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대 매출 상위 제약바이오기업 ‘취업 문턱’ 더 높아져
한미·동아·대웅·제일 등 감소…씨젠은 연내 500명 확대키로
코로나19 확산·불경기 장기화…공채 대신 ‘수시 채용’ 전환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장기화된 불경기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제약업계 고용시장에도 한파가 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내노라 하는 1,000억원대 매출 상위 기업의 상반기 직원 증가율이 평균 2%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규모 공채 대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제약업계의 고용시장 한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본지가, 상반기 매출액 1,000억원 이상 제약바이오기업 28곳에 대한 임직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9곳(32.14%)은 직원수가 감소했고, 7곳(25%)은 1% 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금융감독원 2019년 사업보고서 및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 ‘얼어 붙은’ 제약업계 고용시장…높아진 취업 ‘문턱’

제약바이오산업의 경우 다른 산업과 비교해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는 사회 분위기와는 대조된 양상이다.

기업별로는 한미약품의 임직원 수가 가장 많이 감소했다. 지난해 연말 2,411명에서 올 상반기 2,365명으로 46명 줄었다. 이 회사의 직원수 감소는 코로나19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북경한미약품의 실적 부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경한미약품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중국 시장 상황 악화로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한 271억원에 그쳤다. 아울러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모두 적자로 전환됐다. 고용 감소가 실적 악화와 무관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웅제약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말 1,464명이었던 이 회사의 임직원 수는 올 들어 1,438명으로 26명 감소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발생한 라니티딘 사태에 따른 주력 품목 ‘알비스’와 ‘알비스디’의 잠정 판매 중지에 따른 실적 악화로 상반기 영업이익과 매출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3.4%와 8.1% 줄었다.

여기에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둘러싼 메디톡스와의 소송비용과 코로나19에 따른 해외수출 감소 등으로 역성장을 맞으면서 직원수도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상반기 메트포르민 성분 의약품 NDMA 사태로 인한 판매중지 조치로 손실을 입은 JW중외제약도 1,223명에서 1,196명으로 27명의 직원이 줄었으며, 동아에스티는 1,592명에서 1,568명으로 24명이 감소했다.

전년대비 173%의 순이익을 올리며 상반기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제일약품은 오히려 임직원 수가 964명에서 943명으로 21명 줄었다.

이 외에도 영진약품(646→634명, -12명), 유나이티드제약(873→862명, -11명), 차바이오텍(199→195명, -4명), 동화약품(735→733명, -2명)도 인력 규모가 소폭 감소했다. 한독은 연말 대비 인력 규모가 953명으로 그대로였다.

 

≫ 코로나19 수혜주 씨젠, 연내 500명 인력 추가 확대키로

올 들어 대규모 인력 채용을 진행한 곳도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상반기에만 130명의 인력을 증원하면서 임직원 수도 2,587명에서 2,717명으로 증가했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위탁생산(CMO) 제품이 증가하면서 실적 향상이 두드러졌다. 3공장을 포함한 전체 공장 가동률이 상승했으며, 최근에는 상암월드컵경기장의 약 1,5배에 달하는 4공장 신설을 발표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

코로나19 진단키트로 그야말로 ‘잭팟’을 터트린 씨젠은 81명(26%)의 대규모 인력을 채용했다. 이에 따라 임직원 수도 314명에서 395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진단시약을 개발해 주목받은 씨젠은 국내·외에서 늘어나는 진단키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안에 임직원 수를 500여 명까지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콜마비앤에이치(280→368명, +88명), 동국제약(964→1,039명, +75명), GC녹십자(2,040→2,095명, +55명), 종근당(2,243→2,297명, +54명), 휴온스(708→759명, +51명) 등의 인력이 증가했다.

30명 미만의 소규모 채용도 잇따랐다.

광동제약(999→1,029명, +30명), 일양약품(631→659명, +28명), 셀트리온(2,111→2,135명, +24), 경보제약(494→508명, +14명), 삼진제약(706→719명, +13명), 셀트리온헬스케어(116→126명, +10명), 대원제약(1,005→1,011명, +6명), 신풍제약(767→772명, +5명), 일동제약(1,414→1,417명, +3명), 보령제약(1,369→1,371명, +2명) 등이 인력 규모가 소폭 증가했다.

≫ 변화하는 제약업계 고용 트렌드…비대면 면접·수시 채용 ‘대전환’

이처럼 28곳 중 7곳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소규모 채용이나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에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대규모 공개채용 보다는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것.

더욱이, 새로운 인력을 늘리기 보다는 결원 등에 의한 충원 성격의 채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상반기에 인력이 감축된 한미약품의 경우 하반기에 공채를 실시할 예정이다. 다만, 예년보다는 공채 규모를 대폭 축소할 계획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미 수시 채용을 통해 필요 인력을 상시로 채용하고 있어 9월 말 예정된 하반기 공채는 소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코로나19 확산을 고려해 AI 면접 등 온라인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규모 공채 채용이 필요 인력을 수시로 채용하는 것보다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제약업계 전반적으로 수시 채용으로 고용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규모 공채를 진행했던 중외제약은 올해 인력 수급을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다. 다만, 상반기 인력 감축과 관련해서는 미충원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특별한 의도로 인력을 감축한 것은 아니다. 영업직 10명, 공장 직원 13명 등이 퇴사했고 3차례 동안 수시 채용을 진행했지만 충원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당장 하반기에도 공채 계획은 없다. 상반기처럼 필요한 인력은 수시로 채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동제약도 수시 채용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국에 공채를 진행하는 것은 여러모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며 “채용 트렌드 역시 수시 채용으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대규모 공채는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제약업계 고용 현황을 전망했다.

이어 “일동제약 역시 이러한 이유로 하반기 공채 계획은 없다”며 “필요한 인력은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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