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라인업은 구축했는데…대부분 ‘출시 대기’ 상태
셀트리온·휴온스, 기대 만큼 성과 ‘글쎄’…녹십자MS만 ‘체면 유지’
시장진입 늦어질수록 수익성 악화…“실적 개선 일조 기대는 금물”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글로벌 코로나19 진단키트 시장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의 행보가 더딘 모양새다. 일찌감치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상당수 국가에서 인·허가 문제로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기업 간 시장 선점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판매에 돌입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액은 지난 1월 3,400달러(1개국)에서 2월 64만2,500달러(33개국), 3월 2,410만3,200달러(81개국), 4월 2억123만달러(103개국)로 4개월만에 무려 5만9,18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공급자 절대 우위의 시장이 지속되면서 씨젠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해외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진단키트가 순식간에 블루오션으로 떠오르자 몇몇 중견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휴온스(휴메딕스), GC녹십자(GC녹십자엠에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자체 개발보다는 관련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와 손을 잡고 상반기에 제품 라인업 구축을 대부분 마무리했다.

하지만 3분기 마감을 한 달 앞둔 지금까지도 해외 시장 진출이나 대규모 공급 계약 체결 소식은 손에 꼽을 정도다.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각 국가의 인·허가 절차가 당초 계획보다 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의 수출이 본궤도에 오르는 시점은 내년 초가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휴마시스(항체진단), 비비비(항원진단)와 진단키트를 공동 개발한 셀트리온은 지난달 12일 미국 시장에 진출하며 글로벌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나머지 해외 시장을 담당할 예정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아직 개별 국가간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인·허가 절차가 언제 완료될 지는 각국의 규제기관의 손에 달려 있는 만큼 현재로선 출시 일정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유럽과 중남미 시장을 중심으로 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다만 진출 준비 국가는 계약상 구체적으로 언급하기가 곤란하다”면서 “현재 개별 국가마다 인·허가 절차와 승인 속도가 달라 이를 조율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제품 유통은 현지 파트너사 보다는 구축돼 있는 직판 체계를 활용할 방침이다. 다만 국가별로 변수가 있는 만큼 100%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휴온스와 관계사인 휴메딕스 역시 젠큐릭스, 바이오노트와 손을 잡고 코로나19 진단키트(유전자증폭방식, 항체진단, 항원진단) 라인업을 모두 확보해 놓은 상황이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휴메딕스는 최근 20여개국 정부 및 현지 파트너사와 인·허가 문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비슷하게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역시 인·허가 문제로 수출 답보상태에 빠져 있는 만큼 휴메딕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평가에 최근 힘이 실리고 있다.

휴온스 관계자는 “휴온스의 경우 현재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일부 국가에 소규모로 수출을 하고 있으며 유통은 현지 파트너사가 담당하고 있다”며 “관계사인 휴메딕스는 현재 다수의 국가와 인·허가 절차가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해외시장 진출 속도가 더디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계획대로 차질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두 기업은 이처럼 인·허가 지연이라는 난관에 부딪친 상황이지만 해외시장 진출 의지는 여전히 확고하다.

그런데 문제는 시장 출시가 늦어질수록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업체의 진단키트 전체 수출액은 5~7월 큰 폭의 조정을 받았는데 7월 수출액은 6,756만달러까지 내려 앉았다. 이는 고점 대비(4월 2억123만달러) 46% 수준까지 하락한 수치다. 제품 판매가 본격화되더라도 이들 기업의 실적에 큰 보탬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 난이도가 낮은 분자진단키트의 경우 개발업체들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했다. 올해 초만 해도 개당 20달러에 육박하던 판매 가격이 2~3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항체진단 제품도 이미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항원진단의 경우 바이러스 양에 따라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는 단점이 있는 데다 항체를 정제하는 데에도 시간이 다소 걸려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 진입이 늦어질수록 가격 하락과 물량 수주 문제를 뚫고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7~8월 남미와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나면서 지난달(8월) 진단키트 수출액(9,306만달러)이 반등했다는 점은 후발주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곳도 있다. 엠모니터, 진캐스트, 젠바디와 손을 잡고 진단키트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GC녹십자엠에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4,200만 달러(약 52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따내며 해외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특히 GC녹십자엠에스의 경우 자체 개발한 항원진단 제품을 보유한 상황에서 파트너사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항체진단과 분자진단 기술까지 제공받아 셀트리온과 휴온스 보다 수익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녹십자엠에스 관계자는 “아직 추가적인 대형 계약 체결 소식은 없지만 현재 여러 국가와 공급 계약을 논의 중에 있다”며 “4,200만 달러(한화 약 500여억원) 수출 계약금이 3~4분기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실적 증가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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