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사 외상값 규모 매출의 절반 이상…회수 기간만 4개월
회수기간 길수록 수익성 악화…R&D·운영자금 조달 ‘적색등’
‘밀어 넣기’ 영업 오해까지…대금 회수 관리 방안 마련 ‘시급’

우리나라 대형 제약사들이 떠안은 외상값 규모가 올 상반기에만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부로부터 받지 못한 돈을 회수하는데 걸린 시간만도 평균 3개월 이상이었다.

반대로 대다수 제약사들의 빚 규모는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R&D) 투자와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외부 돈을 끌어다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금 유동성에 대한 전략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메디코파마뉴스는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40곳의 반기보고서를 통해 매출채권(의약품을 팔고 아직 받지 못한 판매대금), 이른바 외상값 현황을 살펴봤다.

전체 40개사의 외상매출금은 총 5조 3,068억 원에 달했다. 상반기 매출 대비 외상값 비중은 평균 57.4% 수준으로 절반을 웃돌았다. 외상 비중이 60% 이상인 곳도 12곳에 달했다. 제약사 10곳 중 3곳의 외상값 비중이 매출의 60%를 차지한 셈이다. 매출 1천억 원 미만의 중소 제약사 16곳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전체 매출에서 외상값이 차지는 비중은 평균 70% 수준이었다.

외상값 회수 기간은 평균 107일(3~4개월)이었다. 이는 지난 2017년과 비교할 때 26일 정도 앞당겨진 수준이다.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서도 8일이나 개선했다. 이는 외상값 회수 기간이 제약사들의 관리를 통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뜻으로, 현금흐름이 좋아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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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트리온家 외상값 ‘경고등’…셀트리온 한 곳만 못받은 돈 1조 넘어

외상값이 전체 매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곳은 셀트리온제약이었다. 이 회사의 매출채권 규모는 1,358억원으로 상반기 매출 908억 원의 150%에 달했다.

셀트리온제약의 외상값 비중이 높은 데에는 이 회사의 급격한 성장과 회수 기간이 비교적 긴 전문의약품(바이오시밀러, 케미칼의약품)의 비중이 주력품목에 다수 포함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셀트리온제약의 외상값 회수기간은 2018년 320일로 소요기간이 1년에 육박했다. 하지만, 올 들어 그 기간이 277일로 약 2개월 정도 앞당겨졌다.

셀트리온그룹의 큰 형격인 셀트리온은 외상값이 가장 많은 회사였다. 이 회사의 매출채권은 1조 464억 원으로 조사 대상 가운데 유일하게 4,000억 원이 넘는 기업이었다. 이 외에도 상반기 외상값이 많았던 회사는 유한양행(3,813억원), 녹십자(3,737억원), 광동제약(2,441억원), 한미약품(2,028억원)으로 조사됐다.

셀트리온의 경우 해외 유통·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재고 물량 확보 차원에서 선매입에 따른 대금결제로 약 7개월(212일) 정도 밀린 수준으로 거래를 해왔던 것이 외상값 회수 기간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7년 307일을 기록했던 셀트리온의 회수 소요기간은 올 들어 약 3개월가량 줄어들었다.

현재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아시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해외 제약사와 판매 계약을 체결해 시판하는 간접판매 방식을 취하고 있다. 회사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해외 현지법인 설립을 통한 직접판매 방식을 확대하고 있다. 향후 직판이 확대될 경우 영업이익률 제고 뿐 아니라 대금결제 기간도 급속히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패밀리 외에 매출 대비 외상값 비율이 높은 곳은 부광약품(141%, 1,130억원), 신풍제약(108%, 1,81억원), 명문제약(88.2%, 560억원). 삼성제약(82%, 210억원), 동성제약(82%, 400억원), 환인제약(75%, 635억원), 화일약품(71%, 505억원), JW중외제약(69%, 1,838억원), 이연제약(69%, 437억원), 한독(60%, 1,435억원) 등으로 이들은 외상값 비중이 상반기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 곳들이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대체로 회수 기간 역시 길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셀트리온제약이 외상값을 돌려받기까지 평균 277일로 가장 길었다. 이 외에도 부광약품(240일), 신풍제약(207일), 명문제약(187일), 삼성제약(150일), 동성제약(141일), 환인제약(139일), 화일약품(120일) 등은 물건을 팔고 돈을 받기까지 약 4개월 이상 소요됐다.

