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채널 확대한 써큐란·베로카·센트룸 연매출 두자릿수 증가
제약사, 약국 눈치 보이지만…건기식 전환 가능성은 ‘상존’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일명 ‘국민약’으로 불리던 일부 일반의약품들이 건강기능식품으로 리뉴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명찰을 바꿔 달기만 해도 매출이 눈에 띄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반약의 건기식 전환 소식이 앞으로도 간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몇 년새 인지도 높은 일반의약품이 건기식으로 재출시되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동아제약의 ‘써큐란(2020년 4월)’, 바이엘의 ‘베로카(2019년 4월)’, GSK컨슈머헬스케어의 ‘센트룸(2017년 4월)’ 등이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힌다.

이처럼 소비자에게 친숙한 제품들이 건기식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반약으로 묶여있을 경우 약국이 유일한 유통 창구인 만큼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매출이 일정 부분까지 올라서면 한계점을 뛰어넘는 게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진행하더라도 투자 대비 효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던 것.

하지만 건기식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제약사들이 다양한 옵션을 쥘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는 의미다. 실제 기업들은 약국뿐만 아니라 확장한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활용하고, 마케팅 전략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 여기에 일반약으로 있으면서 쌓아왔던 브랜드 인지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실제로 건기식 전환 카드를 꺼내든 제약사들은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 4월 리뉴얼 출시된 써큐란은 올해 9월까지 누적 매출액이 이미 작년 전체 매출액 보다 20% 이상 넘어섰다. 현재 검색 광고(포털사이트 검색 시 공식몰로 연결), SNS 비즈보드(카카오톡, 30대 이상 남녀 타깃) 등을 통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약국, 공식몰(디몰) 등을 주요 판매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써큐란 브랜드 확장을 위해 소비자 건강상태나 라이프 스타일 등을 고려한 후속 제품을 준비 중에 있으며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라며 “앞으로 비용 대비 효과성이 높은 유통 채널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향후 TV광고나 홈쇼핑 등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빠르게 유통 채널을 확대했던 베로카 역시 일반약으로 묶여있을 때보다 매출이 10% 이상 늘었다. 현재 약국, 창고형 매장(코스트코, 이마트 트레이더스), 올리브영 등 오프라인 창구와 온라인 오픈 마켓 및 메이저 채널(G마켓, 11번가, 쿠팡, 옥션, 마켓컬리,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바이엘 관계자는 “건기식 전환 이후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 입점이 가능해지면서 제품 인지도를 끌어 올릴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며 “오프라인 프로모션과 TV 광고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소비자와의 스킨십을 넓혀 왔던 것이 서서히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건기식 전환 4년차에 접어든 센트룸도 연평균 15~20% 대의 가파른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코스트코, 올리브영 공식몰, 대형 온라인 쇼핑몰(10여곳) 등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전방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TV 광고도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GSK컨슈머헬스케어 관계자는 “센트룸은 소비자의 나이, 성별 등에 따른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에게 제품력을 인정받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성공 사례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제약사들이 주요 거래처인 약국과의 관계 때문에 인지도 높은 일반약을 건기식으로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 건기식 전환 제품들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만큼 이를 뒤따르려는 모습이 앞으로 또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정체된 국내 일반약 시장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고, 초고령화 사회를 맞아 건기식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 만큼 건기식 사업 비중이 높지 않은 제약사들이 소비자 인지도는 높지만 매출이 크지 않거나, 블록버스터급 제품이라도 성장세가 멈춰버린 일반약을 건기식으로 전환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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