다.

한의계 인사로 추정되는 이 청원인은 한의대 교과과정과 의대 교과과정이 75% 동일한 만큼 한의대 졸업 후 의대 본과 3, 4학년에 이수해야 할 교과목을 추가 이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면 2년 후부터 의사 인력이 확충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8월 6일 게시된 이 청원은 27일 오후 9시 현재 596명의 동의를 얻는데 그쳤다.

이 외에도 의료계와 정부의 공개 토론회를 제안하는 글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김헌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파면 촉구, 공공의대 게이트 진상규명 요청 등의 청원이 게시됐다.

의사 정원 확대 등 보건의료 정책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강공모드로 나서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청원글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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