>> 회수기간 길어지면서 영업실적에도 ‘직격타’

외상값의 회수 기간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제약사들은 대체로 영업 성적도 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회수 기간이 지난해 209일에서 올해 240일로 늘어난 부광약품의 경우 영업이익이 67% 급감했다. 이 외에도 회수 기간이 늘어난 명문제약, 삼아제약, 우리들제약,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도 영업이익이 줄어들거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늦어진 외상값 회수가 현금흐름에 지장을 주면서 수익성 악화까지 초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조사대상에 포함된 40곳의 평균 매출채권 회전율은 4.17로 나타났다. 2019년(3.91), 2018년(3.62), 2017년(3.46)에 비하면 개선된 수치다. 매출채권 회전율은 외상값이 현금으로 전환되는 속도를 나타내는데 여기서 회전율이 높으면 외상값의 회수 기간이 그만큼 짧다는 의미다.

>> 일동·대원·동아에스티·종근당, 외상값 회수기간 ‘양호’

회수 기간이 가장 짧은 곳은 일동제약(회전율 9.01)과 대원제약(7.75)이었다. 두 회사는 각각 41일과 47만에 외상값을 회수하고 있었다.

일동제약은 도·소매 거래처에 대한 비중이 71%나 차지하는 곳이다. 이 회사가 의약분업 이후 도소매 유통 활성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소매 거래처에 대한 매출은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처리해 신용위험을 줄이면서 채널별 영업이익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게 사측 계획이다.

대원제약은 병의원에 특화된 전문의약품(ETC)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는 그간 구축한 의원시장을 기반으로 종합병원 부문의 영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실제로 최근 이 회사의 종합병원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태다.

이 외에도 회수 기간이 짧았던 곳은 동아에스티(6.91, 53일), 종근당(6.9, 53일), 차바이오텍(6.79, 54일), 국제약품(6.2, 59일), 대웅제약(5.99, 61일), 한미약품(5.39, 68일), 광동제약(5.22, 70일), 삼성바이오로직스(4.98, 73일), 동국제약(4.76, 77일), 대한약품(4.71, 77일) 순으로 조사됐다.

휴온스(78일), 삼일제약(78일), 제일약품(81일), 보령제약(82일), 영진약품(82일), 삼진제약(84일), 일양약품(84일), 유유제약(84일) 등도 회수 기간이 약 3개월 이내로, 외상값을 돌려받는 속도가 양호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 밀린 외상값에 실적도 ‘부진’…기업별 ‘대금 회수 전략’도 제각각

일부 제약기업들 사이에서 공통점도 나타났다. 외상값 회수 기간이 100일을 넘어서는 제약사 15곳 중 절반(7곳)은 영업이익이 적자이거나 이익이 급감한 것.

대표적으로 부광약품(회전율 1.52, 회수기간 240일, 전년比 영업이익 증감률 -67%), 명문제약(1.95, 187일, 적자), 서울제약(2.43, 150일, 적자), JW중외제약(2.53, 144일, 적자), 환인제약(2.62, 139일, -18%), 이연제약(2.75, 133일, -85%), 삼아제약(3.06, 119일, -46%) 등이었다.

이들 기업은 저마다 판매 전략도 다양했다. 환인제약은 100% 외상이 가능하도록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후 1~6개월 사이에 현금과 어음으로 대금을 회수하고 있었으며 이 중 현금 결제 비율은 67%에 달했다. 회사는 디테일 영업 강화와 비용절감, 매출채권 관리 효율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시장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내수판매에 대부분(95%)을 의존하고 있는 명문제약은 현금과 외상매출의 대금 결제를 병행하고 있었다. 외상값 회수 방법은 최소 1개월에서 최장 6개월로 현금과 카드, 어음을 받고 있었다. 이 회사는 외상값을 받지 못할 혹시 모를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우량 거래처를 중심으로 영업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는 상태다.

JW중외제약은 전체 내수에서 약국과 종합병원 유통이 각각 약 37%와 56%를 차지하고 있었다. 회사는 대형매출 품목에 대해 장기적으로 초대형 품목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캐시카우를 확보하고 기존 품목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떠안고 있는 매출채권(외상값)은 긍정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그만큼 물건이 많이 팔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면서도 “하지만, 아직도 외상으로 깔아 놓은 제품이 많다는 점에서 고민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외상값 규모도 큰데 대금 회수까지 늦어지면 ‘밀어 넣기’ 영업이라는 오해까지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나쁘거나 거래 상대의 신용에 문제가 생기면 대금 회수 문제에 노출되는 만큼 관리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내수 부진 등 자금 압박의 요소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 악화는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출채권 구조를 개선해 원활한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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