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시범사업 후 정식 시행 6개월…제약기업 반응 ‘시큰둥’
협소한 시장 규모, 투자 대비 실익 '글쎄'…‘돈 먹는 하마’ 인식
‘무리하게 뛰어들 이유 없다’ 분위기…“시장성 보고 천천히”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맞춤형 화장품 시장이 4년간의 시범사업을 끝내고 올해 초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사업 다각화와 신사업 육성에 목말라 있던 국내 제약사들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판이 깔린 것이다. 하지만 당초의 예상과는 다르게 현재까지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지 않다. 크지 않은 전체 시장 규모와 비용 투자 대비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이 시장 진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맞춤형 화장품 판매 제도’가 국내에서 본격 시행됐다. 그동안 금지돼 왔던 완제 화장품 소분이나 다른 화장품의 내용물 또는 원료를 추가·혼합해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자신에게 꼭 맞는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기존 화장품 시장에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최근 화장품 분야를 신사업으로 지목한 제약기업의 시장 진출 여부에도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현재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는 업체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잠잠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화장품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중견기업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업을 본격화 하고 있지 않은 만큼 제약기업의 시장 진입 여부도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화장품 사업 볼륨을 확대하고 있는 제약사들은 맞춤형 화장품 시장에는 그다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새다.

전체 시장 규모가 50억원대로 협소한 데다 다품종 소량 생산에 기반해 제품 판매를 해야 하는 만큼 일정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위한 임대료, 인건비(조제관리사 채용)에 소비자 인지도 제고를 위한 마케팅 집행 비용까지 감안하면 투자 대비 수익성 측면에서도 큰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도 제약사의 이 같은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면서 오프라인 유통 방식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만큼 대면 판매가 전제조건인 맞춤형 화장품 시장에 제약사가 과감하게 뛰어들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특장점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을 경우 자칫 맞춤형 화장품 사업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제약사들의 시장 진출 소식은 상당 기간 듣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때문에 초기 시장 개척과 수익성 모델의 기반을 다지는 역할은 자본력을 갖춘 몇몇 화장품 기업이 주도할 것으로 점쳐치고 있다. 제약사의 시장 진입은 시장성과 수요 증가세가 어느정도 확인된 이후 서서히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A제약사 한 관계자는 “맞춤형 화장품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의약품에 주력하고 있는 제약사가 화장품 기업처럼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하기는 여건상 어려운 부분이 많다. 노하우가 집약된 자체 개발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영업·마케팅에 투자를 집중하는 한편 온라인몰, 드럭스토어, 홈쇼핑, 대형마트 등으로 유통망을 다각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사업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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