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가 피임 호르몬제제(경구약, 피임 패치, 피임 주사 등)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항생제(리팜핀 등), 항균제, 항전간제(간질약), 항레트로바이러스제 등 일부 약물은 간(肝)에서 피임 호르몬제제의 효과를 저해하는 에스트로겐 분해 촉진 효소의 생산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스트로겐 분해 속도가 빨라지면 혈중 에스트로겐이 줄어 피임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제프리 아론슨 임상 약리학 교수 연구팀은 문제의 간 효소 유발 여부와 상관없이 광범위한 항생제가 호르몬 피임약을 사용하는 여성의 원치않는 임신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등이 최근 보도했다.

영국 의약품-건강제품규제국(MHPRA)의 약물 부작용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피임약을 사용하는 여성 중 에스트로겐 분해 촉진 효소를 유발하지 않는 항생제를 복용한 7만4,623명, 이 효소를 유발하는 항생제를 복용한 3만2,872명, 항생제 이외의 다른 약(소염진통제 이부프로펜, 항우울제 시탈로프람 등)을 복용한 6만5,758명을 대상으로 원치않는 임신 발생률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에스트로겐 분해 촉진 효소를 유발하는 항생제를 복용한 그룹이 다른 약을 사용한 대조군보다 원치않는 임신 발생률이 1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효소를 유발하지 않는 항생제를 복용한 그룹도 원치않는 임신 발생률이 대조군보다 6.7배 높았다.

따라서 피임약을 복용하면서 항생제를 써야 할 경우 추가적인 피임 조치를 취할 것을 연구팀은 권고했다.

에스트로겐 분해 효소를 유발하지 않는 항생제에는 아목시실린, 암피실린, 세팔렉신, 시프로플록사신, 에리스로마이신, 메트로니다졸, 니트로프란토인, 옥시테트라사이클린, 트리메토프림 등이 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 의학 저널(BMJ: British Medical Journal)의 자매지 '증거 중심 의학'(Evidence-Based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출처=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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