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0 물량 도착했다는데…약사회 인수 시점은 지난달, 왜?
사입가 100원 이상 차이…약사회-식약처 ‘기싸움’ 있었나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정부가 추경예산을 편성해 마련한 약국 지원용 KF94 마스크가 이달 중순 약사회를 통해 배포될 예정이다. 코로나19 방역 일선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던 약국에 뒤늦게라도 정부 지원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조치란 게 약사사회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약사회가 해당 물량을 건네받은 시기를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정부의 공적마스크 배송·공급이 7월 중순경 이뤄졌는데 최종 인수는 2달 가까이 돼서야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정부와 약사회가 공적마스크 구매 가격과 수량을 두고 온도차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회에서 확보한 2차(4월 5억원)·3차(7월 20억원) 추가경정예산 25억원으로 약국에 지원할 266만장(약국당 125장)의 KF94 마스크(개당 935원/파인텍)를 조달청을 통해 구입했다. 해당 물량은 대한약사회가 지정한 납품지로 7월 20일 배송·공급을 완료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약사회가 정부지원 마스크를 최종 인수한 시점은 지난달 9일이었다. 약사회가 자체 예산으로 손소독제 10만개를 구매하고 이를 마스크와 함께 이달 중순 배포할 예정인 만큼 회원들에게 정부지원 마스크가 돌아가기까지 약 3달의 시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7월 20일에 약사회가 지정한 장소로 물량을 전달한 것은 맞다”면서 “최종 인수가 늦어진 것은 대한약사회가 정부지원 마스크와 함께 손소독제를 함께 보내겠다고 해서 포장 문제 때문에 양측 협의 하에 인수 시기가 좀 미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식약처의 설명은 다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만약 식약처의 말대로, 정부지원 마스크와 손소독제의 공동 포장 문제라고 하면 약사회가 손소독제 구매 일정을 더 앞당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사회가 손소독제를 구매하기 위해 공개경쟁입찰(9.25~10.5)에 뛰어든 시점을 보면, 마스크를 인수하고 나서야 본격화 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달청의 구매가를 두고 식약처와 약사회가 힘겨루기를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달청이 공개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공적마스크 제도 운영(2.27~7.11) 때와 거의 비슷한 개당 935원에 구매한 것에 대해 약사회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최종 인수가 늦춰졌다는 것.

실제로 7월 초부터 중순까지 일선 약국의 마스크 사입단가는 790~820원 선으로 조달청 구매가 보다 100원 이상 저렴했다는 것이 약국가의 전언이다. 약사회가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식약처에 요청을 거듭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6월 말 경 조달청을 통해 마스크를 구매했다. 이 때만 해도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6월 종료)’가 시행됐던 시기라 공급 계약을 맺은 제조업체에서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부득이하게 개당 935원에 수의계약을 진행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식약처의 해명 역시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2차 추경예산(5억원)으로 확보한 마스크는 지난 6월 29일 구매가 진행된 만큼 당시 상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3차 추경예산(20억원)의 경우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가 종료된 이후인 7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7월 14일 입찰이 마감됐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공적마스크 제도 운용도 종료(7월 11일)된 시점이었다.

약사회는 물량 배송 시점과 최종 인수 시점이 차이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공백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또 손소독제 공개경쟁입찰 일정은 최종 인수가 지난달 9일 마무리된 만큼 이에 맞춰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정부지원 마스크의 예산 배정과 물량 확보(구매가격/계약방식)는 약사회가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는 사안”이라면서 “따라서 이와 관련한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체예산으로 마련한 손소독제를 정부지원 마스크와 함께 보내기 위해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된 점에 대해선 회원들의 양해를 당부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정부지원 마스크 배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 불만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약사회 입장에서는 회무를 집행하는데 있어 절차와 효율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상임위원회에서 손소독제를 함께 보내기로 결정하면서 공급 일정이 조금 더 미뤄졌는데 이 부분은 회원들의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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