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콜·판피린·쌍화탕·콜대원 등 대표품목 매출 작년比 상승
감기 환자 ‘줄고’ 상비약 수요 ‘늘고’…셀프메딕 ‘대세’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코로나19 영향으로 일반감기약의 매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감염 우려가 있는 병원을 찾기보다는 집에서 상비약으로 치료하려는 셀프메디케이션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 같은 일반감기약의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동안 정체돼 있던 국내 일반감기약 전체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배경이다.

올해 국내 대표 일반감기약의 매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약 3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동화약품의 ‘판콜’과 동아제약의 ‘판피린’은 올해 상반기 각각 183억원, 181억원의 매출로 전년동기 대비 20%(147억원), 7%(169억원) 성장했다.

지난해 주춤했던 광동제약의 ‘쌍화탕’도 올 2분기까지 64억원(2019년 상반기 5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반등에 성공했다. 짜먹는 감기약 콘셉트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대원제약의 ‘콜대원’ 역시 지난 1분기 27억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41%(16억원) 매출이 증가했다.

이처럼 일반감기약의 실적 성장세가 완연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독감 및 감기 환자 수는 크게 줄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감염 예방이 강조되면서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의 생활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호흡기 바이러스 현황을 살펴보면 이는 더욱 분명해 진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된 올 3월부터 9월까지 호흡기 바이러스 양성률(▲3월 69.7%→12.7% ▲4월 77.6%→21.7% ▲5월 71.2%→52.6% ▲6월 71.4%→59% ▲7월 68%→53.5% ▲8월 35.7%→42.5% ▲9월 49.1%→22.8%)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반감기약이 선전을 거듭한 데는 셀프메디케이션 트렌드 확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감염 위험이 있는 병원을 찾는 대신 가정 내에서 자체적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내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등을 찾는 환자 수가 급감하며 동네 병·의원과 약국은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즉 일반의약품이 처방이 줄어든 ETC(전문의약품) 감기약 수요를 대체, 볼륨을 키워나가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지역 한 약국장은 “환절기로 인근 이비인후과 처방전이 조금 늘기는 했지만 작년에 비해 환자 수가 많이 줄었다. 조제건수가 올해 내내 바닥을 치고 있어 걱정”이라면서도 “일반감기약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인지 아프지 않더라도 상비약으로 미리 마련해 놓으려는 수요가 꾸준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체돼 있던 국내 일반감기약 시장이 올해 확실한 반등세를 보여줄 것이란 관측이다. 전체 시장 규모가 2018년 1,406억원에서 작년 1,325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코로나19를 등에 업고 올해 20%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에 취약한 노령층과 영유아 감기 환자들의 병원 기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가 단기간에 종식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감염에 대한 우려가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어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중에 복용 편의성을 높인 일반감기약이 증상별로 세분화 돼 나와 있는 만큼 처방약의 빈자리를 일정 부분 대체하며 시장 볼륨을 키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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