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만 바꾼 중국산…유통질서 교란에 양심 사업자는 '피해'
대형기업 선호에 중소사는 살 길 찾아 설비 증설까지 ‘설상가상’
靑 국민청원, 불법 마스크 규제·시장 안정화 대책 마련 '촉구'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국내에서 불법 유통되고 있는 중국산 마스크로 인해 관련 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일부 비양심 유통업자들이 ‘박스 갈이’를 통해 중국산 마스크를 한국산으로 둔갑시켜 국내 유통질서를 교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마스크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국산 마스크에 대한 규제를 촉구하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7일 한 청원인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 억원을 들여 마스크 국내 생산에 뛰어든 업체들이 현재 중국의 싼 마스크에 치여 단 한 장의 마스크도 판매 못하고 있다”며 “박스 바꾸기 방법을 통해 원가 2,000원짜리 중국산을 국내 박스에 넣어 유통하는 업체들도 있다. 양심적으로 생산업에 종사하며 전 재산과 사활을 건 이들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청원인도 정부가 마스크 품귀 현상 당시 제품 생산을 독려했던 만큼 시장 안정화를 위해 생산업체에 대한 지원과 규제를 촉구했다.

이 청원인은 “정부는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자 제품 생산을 독려했다. 그러나 일명 ‘박스갈이’로 둔갑해 판매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며 “마스크 한 장 마다 ‘made in china’, ‘made in korea’를 금형에 별도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 위생과 안전에 관련한 중요한 문제인 만큼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되지 않게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마스크 생산업체들은 어려울 때 국민들에게 도움을 줬고 나라에도 큰 보탬이 됐다. 국내 마스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대책 마련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한 때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자 기업들이 앞다퉈 마스크 생산에 뛰어들었지만 최근 수급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앞서 발빠르게 움직였던 기업들이 후폭풍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스크 생산업체는 지난 1월 말 130여개사에서 현재 500개사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품목수도 1월 말 1,000여개에서 현재 2,500개로 2.5배 증가한 상태다.

의약외품으로 규정되지 않은 마스크를 생산하는 업체와 품목수까지 범위를 넓히면 그 수는 더 크게 증가한다.

이에 지난주(9월 4주) 의약외품 마스크 총생산량만 총 2억 6,344만개가 시장에 공급됐으며 가격도 온라인·오프라인 모두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안정세가 오히려 생산업체들을 도산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점이다. 과잉 공급으로 인해 판매 마진이 감소하면서 경영에 심각한 타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산 마스크가 ‘박스 갈이’를 통해 국내산으로 둔갑해 유통되고 있는 데다 대형 업체를 선호하는 바이어들로 인해 중소 업체들의 무분별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이러한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연이어 게재됐다.

한 청원인은 “현재 한국의 마스크시장은 아수라장이다”며 “해외 수출 물량을 수주했다는 바이어란 사람들이 천문학적인 수량(수백억장)을 말하며, 대형 공장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규모가 작은 공장들은 기계 대수를 증설해야만 오더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며 “이 상황을 바로 잡지 않으면 마스크란 괴물로 인해 수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조치해 달라”고 청원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