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장기화에 뿔난 국민들 ‘의료법 개정’ 촉구 맞불
국민청원 게시판 3일 만에 25만명 돌파…청와대 답변 대기 중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의료법 제 8조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의료계가 총파업을 강행하는 이유가 ‘철밥통’ 의사면허를 보장하는 해당 법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의료계의 파업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자 이에 분노한 국민들이 의료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의료계 파업 관련 게시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의료계 파업의 정당성과 지지를 호소하는 글에서부터 파업에 참여하는 의사들에 대한 강한 처벌 요구, 파업으로 인해 실제 피해를 본 환자들의 사례 등 내용도 다양하다.

이 중에는 의료계 파업을 계기로 최근 수 년 동안 사회에서 의료인 단체에 요구했던 성범죄 의료인 면허 제한과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 등을 요구하는 게시글도 있었다.

한 청원인은 3일 ‘특권없는 공정한 사회를 젊은 의사들에게 ! <의사 4대 특권 철폐 청원>’의 글을 게재했다.

이 청원인은 젊은 의사들이 꿈꾸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위해 ▲수술실 CCTV 의무화 ▲제약사 리베이트 근절 특별법 ▲강력범죄에도 취소되지 않는 의사 면허 특권 ▲의사 범죄 및 의료사고 이력제 입법 등 의료계 특권 4가지를 철폐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위해 열심히 싸우는 젊은 의사들을 위해서라도 의사 특권 4가지의 철폐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달 31일 게재된 ‘의사집단을 괴물로 키운 2000년 의료악법의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게시글은 3일 만에 28만 470명이 동의해 청와대 답변을 대기 중이다.

청원인은 “코로나 위기가 극에 달해 시민들이 죽어가는 시기에도 의사들이 진료거부를 할수 있는 이유는 2000년 개정된 의료악법 때문”이라며 “당시 개정된 악법으로 의료인은 살인, 강도, 성폭행을 해도 의사면허가 유지된다. 지금의 의사집단은 의료법 이 외의 어떠한 범죄를 저질러도 면허를 유지할 수 있으니 3년 징역이나 3,000만원 벌금 정도의 공권력은 전혀 무서울 게 없는 무소불위의 괴물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청원에서 지적하고 있는 의료법은 지난 2000년 당시 보건복지위원장이었던 의사 출신 김찬우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다.

1999년 이전만 하더라도 어떤 범죄를 저지르던지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가 되면 의사 면허도 자동으로 취소가 됐다. 하지만, 2000년 의료법 개정 이후 의료법 또는 보건의료와 관련된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만 면허 취소가 가능해졌다. 의사 면허가 ‘철밥통’이라고 불리게 된 배경이다.

여기서 말하는 의료법은 제8조에 해당한다. 의료법 제8조가 규정한 의료인 결격사유는 ▲마약중독자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의료 관련 법률 위반자 등이다.

그동안 의료법 제8조를 개정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20여 건 이상의 법안을 발의했으나 매번 의사단체의 반대에 부딪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하지만, 최근 21대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최근 성폭력 범죄나 특정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고 3년 안에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특히, 이 법안에는 성폭력·강력 범죄로 면허취소 된 의사가 면허를 재교부 받은 뒤 또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의사 자격을 영구 박탈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 등을 반대하며 파업에 나섰다. 의료계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의료대란은 현실화 됐다. 예정된 항암수술이 연기되고,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아 전전하다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의료계의 이 같은 행태에 다수의 국민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국민을 위해 고군분투한 의료진을 위해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까지 전개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실제로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 파업에 나선 의사들의 처벌을 촉구하던 분위기는 급기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파업병원 보이콧’ 운동까지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동안 의료계가 반대해 온 성범죄 의료인 처벌,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파업의 논점을 흐리는 ‘물타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이 끝난 후 당시 김재정 의협 회장은 감옥에 갔고, 인상됐던 수가는 재정안정화 대책으로 인해 인하됐다. 그 후 20년 동안 썩은 호박처럼 당하며 열정페이에 몸을 혹사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학습 효과로 인해 현재 젊은 의사들이 명문화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굳이 지금 성범죄 의료인 처벌, 수술실 CCTV 의무화 설치 등을 얘기하는 것은 의료계의 투쟁 논점을 흐리게 하기 위한 ‘물타기’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논의는 파업이 끝난 이후에 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메디코파마 취재진은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을 듣기 위해 협회 홍보이사에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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