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대 매출 상위 제약기업 28개사, 10명 중 3명만 여성
남성 평균 연봉 3900만원 vs 여성 2600만원…1300만원 격차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내 제약업계가 겉으로는 글로벌화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여성 채용률은 여전히 전근대적인 사회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약사가 남성을 선호하는 영업 조직 중심으로 성장한 것이 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14일 메디코파마뉴스가 매출액 1,000억원 이상 기업 28곳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올해 반기 보고서의 임직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8개 제약기업의 여성 채용률은 평균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28개 기업 가운데 차바이오텍만 유일하게 남성 보다 여성 채용률이 많았으며, 40% 이상인 기업은 4곳에 불과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살펴보면 지난해 여성 고용률(15세 이상 인구 중 여성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51.6%로, 10년 전인 지난 2009년(47.8%)보다 3.8% 더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고용률은 70.7%로 10년 전 대비 0.5% 상승했다.

이처럼 여성 채용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남녀 채용률 차이는 지난 2009년 22.4%에서 지난해 19.1%로 격차가 감소했다.

≫ 1천억대 매출 상위 기업, 여성 채용률 30% 수준

하지만 제약업계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 제약기업들의 여성 채용률은 여전히 평균치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었던 것.

28개 기업의 여성 채용률은 평균 30% 수준이었으며, 남녀 채용률 격차는 40%에 달했다.

여성 고용 비율이 가장 낮은 기업은 광동제약이었다. 이 회사는 1,029명의 임직원 가운데 여성이 193명(19%)이었다. 28개 제약사 가운데 여성 고용 비율이 20%에 미치지 못하는 회사는 광동제약이 유일했다.

이어 경보제약(20%), 일양약품(20%), JW중외제약(22%), 제일약품(23%), GC녹십자(23%), 유한양행(24%), 영진약품(26%), 동화약품(26%), 대웅제약(28%), 동아에스티(28%), 삼진제약(29%), 한미약품(29%) 순으로 여성 고용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고용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차바이오텍이었다. 이 회사는 전체 직원 195명 중 여성 직원이 99명으로 51%를 차지, 국내 여성 고용률 51.6%에 근접하며 그나마 제약업계의 체면을 세웠다.

이어 셀트리온헬스케어(45%), 한독(43%), 셀트리온(42%), 씨젠(40%) 등도 여성 고용 비율이 40%대로 제약업계의 여성 채용률 평균을 상승시켰다.

제약업계 평균 고용률인 30%대 제약 기업은 무려 10곳에 달했다. 종근당(30%), 유나이티드제약(31%), 보령제약(31%), 대원제약(31%), 신풍제약(31%), 콜마비앤에이치(31%), 일동제약(34%), 동국제약(37%), 휴온스(38%), 삼성바이오로직스(38%) 등이었다.

≫ 남녀고용 차별, 임금 격차로 이어져

성별 고용률 뿐만 아니라 임금격차도 상당했다. 상반기 남성 평균 연봉은 3,900만원인데 반해 여성 평균 연봉은 2,600만원으로 1,300만원의 격차가 났다.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큰 회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였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남성 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 2,900만원, 여성 직원은 3,800만원으로 무려 9,100만원의 차이가 났다.

2위는 씨젠이 차지했다. 씨젠은 남성 직원에게 평균 7,600만원을 지급했으나, 여성 직원에게는 4,900만원을 지급해 2,700만원의 임금 격차를 기록했다.

이어 동국제약이 1,900만원, 일양약품 1,600만원, 신풍제약 1,600만원, 대원제약 1,400만원, 유한양행 1,300만원, 동아에스티 1,300만원, 삼진제약 1,300만원, 일동제약 1,100만원, 휴온스 1,100만원, 광동제약 1,100만원의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적은 제약사는 GC녹십자와 셀트리온, 차바이오텍이었다.  GC녹십자는 올해 상반기 남녀 각각 3,000만원, 2,700만원을 지급해 임금 격차는 300만원으로 28개 기업 중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셀트리온 역시 남녀 각각 2,800만원, 2,500만원을 지급했다. 차바이오텍의 경우 반기보고서에 상반기 지급액만 명시해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남녀 각각 3,400만원, 3,100만원을 지급해 300만원의 임금 격차를 기록했다.

이어 콜마비앤에이치가 400만원으로 남녀 임금 격차가 낮았다.

업계는 이 같은 성별 고용 격차 문제에 대해 제약회사에 뿌리 깊게 박힌 남성 중심의 영업조직 문화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A 제약사 관계자는 “보수적 풍토가 강한 제약업계 특성상 다른 업종에 비해 여성인력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건 사실이다”며 “영업직원이 인력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대부분 남성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여성 고용률이 낮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취준생의 선호도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 면접관으로 참관한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여성 보다 남성의 지원률이 훨씬 더 많았다. 실제 항공업계의 경우 남성 보다 여성 고용률이 더 높지 않느냐”며 “회사에서 인력을 채용할 때 성별이 아닌 업무 역량을 보고 뽑는다는 것을 알아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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