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자 돈 긁어모았는데…배당은 ‘늘고’ 기부는 ‘줄고’
다이이찌산쿄, 90억 이익내고 350억 배당…기부는 4억 그쳐
아스텔라스제약, 3년간 570억 배당 유출…기부는 10억 안돼

국내 진출한 일부 일본계 제약사의 과도한 ‘배당 잔치’가 도마에 올랐다. 해외 본사로 보낼 배당금은 무리를 해서라도 송금 규모를 늘린 반면, 국내에서 사회 공헌에 쓴 돈은 벌어들인 것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당 잔치와 기부 수준은 국내 대형제약사와 비교해도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8일 메디코파마는 국내 진출한 일본계 제약사 7곳(아스텔라스제약, 다케다제약, 에자이, 다이이찌산쿄, 산텐제약,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이 공시한 감사보고서(2019년4월~2020년3월)를 통해 이들 기업이 지난해 지급한 배당금 규모와 이익 대비 기부금 지출 현황을 살펴봤다.

지난해(사업연도 기준) 배당금을 지출한 곳은 3개사로, 그 규모가 653억 원에 달했다. 올해 배당을 결정한 곳도 3곳이 있었다. 이들 기업이 송금하기로 한 배당금은 619억 원으로 확인됐다.

반면, 일본계 제약사 7곳의 전체 기부금 규모는 26억 원에 불과했다. 이 기간 7개사의 매출은 1조1,602억 원, 영업이익은 1,042억 원을 벌어들였다.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벌어들인 돈인 만큼 사회공헌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난해 배당금을 가장 많이 송금한 곳은 한국에자이였다. 이 회사가 해외로 보낸 돈은 400억 원에 달했다. 이어 한국아스텔라스제약(230억원),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23억원)도 거액의 돈이 빠져나갔다.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은 올해 250억 원의 배당을 또 지급하기로 했다. 두 해를 합해 인출된 돈만 500억 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올해도 19억 원을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한국다이이찌산쿄는 350억 원을 송금하기로 결론냈다.

문제는 이들 일본계 제약사들이 인출한 배당금 규모가 사회공헌에 쓴 돈과 비교해 상당히 과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다이이찌산쿄의 경우 9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지만, 이보다 4배에 가까운 350억 원을 본사에 송금하기로 했다. 순이익대비 배당지급률이 무려 387%에 달한 셈이다. 반면, 이 회사는 한국시장에서 매출이 20%나 급성장(1,905억원) 하는 동안 정작 기부는 4억2,500만 원이 전부였다. 이는 전년도 4억5,400만원 보다도 쪼그라든 규모다. 배당금 지급 이후 이 회사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은 1백만 원도 남지 않은 상태다.

한국아스텔라스제약도 16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지만 배당으로 출금할 돈은 250억 원이 잡혀있었다. 배당성향만 153%에 달하는 규모다. 이 회사는 2019년 230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데 이어 올해도 250억 원으로 배당 규모를 늘렸다. 2018년에도 91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바 있어 3년 연속 거액의 배당금이 해외로 유출된 셈이다. 아스텔라스제약이 3년간 한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8,460억 원, 당기순이익은 426억 원에 달했지만 이 기간 기부금은 10억 원(8억9500백만원)도 채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에자이는 지난해 400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일본계 제약사 7곳 중 가장 큰 규모였다. 배당성향은 53%였다. 다만 이 회사는 2018년도에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올해에도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에자이는 일본계 제약사 가운데 유일하게 10억 원 이상의 기부금을 지급한 곳이기도 했다. 회사는 전년도(8억4500백만원) 보다 43% 늘어난 15억 원을 사회공헌 참여에 사용했다.

주목할 점은 일본계 제약사들의 과도한 배당규모가 국내 제약사들과 비교해도 정도가 지나치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대형제약사 배당성향은 대표적으로 한미약품 11%, 광동제약 14%, 종근당 17%, 동아에스티 12%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본계 제약사가 내놓은 기부금도 국내 제약사와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국내 대형 제약사들의 기부금은 상반기 6개월간 지급된 금액만 해도 유한양행 7억 원, 한미약품 18억 원, 녹십자 9억 원, 종근당 11억 원, 일동제약 5억 원, 동국제약 16억 원 등 국내 제약사들이 상반기만 2~3배 이상 많은 규모였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다국적제약사들이 모회사에 종속된 만큼 한국법인과 본사 사이에 오가는 배당금 문제를 두고 이렇다 할 지적은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정도를 벗어난 무리한 배당 송금은 사회적으로 오해와 논란의 소지가 있다. 국내에서 기부금을 늘리고 사회공헌을 많이 한다는 것은 일본계 제약사가 국내 제약산업과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벌어들인 소득이라는 점에서 배당은 늘어난 반면 사회 공헌도가 낮아진 점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계 제약사들이 기부금으로 내놓은 규모는 한국에자이가 15억100만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한국다이이찌산쿄(4억2500만원), 한국다케다제약(3억3400만원, 종속 샤이어파마코리아 포함), 한국아스텔라스제약(3억2300만원), 한국산텐제약(4,400만원), 한국오노약품(1,000만원) 순으로 사회적 공헌에 참여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