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부터 지적된 문제지만…3년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
“물량 공급 관리 잘하고 있는데”…‘생색내기’ 약사 비판 억울
판매자 온라인 유통·가격 책정 통제 불가…공정거래법이 ‘발목’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센트룸 약국전용 제품이 여전히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일반의약품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당초 오랜기간 파트너십을 유지해온 약국과의 상생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로 약국전용 제품이 나왔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약국과 제약사 모두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면서도 쉽사리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 신뢰성 제고와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해 꼬인 실타래를 풀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GSK컨슈머헬스케어의 ‘센트룸’이 일반의약품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된 지 어느덧 3년이 훌쩍 넘었다. 일반약으로 묶여 있을 때 센트룸은 대표적인 고가·저마진 품목으로 꼽히며 약사사회에서 계륵같은 존재로 여겨졌지만, 약국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역할도 컸던 터라 건기식 전환 과정에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았다.

당시 회사 측은 건기식 전환에 따른 약사사회의 부정적인 기류를 최소화하고자, 리뉴얼 출시 과정에서 약국전용 제품 2종(센트룸 프로, 센트룸 실버 프로)을 선보였다. 약국 전용 라인업을 만들어 약사사회와의 파트너십을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제품 출시 이후 얼마 못가 약국전용 제품의 의미는 크게 퇴색됐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이 유통되며 회사의 유통 채널 구분이 사실상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약사사회에서는 약국전용이 사실상 생색내기였다고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고, 제조사는 억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다면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문제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이유는 뭘까.

GSK컨슈머헬스케어는 센트룸 약국전용 제품 출시 이후 철저하게 제품 공급을 관리하고 있는 것은 물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회사의 방침과 다르게 온라인 쇼핑몰에서 유통되고 있는 물량을 통제할 수단이 현재로선 없다는 한계점도 인정했다.

실제로 회사 측은 센트룸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쥴릭파마를 통해 온라인 쇼핑몰에 풀리는 물량의 출처를 상당 부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센트룸 약국전용 제품도 건기식으로 분류돼 있어 최종 판매자가 약국보다 낮은 가격표를 붙이고, 다른 채널에서 판매를 해도 회사가 이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온라인 쇼핑몰에 물량을 공급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약사들에게 물량을 제한하거나 판매 가격과 관련해 협조를 요청할 경우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GSK컨슈머헬스케어 관계자는 “센트룸 약국전용 제품이 건기식이기 때문에 유통 방식과 가격 책정은 최종 판매자의 권한이다. 회사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면서 “특히 약국과 온라인 쇼핑몰의 판매 가격이 차이가 클 경우 소비자와 약국 모두에서 비난을 들을 수 있는 만큼 회사 측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때문에 온라인 쇼핑몰에 물량을 공급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거래처(약국)를 찾아가 협조 요청을 하고 있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를 두고 약사사회 일각에서는 제약사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앞서 자체적으로 동업자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가 수익을 위해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지속할 경우 장기적으로 약사직능의 신뢰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지역 한 약국장은 “요즘 약국을 찾는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다. 특히 건기식의 경우 열심히 상담을 하더라도 모바일로 꼼꼼하게 가격을 비교한 후에 제품을 구매한다”며 “약국전용 제품인데 온라인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가격도 낮다면 소비자들이 굳이 약국을 찾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약사들이 약국전용이라고 제품을 내놓고 여러 채널에 제품을 공급한다면 그들의 문제겠지만 약사가 약국이 아닌 온라인 판매를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면 반성해야 할 일이다. 동료 약사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사안은 건강관리자로 약사직능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약사 스스로가 자정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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