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확대 ‘노리는’ 바이오, 생존 위기 ‘내몰린’ 제약사
중소사, 매각 등 사업정리 ‘움직임’…구조조정 ‘신호탄’
관심받는 매물은 ‘소수’…니즈 충족 여부가 관건될 듯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자본력을 갖춘 바이오기업들이 중소제약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구·개발에 치중돼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에 제약사업을 추가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소제약사들이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인해 생존전략을 모색하기가 그 어느 때 보다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에이치엘비생명과학(메디포럼제약), 비보존(이니스트바이오제약), 바이오제네틱스(경남제약) 등 바이오기업들이 중소제약사를 인수하며 사업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다이노나 또한 화일약품의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며 최대주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처럼 바이오기업들이 중소제약사를 노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유망한 신약 파이프라인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당장 사업을 진행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회사의 영속성을 담보할 만한 안정적인 수익 창출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의약품 제조·생산시설과 대표 품목을 보유한 중소제약사를 인수할 경우에는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사업 보폭을 넓힐 수 있는 데다, 기업가치 제고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존 품목의 생산·판매로 매출원이 확보되면서 신약개발 실패 리스크를 어느정도 분산할 수 있고, 투자자들의 신뢰도 증가로 자금 조달 여력도 확대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바이오기업의 중소제약사 인수 사례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제네릭 규제 강화 기조로 생존 기로에 놓인 중소제약사 상당수가 시장에 매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만큼 향후 바이오기업들이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기업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국내 제약산업의 구조조정이 M&A 활성화로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외형 확대를 노리는 바이오기업과 생존 위기에 내몰린 중소제약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바이오기업은 안정적 수익원과 자체 제조·생산시설을 한 번에 확보할 수 계기로 삼을 수 있고, 중소제약사의 경우 불확실한 미래를 고민하는 대신 최대한 몸값을 올려 사업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바이오기업의 중소제약사 인수는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기업 상당수가 자체 의약품 제조·생산시설이나 대표 품목 없이 위탁 제네릭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어 인수를 해도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최근의 M&A 사례와 국내 제약산업의 구조조정을 결부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다만 새롭게 개편된 약가제도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만큼 향후 M&A가 늘어날 여건은 충분히 조성돼 있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제약사 매물이 위탁 제네릭 중심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제조·생산 인프라가 없거나 영세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바이오기업이나 대형제약사의 관심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새롭게 개편된 약가제도로 제네릭 규제가 강화된 만큼 이들 중소제약사는 앞으로도 M&A 시장에서 대접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M&A도 사업과 인프라가 중첩되는 제약사-제약사 보다는 최근 사례처럼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바이오기업이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바이오기업의 니즈를 충족시킬 만한 매물이 많지 않고, 투자 비용도 적지 않은 만큼 인수 사례가 대폭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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